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클래식 따라잡기] 연주하기 까다롭지만 웅장한 음색으로 사랑받고 있어요

입력 : 2026.07.13 03:30

금관악기

매년 여름, 제주에서는 세계적인 관악 축제인 '제주 국제 관악제'가 열립니다. 제31회인 올해 행사는 8월 8일 개막 공연을 시작으로 15일까지 제주문예회관과 탑동해변공연장 등에서 진행되는데, 28개국 3900여 명의 음악가가 참여합니다.

2000년부터는 콩쿠르도 함께 개최되고 있는데요. 주로 금관악기 경연이 펼쳐집니다. 서울대 음대 교수인 김홍박(호른), 성재창(트럼펫) 등이 이 대회에서 실력을 뽐내 입상한 적이 있답니다. 올해는 베이스 트롬본, 유포니움, 튜바와 타악기 부문 대회가 열려요.

웅장하지만 소리 내기 까다로운 금관악기

과거에는 재질에 따라 금속이나 놋쇠로 만든 관악기를 금관악기로 분류했습니다. 하지만 악기의 재질이 다양해진 지금은 소리 내는 원리로 구분하죠. 금관악기는 마우스피스에 입술을 대고서 호흡의 세기와 입 주변 근육의 압력, 입술의 진동 등을 조절해서 소리를 내는 악기를 뜻해요. 반면 목관악기는 리드(얇은 진동판)를 사용하거나 공기를 내부로 직접 불어넣어 소리를 내는 악기를 말합니다.

금관악기의 구조는 대개 나팔 모양의 끝부분인 벨, 관, 그리고 손가락으로 조절하는 밸브나 피스톤으로 이루어집니다. 고음의 트럼펫, 중음의 호른과 트롬본, 저음의 튜바가 대표적이죠. 오케스트라에서 웅장하고 압도적인 음량으로 극적인 효과를 내지만, 연주자에게는 소리 내기부터 음정·강약 조절이 매우 까다로운 악기입니다.

고대부터 전해져 온 트럼펫

벨과 세 개의 밸브, 구부러진 금속관으로 이루어진 트럼펫은 금관악기 중 크기가 가장 작고, 음역은 가장 높습니다. 고대 이집트 투탕카멘의 무덤에서 각각 청동과 은으로 만들어진 트럼펫이 발굴됐을 정도로 그 역사가 길어요. 17~18세기 바로크 시대에는 고음의 남성 소프라노인 '카스트라토'와 화려한 기교 대결을 펼치기도 했지요.

트럼펫은 종교 의식, 추모 행사, 축제나 행진의 팡파르 등에서 두루 쓰입니다. 1999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한국을 찾아 현충원을 참배했을 때, 트럼페터(트럼펫 연주자) 성재창이 진혼곡(죽은 이를 위로하기 위한 음악)을 연주하기도 했어요. 트럼펫은 훌륭한 독주 악기이면서도, 오케스트라와 금관 합주에선 선율을 담당합니다.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 E플랫장조' 3악장을 들어보셨나요? 부모님 세대에게 익숙한 프로그램 '장학퀴즈'의 상징 음악이자,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도 등장해요. 이 곡은 트럼펫 최고의 걸작으로 꼽힙니다. <기사 아래 QR코드를 찍어 들어보세요.>

대표적인 금관악기 '트럼펫'입니다. 종교 의식, 추모 행사 등에서 두루 쓰여요.
대표적인 금관악기 '트럼펫'입니다. 종교 의식, 추모 행사 등에서 두루 쓰여요.
투탕카멘 무덤에서 발견된 고대 이집트의 트럼펫입니다. 3000년 동안 잠들어 있다가 1922년 발견됐습니다.
투탕카멘 무덤에서 발견된 고대 이집트의 트럼펫입니다. 3000년 동안 잠들어 있다가 1922년 발견됐습니다.
지난 5월 5일 미8군 군악대의 트롬본 연주자들이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어린이날 행사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어요.
지난 5월 5일 미8군 군악대의 트롬본 연주자들이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어린이날 행사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어요.
금관 5중주단 '캐나디언 브라스'. 왼쪽부터 호른, 트롬본, 트럼펫(2대), 튜바 연주자입니다. /위키피디아·뉴시스·인스타그램 canadianbrass
금관 5중주단 '캐나디언 브라스'. 왼쪽부터 호른, 트롬본, 트럼펫(2대), 튜바 연주자입니다. /위키피디아·뉴시스·인스타그램 canadianbrass
호른과 트롬본

