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한입 테크 사전] AI 발전 거듭할수록 우리만의 튼튼한 AI 방패 가져야 한대요

입력 : 2026.07.02 03:30

페이블과 소버린 AI

지난달 미국 회사 앤트로픽이 '페이블(Fable)'이라는 새 인공지능(AI)을 공개했어요. 일반에 공개된 AI 중 '역대 최고 수준'이라는 말이 붙을 정도로 아주 똑똑한 모델입니다. 그런데 미국 정부가 '미국인이 아닌 외국인'이 페이블을 사용하는 걸 막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2주가 넘는 통제 끝에 금지 처분을 해제하긴 했지만, 미국 정부의 결정은 한국에서도 큰 화제였어요. 그렇다면 미국은 왜 국적을 기준으로 최상위 AI 사용 가능 여부를 나눈 걸까요?

페이블의 바탕에는 '미토스(Mythos)'라는 더 강력한 모델이 숨어있습니다. 미토스는 컴퓨터 프로그램 속에 숨은 약점, 즉 보안 취약점을 찾아내는 데 아주 뛰어난 능력을 보였어요. 보안 취약점이란 프로그램에 난 작은 구멍 같은 걸 말합니다. 나쁜 마음을 먹은 사람이 그 구멍을 발견하면 몰래 컴퓨터 안으로 들어와 정보를 훔쳐 갈 수 있죠. 실제로 한 회사가 자사의 인터넷 브라우저의 소스 코드를 미토스에게 살펴보게 했더니 무려 271개나 되는 구멍을 한꺼번에 찾아내 화제가 됐어요. 그 중에는 20년 묵은 구멍도 있었어요.

원래 매달 20~30개의 보안 취약점이 발견됐으나, ‘미토스’ 도입 후 4월에만 423개를 찾았습니다. /모질라 핵스
원래 매달 20~30개의 보안 취약점이 발견됐으나, ‘미토스’ 도입 후 4월에만 423개를 찾았습니다. /모질라 핵스
문제는 이런 능력이 양날의 검이라는 점이에요. 좋은 일에 쓰면 약점을 미리 찾아 막아 주는 튼튼한 방패가 되지만, 나쁜 마음을 먹고 쓰면 남을 공격하는 날카로운 창이 되거든요. 미국 정부는 이렇게 강력한 AI가 다른 나라에서 위험한 무기로 쓰일까 봐 걱정했어요. 페이블은 기업용인 미토스에서 위험한 기능을 막고 안전장치를 걸어 일반인도 쓸 수 있도록 한 모델이었지만 미국 정부는 이마저도 허용하지 않았죠.

미국 시민이 아닌 사람은 페이블을 쓸 수 없게 됐어요. 누가 미국 시민이고 아닌지를 일일이 가려내기 어려웠던 앤트로픽은 결국 페이블 서비스 전체를 멈출 수밖에 없었어요.

'정부가 AI 사용을 막는 게 맞느냐'는 비판이 일었고, 미국 정부는 결국 금지 조치를 거둬들였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AI가 이제 한 나라의 중요한 전략 자산이 되었다는 것을 보여줘요. 한 나라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다른 나라의 접근을 차단하고 국가 안보와 이익을 위해 통제할 수 있는 자산이 된 셈이죠.

그래서 요즘 자주 나오는 말이 바로 '소버린(Sovereign) AI'예요. 우리말로 풀면 '주권 AI'가 되는데요. 우리나라의 기술과 인재, 데이터로 우리만의 AI를 직접 만드는 것을 뜻해요. 남이 만든 AI에만 기대면 그 나라가 문을 닫는 순간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돼요. 날카로운 창이 날아오는데 막을 방패가 없는 셈이죠. 하지만 우리 손으로 만든 든든한 AI가 있다면 걱정이 없겠죠? 이번 일은 왜 우리도 우리만의 튼튼한 AI 방패를 가져야 하는지를 잘 보여 준 사건이랍니다. 
박상길 디노티시아 LLM 팀장·'비전공자도 이해할 수 있는 챗GPT'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