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부모 모두 새끼 '젖' 먹일 수 있는 물새… 붉은 깃털 갖게 된 이유는?

입력 : 2026.07.01 03:30

홍학

요즘 유럽 발칸반도의 알바니아에선 '플라밍고(홍학) 혁명'으로 불리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어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가 알바니아 해안에 리조트를 지으려 하자, 환경운동가들과 주민들이 이 일대의 홍학 등 동물 서식지 파괴를 우려하며 반대 시위를 벌여 이런 이름이 붙었답니다. 이 시위에는 분홍빛 홍학 인형도 등장했죠.

불그스름한 깃털과 기다란 목, 구부러진 부리가 인상적인 홍학은 중남미·아프리카·유럽·인도 등에 분포하는 물새예요. 맵시 있고 날렵한 홍학들이 일제히 날아올라 하늘을 뒤덮는 장면을 보면 절로 탄성이 나오죠. 홍학은 사는 지역에 따라 빨강, 주황 또는 분홍색을 하고 있는데요. 이는 식성과 관계가 있답니다. 홍학은 바닷가나 소금기를 머금은 거대한 호숫가에 주로 살면서 물속의 작은 갑각류와 수중 식물인 조류(藻類)를 먹는데요. 이런 먹잇감에 들어 있는 카로티노이드라는 색소가 몸 색깔을 불그스름하게 만들어준답니다.

붉은 깃털이 매력적인 홍학입니다. /위키피디아
붉은 깃털이 매력적인 홍학입니다. /위키피디아
홍학의 사냥 방법은 독특합니다. 구부러진 부리를 물속에 넣고 혀를 재빨리 움직여 물을 빨아들여요. 그다음 부리 위아래가 맞물리는 부분에 난 촘촘한 잔털로 물은 걸러낸 뒤, 남은 먹잇감을 목구멍으로 넘긴답니다. 거대한 고래들이 물을 빨아들인 뒤 수염으로 플랑크톤만 걸러내 먹는 것과 비슷한 방법이죠.

케냐의 나쿠루호, 페루와 볼리비아 경계에 있는 티티카카호 등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홍학 서식지입니다. 홍학은 무리 생활을 하는데요. 그 숫자가 적게는 몇천 마리에서 많게는 10만마리에 이른답니다. 무리가 클수록 위협에 노출될 가능성은 낮아지고, 번식 성공률도 높아져요. 홍학은 목을 길게 세우고 머리를 좌우로 흔들거나, 한 방향으로 걷다가 갑자기 방향을 바꾸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구애 행동을 합니다.

번식철이 되면 암수가 짝을 이뤄 둥지를 만듭니다. 진흙으로 만든 최고 높이 60㎝의 보금자리죠. 뜨거운 지열 때문에 낳은 알이 손상되는 걸 막기 위해 이런 모양의 둥지를 짓는 거랍니다. 대부분의 새는 부모 새가 직접 먹이를 물어다 새끼에게 먹여 키우지만, 홍학은 이에 그치지 않고 새끼에게 일종의 '젖'을 먹인답니다. 성장에 도움이 되는 영양소가 들어 있는 '크롭밀크(crop milk)'라는 물질을 게워내 새끼에게 먹이죠. 크롭밀크는 암컷뿐 아니라 수컷에게도 나오는데, 여기에는 홍학의 몸 색깔을 불그스름하게 해주는 색소 성분도 들어 있어요. 그래서 홍학이 크롭밀크를 먹이는 장면을 처음 본 사람들은 '제 새끼에게 피를 먹이는구나'라고 착각하기도 한대요. 크롭밀크에 색소 성분이 들어가다 보니 '수유 기간'에는 부모 새의 몸 색깔이 잠시 하얗게 바래기도 해요. 홍학뿐 아니라 비둘기, 펭귄 등 일부 동물도 크롭밀크를 새끼에게 먹인대요.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