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타인의 선물에 감격하고 고마워하듯 자연의 선물에도 예의 갖춰야 해요
입력 : 2026.07.16 03:30
| 수정 : 2026.07.16 15:42
향모를 땋으며
로빈 월 키머러 지음|노승영 옮김|출판사 에이도스|가격 2만5000원
'향모를 땋으며'는 이 생각을 자연으로 넓혀가는 책입니다. 물과 공기, 열매와 나무 그늘을 인간이 꺼내 쓰는 '자원'이 아니라 대지가 먼저 건넨 '선물'로 바라보자는 것이지요. 이렇게 생각하면 자연에 어떻게 보답할지를 고민해보게 됩니다.
저자는 북아메리카 원주민 공동체인 포타와토미족 출신의 식물생태학자입니다. 제목의 '향모'는 말리면 바닐라와 꿀을 닮은 향이 나는 흔한 풀입니다. 원주민 공동체에서는 향모를 '대지 어머니의 머리카락'이라 부르며 긴 잎을 세 갈래로 땋아 의식에 쓰거나 선물합니다. 저자도 과학 지식과 원주민의 오랜 지혜, 자신의 삶을 세 가닥으로 삼아 이 책을 엮었습니다.
저자가 대학 식물학과를 다닐 때의 일입니다. 그는 보랏빛 참취와 노란 미역취가 함께 피면 왜 그토록 아름다운지 알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교수는 "그건 과학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식물학은 아름다움이 아니라 식물의 구조와 작동 원리를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뜻이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과학자가 된 뒤에도 그 질문을 놓지 않았습니다. 훗날 그는 보라색과 노란색이 서로를 선명하게 하는 보색이며, 두 꽃이 함께 자라면 벌의 눈에도 잘 띄어 꽃가루받이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대학 시절의 물음은 엉뚱하지 않았습니다. 저자가 가진 원주민의 시선이 있었기에, 생명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정확하게 밝혀주는 훌륭한 도구인 과학이 더욱 빛날 수 있었습니다.
언어에 관한 이야기도 인상적입니다. 영어에서는 사람 아닌 존재를 흔히 사물처럼 '그것(it)'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포타와토미어에서는 나무, 동물, 물, 불, 바위도 살아 있는 존재로 대합니다. 저자는 단풍나무를 '그것'이라고 부르면 베어 쓸 자원으로 여기기 쉽지만, '누구'라고 부르면 함부로 대하기 어려워진다고 말합니다.
'향모를 땋으며'는 자연에서 필요한 만큼만 취하고, 받은 것을 헛되이 쓰지 않으며, 다시 자라날 수 있도록 돌보자고 말합니다. 자연에서 받은 것을 그대로 돌려주려고 집착하지 않아도 됩니다. 할머니가 떠 주신 양말에 보답한다고 똑같은 양말을 돌려드릴 필요는 없듯이 말이죠. 우리가 받은 세계를 함부로 소모하지 않고, 다음 생명도 누릴 수 있는 모습으로 건네면 됩니다. 책은 자연을 지켜야 한다는 의무에 앞서, 이미 많은 것을 받은 사람이라면 어떤 예의를 갖추어야 하는지를 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