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수억년 전 과거 간직한 암석층, '꿈의 배'가 탐사한대요

입력 : 2026.06.30 03:30

맨틀

우리는 지구와 멀리 떨어진 화성으로 우주 탐사선을 쏘아 올리는 등 태양계 끝자락 행성들의 비밀을 밝혀내는 시대에 살고 있어요. 그런데 정작 우리가 매일 밟고 살아가는 지구의 속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놀랍게도 거의 아는 게 없습니다. 반지름이 6400㎞에 달하는 지구의 가장 겉부분인 '지각'을 끝까지 파서 내려간 적도 없습니다. 지구를 삶은 달걀에 비유하자면 껍데기도 못 벗긴 셈이죠.

이 껍데기 바로 밑에는 거대한 흰자에 해당하는 '맨틀'이 있어요. 미지의 세계죠. 만약 이 부분에 도달한다면 지구의 비밀을 푸는 데 한층 더 가까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인류가 이 베일을 벗기기 위한 여정에 나섭니다. 바다 밑바닥에 구멍을 뚫는 특수한 배, 시추선 '멍샹호'가 그 주인공이랍니다.

지구 부피의 84% 차지하는 맨틀

지구는 겉에서부터 지각, 맨틀, 외핵, 내핵 순으로 이뤄져 있어요. 먼저 지각은 우리가 발을 디디고 사는 단단한 지구 표면이에요. 두께는 30~70㎞입니다. 지각 아래부터 지하 2900㎞까지는 거대한 암석층인 맨틀이 펼쳐져 있지요. 지구 전체 부피의 약 84%를 차지한답니다. 맨틀 아래부터 약 5100㎞ 지점까지는 액체 상태의 외핵이, 거기서부터 지구의 중심인 6400㎞ 지점까지는 고체 상태의 내핵이 각각 있답니다.

맨틀은 아주 뜨겁답니다. 온도가 섭씨 1000도를 넘고, 외핵 근처로 가면 4000도까지 치솟죠. 이 열기 때문에 단단한 바위가 치즈처럼 말랑하게 녹아 아주 천천히 움직이고 있어요. 주전자 속 끓는 물이 빙글빙글 위아래로 대류 운동(뜨거운 것이 올라가고 차가운 것이 아래로 내려오는 현상)을 하듯, 맨틀도 특정 지역에서 위로 솟구치고 다른 지역에선 아래로 가라앉는 현상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과학] 수억년 전 과거 간직한 암석층, '꿈의 배'가 탐사한대요
지구 초창기 모습 간직한 역사책

맨틀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지구과학 연구 수준은 크게 성장할 거예요. 먼저 지진과 화산 현상을 더욱 정밀히 분석하게 됩니다. 지구 표면은 '판'이라는 여러 조각으로 쪼개져 있는데, 이 판들은 제자리에 가만히 있지 않고 아주 미세하게 움직입니다. 판이 이동하는 건 맨틀의 대류 운동 때문이에요. 맨틀의 흐름에 맞춰 판도 서서히 자리를 옮기는 거죠. 그러다 서로 다른 판끼리 부딪치거나 엇갈리면, 한쪽 판이 다른 판 밑으로 밀려 들어가고 지각과 맨틀 윗부분의 암석층이 휘어지거나 압축돼요. 그리고 어느 시점에 이르러 암석층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는 순간, 지각이 '퍽' 하고 갈라지며 흔들리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지진이에요. 화산도 마찬가지입니다. 판들이 부딪칠 때 생기는 뜨거운 마찰열로 바위가 녹아 마그마가 되고, 이 마그마가 쌓였다가 땅 위로 치솟는 게 화산 폭발이랍니다. 즉, 인류에게 위협적인 자연재해인 지진, 화산의 배경에는 맨틀의 대류 운동이 있습니다. 그래서 인류가 맨틀의 성분과 구조를 직접 확인한다면 지진과 화산이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훨씬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지요.

아울러 맨틀은 지구 태초의 모습을 간직한 '역사책'이기도 합니다. 지표면의 돌들은 수억 년 동안 비바람에 깎이고 변했지만, 맨틀 속 물질은 지구가 처음 태어났을 때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요. 그래서 맨틀을 분석하면 지구의 과거를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멍샹호, '꿈'의 시추선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학술지 '네이처'는 올해 주목할 과학계 이슈를 꼽았는데요. 그중 하나가 중국의 시추선 '멍샹호'였습니다. 지각을 넘어 맨틀까지 도달하는 구멍을 뚫는 임무를 올해 하반기부터 시작할 예정입니다. 멍샹(夢想)은 '꿈'을 의미합니다. 과학계 숙원이었던 '지구 내부 탐사'라는 꿈을 안고, 세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출격하는 것이죠.

멍샹호는 길이 179.8m, 폭 32.8m에 달하는 대형 선박입니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시추를 시작하는 곳으로 왜 땅이 아닌 바다를 택했을까요? 사실 인류는 육지에서 12.2㎞까지는 파고 들어간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각의 두께가 30~70㎞이니 맨틀에는 크게 못 미친 겁니다. 그런데 바다는 지각 두께가 이보다 훨씬 얇습니다. 5~10㎞ 정도죠. 육지의 경우 오랜 지질 활동으로 점점 두꺼워진 반면 바다는 그렇지 않았던 겁니다. 그래서 인류는 맨틀에 도달하기 위해 바다로 눈을 돌렸습니다. 맨틀로 가는 '지름길'을 택한 셈이죠. 멍샹호는 11㎞까지 파이프를 내리게 됩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산(8848m)을 거꾸로 뒤집어 넣고도 또 한참을 들어가야 하는 엄청난 깊이입니다.

하지만 바다 시추는 상당히 까다로워요. 거센 파도와 엄청난 수압을 견뎌야 하고, 장비를 부식시키는 바닷물과도 싸워야 합니다. 출렁이는 바다 위에서 파이프를 심해 정확한 지점에 내리꽂는 것은 우주선을 쏘아 올리는 것만큼이나 정밀하고 어려운 기술이에요. 그래서 멍샹호는 각종 최신 기술을 활용합니다. 멍샹호는 AI 기술을 기반으로 복잡한 데이터를 정밀하게 계산해 시추하며, 역시 AI가 탑재된 해저 로봇은 어두운 바다에서도 정확한 위치를 찾아내며 멍샹호를 돕게 됩니다.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기획·구성=김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