신문은 선생님
[숨어있는 세계사] 중남미 휩쓰는 '푸른 물결'… 민심은 왜 우파를 택했을까
입력 : 2026.08.04 03:30
블루 타이드
지난 6월 남미 페루 대선에서 우파 성향의 게이코 후지모리(51)가 승리했어요. 최근 취임식을 가졌는데,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칠레 대통령 등 중남미 우파 정상들이 대거 참석해 후지모리 대통령을 축하했습니다.
최근 중남미 정치를 보면 우파의 강세가 두드러져요. 앞서 대선이 치러진 볼리비아, 코스타리카 등에서도 우파 후보가 승리했어요. 이처럼 중남미에서 우파가 연쇄 집권하는 현상을 '블루 타이드'(우파 물결)라고 합니다. 블루 타이드 이전에는 '핑크 타이드'(좌파 물결)가 있었어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남미에서는 좌파 연쇄 집권 현상이 나타났는데, 공산주의를 뜻하는 레드(빨간색)보다 온건한 좌파 정권이라는 의미에서 핑크(분홍색) 타이드라는 명칭이 붙었습니다. 반면 영국 보수당의 대표색이기도 한 블루(파란색)는 국제 정치 지형에서 보수주의, 자유시장경제 등을 상징합니다. 그렇다면 최근 중남미 국가 국민은 왜 우파 후보에게 표를 던지게 된 걸까요?
최근 중남미 정치를 보면 우파의 강세가 두드러져요. 앞서 대선이 치러진 볼리비아, 코스타리카 등에서도 우파 후보가 승리했어요. 이처럼 중남미에서 우파가 연쇄 집권하는 현상을 '블루 타이드'(우파 물결)라고 합니다. 블루 타이드 이전에는 '핑크 타이드'(좌파 물결)가 있었어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남미에서는 좌파 연쇄 집권 현상이 나타났는데, 공산주의를 뜻하는 레드(빨간색)보다 온건한 좌파 정권이라는 의미에서 핑크(분홍색) 타이드라는 명칭이 붙었습니다. 반면 영국 보수당의 대표색이기도 한 블루(파란색)는 국제 정치 지형에서 보수주의, 자유시장경제 등을 상징합니다. 그렇다면 최근 중남미 국가 국민은 왜 우파 후보에게 표를 던지게 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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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남미 주요 국가들의 집권 현황을 표시한 지도예요. 최근 페루와 콜롬비아 등에서 우파로 정권 교체가 이뤄졌습니다.
중남미 정치를 알려면 미국의 영향력과 대외 전략 역사를 살펴야 해요. 1823년 당시 제임스 먼로 미국 대통령은 '먼로주의(먼로 독트린)'를 선언했어요. 미국은 유럽 열강들의 국내 문제에 간섭하지 않고, 유럽 국가 역시 아메리카 대륙을 식민지로 삼으면 안 된다는 내용이었어요. '아메리카 대륙의 독립과 자주성'을 내걸었지만, 실상은 아메리카 대륙 전체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선언이었어요. 20세기 초 시어도어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은 먼로주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중남미에서 혼란이 발생하면 미국이 국제 경찰로서 직접 개입할 수 있다'고 말했어요. 당시 유럽 국가들이 중남미에 무력 간섭을 시도하려던 움직임에 대응해 나온 선언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미국이 중남미 여러 나라에 대한 군사 개입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작용했어요.
