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산 이야기] 신선이 사는 듯한 계곡… 왜적 침입 맞선 천혜의 요새였대요

입력 : 2026.07.06 03:30

무릉계곡

내일(7일)은 24절기 중 11번째 절기인 '소서'입니다. 소서는 '작은(小) 더위(暑)'라는 뜻으로 이 무렵부터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됩니다. 올여름 피서를 즐길 곳으로 시원한 폭포 소리가 들리는 강원 동해시 무릉계곡은 어떨까요?

계곡 이름은 옛날 중국 시인 도연명이 지은 '도화원기'에 나오는 신선이 사는 낙원 '무릉도원(武陵桃源)'에서 따왔습니다. 조선 선조 때 삼척부사로 부임했던 신광한이 이곳 경치에 감탄해 '무릉계곡'이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하죠. 깎아지른 절벽과 울창한 숲, 수백 명이 앉아도 남을 만큼 거대하고 평평한 흰 바위가 맑은 물과 어우러져, 마치 신선이 사는 것 같은 느낌을 들게 했대요.

무릉계곡의 명물인 쌍폭포. 비 온 뒤 가면 멋진 물줄기를 볼 수 있대요. /영상미디어
무릉계곡의 명물인 쌍폭포. 비 온 뒤 가면 멋진 물줄기를 볼 수 있대요. /영상미디어
무릉계곡은 백두대간 줄기인 두타산(1357m)과 청옥산(1407m)에서 흘러내린 물줄기입니다. 등산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원래 이곳은 힘들기로 악명 높았어요. 두타산의 두타(頭陀)는 원래 '마음속의 번뇌와 탐욕을 털어버리는 수행'을 뜻하는 말인데, 등산객 사이에선 우스갯소리로 '머리 두(頭)'에 '때릴 타(打)'를 써서 '골 때리는 산'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동해시가 2021년 베틀바위 전망대와 마천루 전망대를 만들어 아름다운 경치를 즐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케이블카처럼 자연을 해치는 대형 공사를 하지 않고도 산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거예요. 그래서 이젠 당일 산행 코스로 무릉계곡을 위아래에서 입체적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명소는 '베틀바위'입니다. 바위의 모습이 마치 베를 짜는 베틀처럼 보여서 생긴 이름입니다. 뾰족하게 솟은 바위 모양이 상어 이빨처럼 날카로우면서도 웅장해요. 이국적인 풍경 덕분에 '한국의 장가계(중국의 유명한 바위 산)'라는 별명도 생겼답니다. 마천루는 무릉계곡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데크 전망대입니다.

무릉계곡의 하이라이트는 쌍폭포와 용추폭포입니다. 쌍폭포는 좌우 양쪽에서 쏟아져 내리는 폭포가 장관을 이뤄요. 무릉계곡은 몰라도 '쌍폭포'는 사진이나 영상으로 접한 사람이 많습니다. 비가 온 뒤에 가야 멋진 양쪽 물줄기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용추폭포는 폭포 위에 숨은 폭포가 있고, 또 위에 숨은 폭포가 있는 3단 폭포입니다.

무릉계곡은 우리 선조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산길을 걷다 보면 돌로 쌓은 오래된 '두타산성'의 흔적을 볼 수 있어요. 과거 적을 막기 위해 쌓은 천혜의 요새였습니다. 임진왜란 당시에는 의병들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이곳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이기도 했어요. 또 무릉계곡 입구에는 수백 명이 한꺼번에 앉을 수 있을 만큼 넓고 평평한 '무릉반석'이 있는데요. 옛날 이곳을 찾았던 수많은 시인과 학자가 아름다운 자연에 감탄하며 바위 위에 새겨놓은 수많은 글씨(암각서)가 오늘날까지 그대로 남아 있답니다. 마치 야외 박물관에 온 듯한 느낌을 줘요. 무더위에 지칠 때쯤, 번뇌를 털어내 준다는 두타산 아래에서 시원한 폭포 소리를 들으며 선조들의 역사와 자연의 신비를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신준범 월간 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