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꼭 읽어야하는 고전] 쾌락은 무엇을 즐길 때 생기지 않아… 고통·두려움 벗어난 '평정' 의미해요

입력 : 2026.07.27 03:30

에피쿠로스 쾌락

[꼭 읽어야하는 고전] 쾌락은 무엇을 즐길 때 생기지 않아… 고통·두려움 벗어난 '평정' 의미해요
에피쿠로스 지음|박문재 옮김|출판사 현대지성|가격 1만3000원

고대 철학자 에피쿠로스가 살던 시대에 아테네, 스파르타 등 그리스 도시 국가들은 몰락했습니다. 새로운 시대가 열린 거죠. 그전까지 그리스 철학자들은 '시민의 책임'을 바탕으로 행복을 추구했지만, 그런 책임이 크게 약해진 겁니다. 삶의 새로운 지혜가 필요해진 순간이었습니다. 바로 이때, 에피쿠로스는 시민이 아닌 개인의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에피쿠로스는 살아 있을 때 자주 오해를 받았습니다. "쾌락은 행복한 삶의 시작이자 끝이며 가장 으뜸가는 선"이라고 말할 정도로 쾌락을 강조했으니까요. 하지만 그가 말하는 쾌락은 방탕한 자들이 추구하는 쾌락이나, 어떤 것을 즐길 때 생기는 쾌락이 아닙니다. 고통, 두려움, 괴로움에서 벗어났을 때 누리는 평안과 고요함, 즉 평정(平靜)을 말합니다. 그리스어로는 '아타락시아'라고 하지요.

행복한 삶이란 평정이라는 쾌락을 누리는 삶입니다. 어떻게 해야 평정을 누릴 수 있을까요? 평정을 방해하는 두려움과 괴로움의 원인을 피하면 됩니다. 무엇이 두려움과 괴로움의 원인인지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예컨대 자연법칙처럼 어디서나 통하는 원리를 이해하면, 두려움과 혼란을 피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봅시다. 일식(日蝕)이나 월식(月蝕) 등 하늘의 이상한 현상을 목격한 사람은 혼란과 두려움을 겪습니다. 자연 현상을 이성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그런 현상이 재앙을 불러올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하늘의 현상은 자연법칙에 따라 일어날 뿐입니다. 일식이란 지구와 태양 사이에 달이 들어가 태양의 일부나 전부를 가리는 현상이라는 걸 알게 되면, 일식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사람들 대부분이 죽음을 가장 두려워하지만, 에피쿠로스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존재하는 동안에는 죽음이 오지 않고, 죽음이 왔을 때 우리는 이미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명한 사람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삶에서 도피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에피쿠로스는 아테네에서 정원이 딸린 집을 구하여 뜻을 같이하는 이들과 함께 살았습니다. 그 안에서 진정한 우애와 평화를 누리려 했지요.

철학자들은 삶과 지식에 관심이 많습니다. '삶의 행복을 누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참된 지식을 얻는 방법은 무엇일까?' 두 질문 모두 중요하지만 철학자마다 어느 한쪽에 더 관심을 기울이기 마련입니다. 에피쿠로스에게 둘은 동떨어져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는 삶의 행복을 위해 철학을 하고, 지식을 쌓았습니다. 물질에서 행복을 찾지 않았죠. 이러한 그의 사상은 오늘날에도 교훈을 줍니다.

표정훈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