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꼭 읽어야 하는 고전] 첩자로 몰려 선고받은 수용소 10년형 벌이었던 벽돌 쌓기 몰입한 이유는?

입력 : 2026.06.25 03:30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꼭 읽어야 하는 고전] 첩자로 몰려 선고받은 수용소 10년형 벌이었던 벽돌 쌓기 몰입한 이유는?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지음|이영의 옮김|출판사 민음사|가격 8000원

영하 18도 추위를 두고 '벽돌 쌓기에 좋은 날씨'라고 여기는 사람이 있습니다. 생선 뼈가 든 멀건 수프 한 그릇에 마음을 빼앗기고, 온종일 강제 노동에 시달린 뒤에도 그날을 그럭저럭 운 좋은 하루로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오늘 소개할 책은 한 죄수의 평범한 하루를 바라보며 수용소라는 세계가 인간을 어떻게 길들이고 망가뜨리는지 차분하게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소설의 배경은 1951년 1월, 스탈린 독재 아래 소련의 시베리아 강제 노동 수용소입니다. 주인공 이반 데니소비치 슈호프는 원래 평범한 농부였습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에게 포로로 잡혔다가 가까스로 탈출했지만, 소련은 그를 적의 첩자로 몰아 10년형을 선고했습니다. 나라를 위해 싸운 병사가 하루아침에 국가의 적이 된 것입니다.

수용소에는 영국 해군 제독에게 기념품을 받았다는 이유로 25년형을 받은 전직 장교를 비롯해 신앙을 지키다 끌려온 청년도 있습니다. 전체주의 사회 속에서 개인의 운명이 극단적으로 바뀌어버린 거죠. 수용소에서 죄수들은 이름 대신 번호로 불립니다. 기상 시간, 점호, 몸수색 등 모든 것이 숫자로 통제됩니다. 기온이 영하 41도 아래로 내려가야 야외 노동이 면제됩니다. 게으름을 피우면 모두가 굶을 수 있기에 죄수들은 간수가 없어도 서로를 감시합니다.

저자는 이 폭력을 소리 높여 고발하는 대신, 슈호프의 하루를 아주 세밀하게 비춥니다. 아침 5시 기상, 난로 곁에서 가까스로 얻는 짧은 온기, 빵 한 조각의 맛 등이 차례로 이어집니다. 소설에서 빵 한 조각은 단순한 음식이 아닙니다. 슈호프는 200g짜리 빵을 더러운 식탁에 함부로 올려두지 않고, 조금씩 떼어 입안에서 천천히 굴리며 먹습니다. 벽돌 쌓기에 몰입하는 장면도 이 책의 핵심입니다. 수용소는 슈호프를 벌주려고 노동을 강요하지만, 그는 수직과 수평을 철저하게 맞추며 일을 제대로 해내려 합니다. 억압적인 체제도 쉽게 빼앗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자기 일을 끝까지 자기 방식으로 해내려는 마음, 반장을 실망시키지 않으려는 책임감이 슈호프를 무너지지 않게 붙듭니다.

소설의 결말은 이 하루를 더욱 날카롭게 뒤집습니다. 슈호프는 그날을 '거의 행복하다고 할 수 있는' 하루로 여깁니다. 하지만 책은 이런 날들이 3600일이 넘게 있었다고 덧붙입니다. 하루를 무사히 넘겼다는 안도감이 곧 수천 번 반복될 고통으로 바뀌어 버리는 겁니다.

저자는 실제로 8년간 수용소에 갇혀 있었습니다. 자신의 경험을 문학의 언어로 빚어낸 것이죠. 1962년 소설이 처음 발표됐을 때, 은폐되었던 강제 노동 수용소의 현실이 드러나며 소련 안팎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 작품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그는 1970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습니다. 
이진혁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