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AI보다 부정확한 인간의 기억… 불완전 속에서 창의력 싹터요

입력 : 2026.07.06 03:30

마음을 담은 기계

[재밌다, 이 책] AI보다 부정확한 인간의 기억… 불완전 속에서 창의력 싹터요
정수근 지음|출판사 심심|가격 2만원

책 '마음을 담은 기계'의 저자는 인지심리학자입니다. 인지심리학은 인간 마음의 움직임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에요. 인간이 정보와 지식을 얻고, 이를 머릿속에 저장하고 활용하는 등 정신 과정에 대해 공부하죠. 이 같은 사람 마음의 움직임을 본떠 만든 게 인공지능(AI)입니다. 인공지능은 사람의 마음을 담은 기계인 셈이죠. 그렇게 만든 AI는 인간의 마음과 비슷하기도 하지만, 다른 점도 많답니다.

글이나 음성을 통해 인간과 대화할 수 있는 챗봇도 인간처럼 '기억'을 합니다. 챗봇의 기억이 더 정확하다고도 볼 수 있어요. 인간의 기억은 경험을 있는 그대로 저장하지 않거든요.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잊히거나 왜곡되기도 합니다. 요약하자면 인간의 기억은 챗봇의 기억보다 부정확합니다.

그렇다면 챗봇이 인간보다 뛰어난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인간은 기억을 되살리는 과정에서 자기도 모르게 기억 내용을 바꿔버리는데, 이 과정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기억이 달라지기에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도 하고요. 부정확한 기억이 오히려 창의력과 적응력의 바탕이 될 수 있는 겁니다.

인공지능이 발달해도 인간의 중요한 역할은 사라지지 않아요. 인간은 큰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어떻게 실행할지 지시합니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지시에 따라 효율적으로 계획이 실행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명령을 내리는 것은 인간입니다. 그리고 인공지능이 만든 결과물이 적절한지 판단하는 것도 인간입니다. 이런 과정을 인공지능이 대신해줄 수는 없어요. 인공지능 사용이 수학 성적에 미친 영향을 실험한 결과, 인공지능을 자유롭게 활용해 공부한 학생들의 성적이 가장 낮았다고 합니다. 인간이 인공지능에 계속 기대면, 이해하고 생각하는 기능이 떨어지게 됩니다. 당장의 편리함은 누릴 수 있지만, 결국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는 거예요.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인공지능이 창의성까지 갖추게 되진 않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인간이 만든 학습 데이터를 바탕으로 움직입니다.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지는 못합니다. 원숭이가 피아노 건반을 내리치다가 우연히 아름다운 멜로디를 쳤다고 해서 우리는 원숭이를 창의적인 음악가라고 부르진 않습니다. 결과물에 깃든 의도, 노력, 마음까지 모두 포함해 창의성을 평가하는 거니까요.

그렇다고 인공지능을 무작정 낮추어 보는 태도도 좋지 않아요. 우리는 우리와 비슷한 인공지능을 통해 인간의 마음을 엿볼 수도 있거든요. 저자는 인공지능이 우리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 같다고 말합니다. 인간과 인공지능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우월한지 따지기보다는, 그 둘의 비슷한 점과 차이점을 탐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 탐구 과정을 통해 우리는 인간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표정훈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