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꼭 읽어야하는 고전] 2500년 전 사랑·희망·존경 담긴 노래 '절차탁마'라는 말도 여기서 나왔대요
입력 : 2026.07.13 03:30
아주 오래된 시와 사랑이야기
유교의 경서(經書·옛 성현들이 사상과 교리를 써 놓은 책) 중 하나인 '시경(詩經)'은 2500~3000년 전 중국에서 유행하던 노래 가운데 305편의 가사를 모아 정리한 책입니다. 노래 가사 한 편은 시(詩) 한 편과 같지요. 옛 임금들은 유행하는 노래를 통해 백성들의 마음을 살폈습니다. 첫 노래는 사랑 노래 '물수리'입니다. 강 건너 마을에 갔다가 본 아가씨가 자꾸 떠오릅니다. 청년은 곧 슬퍼집니다. '나는 이렇게 그리워하는데 그 아가씨는 나를 기억하기나 할까?'
강 건너 마을에 다시 가기 망설여집니다. 내 마음을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면 아가씨가 곤란해질 테니까요. 강가 물수리 울음소리가 꼭 자기 가슴속 울음소리 같아 이렇게 노래합니다. "구욱구욱 물수리는 강가 숲속에서 우는데, 대장부의 좋은 배필, 아리따운 아가씨 어디 있는가. 올망졸망 마름풀 이리저리 헤치며 뜯노라니, 아리따운 아가씨, 자나 깨나 그립네. 그리워도 얻지 못해 자나 깨나 생각하니, 그리움 끝이 없어 이리 뒤척 저리 뒤척."
'기수(淇水) 물굽이'라는 시는 자연의 위대함으로 인간의 훌륭함을 표현합니다. 기수는 중국 북부를 흐르는 긴 강, 황하의 지류입니다. "기수의 물굽이 바라보니 왕골과 마디풀 우거졌네. 훌륭하신 우리 님이여! 깎고 다듬고 쪼고 간 듯하시네. 묵직하고 위엄 있고 훤하고 의젓하시니, 훌륭하신 우리 님이여! 내내 잊을 수 없으리."
묵직하고 위엄 있게 흐르는 기수는 오랜 세월 강물이 기슭을 깎아 물길을 만들어 완성됐습니다. 사람도 꾸준히 다듬고 단련해야 훤하고 의젓하며 훌륭한 사람이 됩니다. "깎고 다듬고 쪼고 간 듯하시네"라는 부분은 '옥이나 돌을 갈고 닦듯 학문과 덕행을 닦는다'는 의미의 '절차탁마(切磋琢磨)'라는 말을 낳았습니다.
시경의 '북풍'은 가혹한 정치에 시달리는 백성들의 목소리입니다. 전쟁이 잦았던 시대 백성들은 전장으로 내몰리며 가족을 잃고, 무거운 세금과 노역에 시달렸습니다. "북풍은 씽씽 불고 눈이 펄펄 날린다. 점잖고 나를 좋아하는 이와 손잡고 도망쳐 버릴까? 어이 우물쭈물하랴! 빨리 떠나야지." 가혹한 정치를 피해 어디로든 떠나고 싶지만, 떠난다고 더 잘살 수 있으리란 확신이 없습니다. 그래도 "빨리 떠나야지"라며 재촉하는 것입니다.
시경의 시들은 특정한 사람이 창작한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 수많은 이의 입에 오르내리며 시라는 형식을 갖추게 된 것입니다. 책의 저자는 2500여 년 전 사람들과 우리의 마음이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을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시경을 읽는 커다란 기쁨이라고 말합니다. 수천 년 시간을 오가며, 오늘날 나의 마음과 옛사람들의 마음이 통하는 것이지요. 시대를 뛰어넘어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고 움직이는 것. 그것이 바로 고전의 매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