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꼭 읽어야하는 고전] 잘못 감추고 완벽한 척하며 살 것인가… 손가락질 받더라도 새 삶을 열 것인가
입력 : 2026.07.23 03:30
주홍 글자
감추고 싶은 일이 다른 사람들에게 모두 알려져 손가락질받는 삶과, 아무도 모르지만 언제 들킬지 몰라 완벽한 사람인 척 살아가는 삶. 둘 중 어느 쪽이 더 고통스러울까요? 너새니얼 호손이 1850년에 발표한 '주홍 글자'는 이 서늘한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잘못을 온 세상에 드러내야 하는 벌과, 그 잘못을 숨긴 채 살아가는 고통을 나란히 보여주는 작품이지요.
이야기의 배경은 17세기 미국 보스턴입니다. 남편이 오랫동안 집을 비운 사이 다른 남자의 아이를 낳은 헤스터 프린은 갓난딸 펄을 안고 형벌대에 오릅니다. 사람들은 간통을 뜻하는 영어 단어 'Adultery'의 첫 글자 A를 천으로 만들어 가슴에 달고 평생 살라고 명령합니다. 제목의 '주홍 글자'는 바로 이 낙인을 가리킵니다.
헤스터와 함께 죄를 저지른 남자는 뜻밖에도 마을에서 성자처럼 존경받는 젊은 목사 아서 딤스데일입니다. 그는 사람들 앞에서 헤스터에게 아이 아버지의 이름을 밝히라고 타이르면서도 정작 자신은 잘못을 사람들에게 고백하지 못합니다. 두 사람의 삶은 정반대로 흘러갑니다. 헤스터는 붉은 글자를 초라하게 감추는 대신 금실로 정교하게 수놓아 달고 다닙니다. 마을 외곽에서 바느질로 딸을 키우고, 가난하거나 병든 이웃을 꾸준히 돌보지요. 손가락질은 사라지지 않지만 그녀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만 매여 살지 않습니다. 반면 딤스데일은 칭송을 받을수록 마음속 괴로움이 커져 갑니다. 밤마다 자기 몸을 채찍질하고, 설교 중에 자신이 죄인이라고 에둘러 말해보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고백마저 겸손으로 받아들여 그를 더욱 떠받듭니다. 거짓은 더욱 두꺼워집니다.
시간이 흐르자 주홍 글자의 뜻도 달라집니다. 사람들은 헤스터의 굳센 삶과 선행을 지켜보며 A라는 글자가 '유능한'을 뜻하는 단어 'Able'의 첫 글자라고 말하기 시작하지요. 헤스터는 오랜 삶으로 그 글자에 새로운 뜻을 보탠 겁니다.
오늘날도 누군가를 향해 '문제아' '위선자'라며 손가락질하는 경우가 많지만, 정작 이후에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고 달라졌는지는 알아보려 하지 않습니다. '주홍 글자'는 책임을 묻는 일과 한 사람의 전부를 단정 짓는 일은 다르다고 말합니다. 글자 A는 헤스터의 잘못을 보여주었지만, 헤스터라는 사람을 모두 보여주지는 못했습니다. 한 사람을 이해하려면 그에게 붙은 글자만 볼 것이 아니라, 그 글자 뒤에 이어지는 긴 삶까지 읽어야 합니다.
저자 너새니얼 호손의 조상 가운데 판사가 있었는데, 그는 '마녀재판'으로 사람들을 박해했다고 합니다. 이 재판으로 억울하게 희생된 이들과 그 후손들은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호손은 소설의 서문에서 조상이 했던 일에 대해 용서를 구합니다. '주홍 글자'는 저자 자신의 집안, 나아가 공동체의 잘못을 돌아보는 반성문이기도 한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