호른은 다루기 까다로운 악기입니다. 과거 기네스북이 '세계에서 가장 연주하기 어려운 악기'로 선정했을 정도예요. 호르니스트(호른 연주자)가 같은 핑거링(운지법)으로 낼 수 있는 음정의 개수가 10개가 넘고, 호흡과 입술의 미세한 흔들림에도 다른 음정이 나버리곤 합니다. 그럼에도 관현악곡 중간에 나오는 호른 독주는 비할 데 없이 아름답습니다. 또 개성 강한 목관악기들 사이에서 전체를 푸근하게 아우르는 매력 덕분에, 금관악기 중 유일하게 목관5중주에 포함됩니다.

트롬본 역시 연주하기 까다롭습니다. 군악대가 행진할 때 맨 앞줄에 서는 이들이 트롬보니스트(트롬본 연주자)인데요. 앞뒤로 밀고 당기며 음정을 조절하는 기다란 '슬라이드'가 앞사람을 찌르지 않게 하기 위해서랍니다. 정확한 음정을 내려면 이 슬라이드를 수 밀리미터(㎜) 단위로 미세하게 조절해야 해요. 그만큼 연주하기가 힘들지만, 또 그 덕분에 금관악기 중 반음계를 가장 자유롭고 매끄럽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혜성처럼 등장한 튜바

금관악기의 막내는 1835년에 발명된 '튜바'입니다. 지름 40㎝에 달하는 커다란 벨을 하늘을 향한 채 연주하기 때문에 연주자의 얼굴이 가려지기도 하죠. 악기가 크고 무거운 만큼 깊고 낮은 음역을 담당합니다. 등장과 동시에 주목받기 시작했는데요. 프랑스의 작곡가 베를리오즈, 독일의 오페라 작곡가 바그너 같은 거장들의 선택을 받으며 개발 10여 년 만에 오케스트라의 핵심 저음 악기로 자리 잡았습니다.

튜바의 친척 격인 악기들도 흥미롭습니다. 미국의 작곡가이자 해병대 밴드 지휘자였던 존 필립 수자의 이름을 딴 '수자폰'은 행진하기 편하게 만들어졌어요. 관이 연주자의 어깨를 둥글게 감싸고 벨이 머리 위에서 앞쪽을 향하고 있죠. 힘차고 경쾌한 행진곡에서 저음을 책임집니다. 중음역대의 '유포니움'은 오케스트라보다는 금관 합주나 재즈에서 활약합니다.

작곡가 바그너가 '니벨룽의 반지'를 위해 고안한 '바그너튜바'는 튜바와 호른의 특징이 결합돼 있는 금관악기입니다. 호른과 같은 마우스피스와 운지법을 공유하기 때문에 오케스트라에서는 호른 연주자가 연주합니다.

금관5중주의 세계

금관5중주는 금관악기의 매력이 가장 빛나는 순간입니다. 트럼펫 2대, 호른, 트롬본, 그리고 튜바(혹은 베이스트롬본)가 모여요. 19세기 후반 처음 등장했습니다.

대표적인 금관5중주단으로는 '캐나디언 브라스(Canadian Brass)'가 있습니다. 1970년 캐나다 오케스트라의 수석 주자들이 모여 창단한 팀이죠. 이들은 르네상스와 바로크, 고전 시대의 클래식 작품을 금관5중주로 편곡해 선보이는 것은 물론, 팝·재즈·캐럴까지 아우르며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금관5중주의 재미와 매력을 널리 알리고 있습니다.

[클래식 따라잡기] 연주하기 까다롭지만 웅장한 음색으로 사랑받고 있어요
지면에 표기된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베를린 필하모닉 카라얀 아카데미의 트럼펫 협주곡 E플랫장조 3악장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김지현 작가•'클래식을 읽는 시간' 저자 기획·구성=김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