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늙은 세포를 젊게 만드는 마법? 시력 되찾는 '회춘' 연구

입력 : 2026.07.14 03:30

세포 재프로그래밍

[재미있는 과학] 늙은 세포를 젊게 만드는 마법? 시력 되찾는 '회춘' 연구
만약 늙지 않는 약이 있다면 어떨까요? 사람은 오래전부터 늙지 않고 오래 사는 '불로장생'을 꿈꿔 왔습니다. 중국의 진시황은 '불로초'를 찾으려고 사람들을 먼바다로 보냈고, 중세 유럽의 연금술사들은 영원한 젊음을 가져다줄 약을 만들려고 애썼어요. 물론 전부 실패했지만요.

시대가 달라져도 조금이라도 더 건강하게, 더 오래 살려는 사람들의 바람은 여전합니다. 지금도 과학자들은 젊게 사는 방법을 꾸준히 연구 중이랍니다. 과학자들은 우리 몸속 세포에 주목해요. 세포가 왜 늙는지 이해하고 그 과정을 되돌릴 수 있다면 노화를 막고 여러 질병을 치료할 길이 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세포의 기능을 회복시키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오면서, 많은 사람의 관심이 쏠리고 있어요.



세포도 나이를 먹는다

나이가 들면 피부에 주름이 생기고, 머리카락은 하얗게 변해요. 시력은 점점 나빠져서 글씨가 잘 안 보입니다.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이죠. 그렇다면 사람은 왜 늙는 걸까요? 궁금증을 풀려면 우선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세포에 대해 알아야 해요.

우리 몸에는 약 30조개의 세포가 있습니다. 세포는 몸속 작은 일꾼과 같아요. 에너지를 만들고, 손상된 곳을 고치며, 사람이 건강하게 활동하도록 쉼 없이 일하지요. 하지만 나이가 들면 세포에서 일종의 '보호막' 역할을 하는 '텔로미어'가 짧아지고, 또 세포 안에 노폐물이 쌓여 일꾼은 점점 힘을 잃습니다.

또 세포가 DNA의 유전 정보를 읽는 방식도 달라지는데요. DNA는 우리 몸의 모든 설계가 담긴 거대한 설계도와 같습니다. 눈의 세포는 눈에 필요한 유전자를, 심장의 세포는 심장에 필요한 유전자를 읽어요. 문제는 나이가 들면서 세포는 젊었을 때 자주 사용하던 설계를 점차 꺼내 쓰지 않게 되고, 필요하지 않은 설계를 사용하게 되는 일도 늘어나지요. 젊을 때 했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기능이 떨어지게 되는 거예요.



세포가 다시 젊게 일하도록 만드는 기술

그렇다면 젊었을 때 사용했던 설계를 다시 꺼내 쓸 수 있다면, 세포가 마치 젊어진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이 질문에 답을 찾아 나선 곳이 바로 미국의 바이오 기업 '라이프 바이오사이언시스'입니다. 구체적으로 이 회사는 눈의 기능 회복에 초점을 두고 있어요. 주사 형태 치료제인 'ER-100'을 통해서 말이죠. 최근엔 동물이 아닌 사람을 대상으로 한 첫 임상시험을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우리가 사물을 보는 건 눈이 외부의 빛을 전기 신호로 바꿔 뇌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인데요. 이 과정에서 가교 역할을 하는 게 '망막 신경절 세포'입니다. 여기가 손상되면 뇌가 정보를 제대로 받지 못해 시력이 점점 떨어질 수 있습니다.

'ER-100'의 목표는 나이 들고 망가진 망막 신경절 세포를 치료하는 거예요. 망막 신경절 세포에 'OSK'라는 세 가지 특별한 유전자를 전달해요. OSK는 세포의 시간을 되돌리는 연구로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야마나카 신야 교토대 교수 이름에서 딴 '야마나카 인자'의 일부입니다. 눈에 들어간 OSK는 세포가 젊은 세포처럼 일하도록 도와요. 젊은 세포들이 활용하는 설계도를 찾아 활성화하고, 노화와 함께 비정상적으로 켜졌던 일부 유전자는 억제하죠. 쉽게 말해 집 안에 켜 놔야 하는 스위치는 켜고, 필요 없는 스위치는 끄는 셈이랍니다. 나이 든 세포가 다시 젊을 때처럼 건강하게 일하도록 만들어 시력 회복 효과를 기대하는 겁니다. 과학자들은 이런 기술을 '세포 재프로그래밍'이라고 부른답니다.



불로장생의 꿈, 이룰 수 있을까?

라이프 바이오사이언시스 외에도 많은 기업이 노화를 되돌리는 연구를 진행 중이에요. 미국 기업인 '알토스 랩스'​는 세포가 늙는 원리를 밝히는 데 노력하고 있지요. 그 원리를 더 명확하게 알고 몸속 여러 세포를 다시 건강하게 만든다면, 단순히 하나의 질병을 치료하기보다 여러 질병 치료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또 다른 미국 기업 '레트로 바이오사이언시스'는 나이 든 세포가 자가포식(오토파지)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을 연구합니다. 자가포식이란 세포가 스스로 몸속 노폐물을 청소하는 일종의 자정 능력을 말해요. 이 기술이 제대로 개발된다면 인간의 건강 수명을 10년 더 늘릴 것으로 기대된답니다.

'줄기세포'라는 말을 한 번쯤 들어보지 않았나요? 이 줄기세포를 활용하는 연구도 이뤄지고 있어요. 줄기세포는 여러 종류의 세포로 자랄 수 있는 특별한 세포예요. 과학자들은 줄기세포를 이용해 손상된 조직에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 넣는 치료법을 연구하고 있지요. 마치 낡은 부품을 새 부품으로 교체하는 것과 같아요.

물론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습니다. 세포를 너무 젊은 상태로 되돌리면 원래 맡고 있던 역할을 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또 암(癌)도 발생할 수 있는 대표적 부작용으로 꼽혀요. 예상치 못한 염증이나 통증이 생길 수도 있지요.

이처럼 어려움들이 많지만, 과학자들은 꿈을 갖고 계속 연구 중이랍니다. 노화를 피할 수 없는 자연현상으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더 오래 건강하게 살아갈 방법을 찾겠다는 꿈이죠. 기술 개발에 속도가 붙는다면 시력 저하뿐 아니라 치매와 심장병, 근육 감소처럼 나이가 들며 생기는 다양한 질병과 현상을 치료하거나 억제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과연 인류는 오랜 꿈이었던 불로장생을 달성해낼 수 있을까요?


이윤선 과학칼럼니스트 기획·구성=김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