이러한 미국의 개입주의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두 진영으로 갈라진 냉전 체제에 돌입하면서 더욱 노골적으로 변합니다. 특히 미국에게 중남미는 단순히 인접한 이웃이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의 안정을 뒷받침할 원자재 공급처이자 미국 기업들의 핵심 투자 시장이었습니다. 미국은 중남미에 좌익 성향의 정권이 들어서는 걸 경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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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달 페루 수도 리마에서 열린 게이코 후지모리(오른쪽에서 둘째) 페루 대통령 취임식에 중남미 주요 우파 정상들이 참석해 함께 사진을 찍었어요. 휴대전화를 들고 있는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칠레 대통령을 비롯해, 아르헨티나·파라과이·온두라스 대통령 등이 모였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의 우려는 현실이 됐습니다. 1959년 쿠바 혁명이 성공한 거예요. 미국 바로 턱밑에 공산주의 국가가 탄생했죠. 미국은 중남미 전체가 연쇄적으로 공산화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기 시작했어요. 미국은 쿠바의 공산 정권을 고립시켰고, 1973년 칠레 사회주의 성향 정권을 무너뜨리는 등 우익 세력을 적극적으로 도왔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주입한 신자유주의 체제는 1980~1990년대를 거치며 극심한 빈부 격차와 양극화라는 부작용을 낳았어요. 대다수 서민과 원주민의 삶은 처참해졌죠. 민중의 분노는 커졌고,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핑크 타이드, 즉 좌파 연쇄 집권 현상이 나타납니다. 좌파 정부들은 나라마다 급진•온건 성향의 차이는 있었지만, 막대한 오일머니와 구리, 철광석 등 원자재 수출 대금을 바탕으로 대대적인 서민 복지 정책을 펼쳤어요. 예컨대 베네수엘라를 보면, 1999년 집권한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가난한 농민과 극빈층을 위해 부유층의 토지 일부를 몰수해 무상으로 나눠주었어요. 빈민 계층에게 무상 교육, 무상 의료 정책을 시행하기도 했고요. 브라질 대통령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역시 차베스처럼 사회주의 개혁 정책에 열중하였어요. 빈민에게 생활비를 지원하고, 가난한 어린이가 노동 착취를 당하지 않도록 노력했습니다. 아르헨티나는 주요 산업을 국유화하고 서민층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파격적인 분배 정책을 시행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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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년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서 베네수엘라 난민이 자국 지폐로 만든 수공예품을 팔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 화폐가 휴지보다 가치가 낮아지면서 이런 일까지 벌어졌어요. /AFP 연합뉴스·위키피디아
초기에는 대체로 많은 국가에서 빈곤율이 감소했고, 서민들의 삶이 나아지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들 정권은 천연자원에 의존하는 전통적 산업을 대체할 생산성 높은 산업 개발에 힘 쏟지 않았고, 국가의 성장 동력은 갈수록 약해졌습니다. 산업 구조를 다변화하지 않고 오직 '원자재 수출 대금'이라는 단기적 수입에만 의존했죠. 2010년대 중반에 이르러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자 핑크 타이드 국가들은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막대한 돈이 필요한 복지 정책을 이어가긴 힘들게 됐지요. 서민을 위한 유토피아를 약속했던 좌파 정권들이 경제를 살리지 못하자 민심은 차갑게 식어버렸어요.
가장 크게 드러난 경제 문제는 초인플레이션이었어요. 베네수엘라는 유가가 폭락하자 국가 재정이 완전히 파탄 났어요. 정부는 멈추지 않는 복지 지출을 메우기 위해 돈을 계속 찍어냈고, 화폐 가치는 폭락했습니다. 빵 한 봉지나 식용유 한 병을 사려면 지폐를 탑처럼 쌓아 올려야 했습니다. 지폐가 화장실 휴지보다 가치가 떨어지자, 사람들이 지폐를 엮어 지갑이나 가방을 만들어 관광객에게 파는 풍경도 펼쳐졌습니다. 국민의 90% 이상이 빈곤층으로 추락했고, 인구의 20%가 넘는 600만명 이상이 살기 위해 고국을 떠났어요. 아르헨티나에서도 화폐는 휴지 조각처럼 여겨졌어요. 점심에 먹은 스테이크 가격이 저녁에는 올라 있는 일이 일상이었습니다.
이러한 경제적 피폐와 더불어 치안마저 나빠졌어요. 여기에 더해 정치인들의 부패까지 속속 드러났죠. 정권에 크게 실망한 국민은 마음을 바꿨고, 블루 타이드가 등장합니다. 2023년 아르헨티나에선 무상 복지 전면 폐지, 규제 완화, 공공 부문 축소 등 개혁을 외친 하비에르 밀레이가 대통령에 당선됐어요. 칠레와 에콰도르에서도 보수 정치인들이 연이어 집권했습니다. 이전 정권 실책 속에서 등장한 우파 정권들이 국민의 삶을 개선하고 빈곤·치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