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생활 속 경제] 마치 포도알처럼 뭉친 기업·학교·연구소… 생각 나누면 혁신도 활발해져요

입력 : 2026.07.23 03:30

클러스터

Q. 최근 정부가 호남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새로 조성하기로 했다는 뉴스를 보았어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800조원을 투자한다는데, 클러스터가 무엇인가요? 왜 반도체 기업들을 한곳에 모으는 건가요?

클러스터(Cluster)는 완제품을 만드는 대기업, 소재·부품·장비를 공급하는 협력업체, 인재를 길러내는 교육기관, 연구소 등이 함께 모여 있는 산업 종합 단지를 의미합니다. 원래는 포도송이처럼 알들이 한데 뭉쳐 있는 모양을 일컫는 말이었는데, 서로 다른 기업·기관 등이 모인 모습이 마치 송이 같아서 경제 용어로 쓰이게 됐지요.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공사 현장 모습입니다. /뉴스1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공사 현장 모습입니다. /뉴스1
클러스터를 만드는 이유는 기업과 기관이 모여 있으면 그만큼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집적 효과라고 부르죠. 기업들은 부품이나 장비를 빠르게 조달할 수 있고, 인재들도 일할 곳을 쉽게 찾을 수 있어요. 항만, 도로, 송전망 등을 함께 쓸 수 있어서 정부도 기반 시설을 짓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아낄 수 있죠. 모인 사람들이 정보와 아이디어를 나누면서 혁신이 일어날 수 있는 분위기도 조성됩니다.

집적 효과를 처음 설명한 사람은 영국의 경제학자 앨프리드 마셜이에요. 그는 산업 혁명을 거치며 면직물 산업 중심지가 된 랭커셔 같은 지역을 관찰한 뒤 '산업의 비밀이 마치 공기 중에 떠다니는 것 같다'고 표현했어요. 기업과 인재가 모인 곳에서는 지식과 기술이 자연스레 흐르며 모두의 실력을 끌어올린다는 뜻이죠.

실제 세계 경제의 중심지로 성장한 지역들은 클러스터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게 미국의 실리콘밸리입니다. 실리콘밸리에는 엔비디아, 알파벳(구글의 모회사), 애플 등 첨단 기업들의 본사가 있답니다. 이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기업들, 스탠퍼드대 같은 교육기관, 스타트업에 자본을 대주는 투자자들이 함께 모여 있어요.

우리나라에도 평택, 화성, 이천 등 경기 남부에 반도체 벨트가 있습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과 수많은 협력업체, 고급 인재를 배출하는 대학·연구소 등이 모여서 반도체 산업을 선도하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호남 지역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추가 조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어요. 인공지능 시대에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반도체 수요에 맞추려면 새로운 산업 집적지가 필요하다는 판단입니다. 수도권에 쏠린 산업 기반을 지방으로 확장해 국토를 골고루 발전시키려는 목적도 있고요.

다만 성공적인 클러스터를 만드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어린 포도나무 묘목을 심으면 첫 송이를 수확하기까지 적어도 3년을 기다려야 한대요. 먼저 나무의 뼈대를 튼튼하게 키우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죠. 마찬가지로 반도체 클러스터도 용수, 전력, 토지 등 산업에 적합한 조건을 마련하고 생태계가 자연스레 뿌리를 내리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답니다.
연유진 '기술이 바꾼 일상의 역사'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