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진분홍 명주실 펼친듯한 모양… 밤이면 잎 맞대 '부부 금슬' 상징한대요

입력 : 2026.06.29 03:30

자귀나무

6~7월 숲이나 공원에서 진분홍 명주실을 부채처럼 펼쳐 놓은 듯한 아름다운 꽃이 피는 나무가 있습니다. 바로 자귀나무입니다.

자귀나무 꽃은 볼수록 신기하게 생겼어요. 붉은 명주실처럼 가늘게 생긴 게 자귀나무 수꽃의 수술입니다. 이 수술이 25개 정도 모여 부채처럼 퍼져 있죠. 각각의 끝에는 작은 구슬 같은 것이 보일 듯 말 듯 달려 있습니다. 암꽃은 수꽃 사이에서 미처 터지지 않은 꽃봉오리처럼 봉긋한 망울들을 맺고 있어요. 특히 진분홍색에서 아래로 갈수록 밝은색으로 변해 가는 꽃잎의 그라데이션(gradation·한 색에서 다른 색으로 점진적으로 변해 가는 것)이 일품이랍니다.

자귀나무 꽃입니다. 모양이 예쁜 데다 향기도 좋답니다. /김민철 기자
자귀나무 꽃입니다. 모양이 예쁜 데다 향기도 좋답니다. /김민철 기자
꽃이 피면 엷게 퍼지는 향기도 맑고 싱그럽습니다. 향기가 여름 장마철에도 비를 뚫고 번져 나갈 정도죠. 꽃송이를 코끝에 가져가 보면 그 감촉은 부드럽고요. 이렇게 꽃도 예쁘고 향기도 좋은 데다 어디서든 잘 자라니 과거 공원이나 집 정원에 흔히 심어졌습니다.

자귀나무는 밤이 오면 양쪽으로 마주 난 잎을 서로 맞댑니다. 이를 '수면 운동'이라고 하는데요. 낮에는 햇빛에서 양분을 얻으려고 잎 면적을 최대한 넓혔다가, 밤에는 수분과 에너지가 빠져나가는 걸 막기 위해 잎을 움츠리는 겁니다. 이처럼 잎이 모여 하나가 되는 모습에 자귀나무는 합환수(合歡樹), 합혼수(合婚樹), 야합수(夜合樹) 등 다양한 별명을 갖고 있습니다. 합환, 합혼, 야합은 그 뜻은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 '함께한다'는 의미를 품고 있어요. 그래서 예로부터 신혼집 마당에 자귀나무를 심어 부부 금슬이 좋기를 기원했답니다.

이 밖에도 다양한 별명을 갖고 있는데요. 소가 잘 먹는다고 소밥나무, 소쌀나무라고 부르는 곳도 있습니다. 영어로는 비단나무(silk tree)라고 하죠. 꽃이 명주실처럼 고운 실타래를 풀어 피워낸 것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자귀나무 꽃의 아름다움을 잘 드러낸 작품은 윤후명의 소설 '둔황의 사랑'(1983)입니다. 소설에서 주인공은 서역에서 건너온 고대 악기 '공후'를 켰다는 노인을 취재하러 갔지만 노인은 이미 사망한 후였습니다. 대신 그 손녀를 만나 할아버지한테 배웠다는 고조선의 노래 '공후인'을 듣습니다. 소설에선 노래하는 소녀의 모습을 이렇게 묘사합니다. '뺨에는 자귀나무 꽃빛의 담홍색 홍조가 물들어 있었다.' 자귀나무꽃을 눈여겨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소설에 등장하는 홍조에 대한 묘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자귀나무라는 이름의 유래에 대해선 다양한 주장이 있습니다. '잠자는 데 귀신 같다'라는 표현에서 왔다는 설, 자귀(나무를 깎아 다듬는 연장의 하나)의 손잡이를 만드는 나무라서 붙은 이름이란 얘기 등등 많은 말이 나오지만 모두 확실한 건 아니랍니다. 
김민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