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뉴스 속 신화] 황금 욕심낸 왕… 그 대가로 외동딸도 금 돼버렸죠

입력 : 2026.06.22 03:30

미다스의 손

책이나 신문에서 '미다스의 손'이라는 표현을 본 적이 있나요? '패션계의 미다스의 손' '가요계의 미다스의 손' 같은 식이죠. 미다스의 손은 어느 한 분야에서 본인이 직접 큰 성공을 거두거나, 다른 사람이 성공하도록 돕는 사람을 뜻합니다.

특히 미다스의 손은 부(富)의 측면에서 자주 사용된답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가 특정 기업을 언급하거나 주요 인사를 만난 뒤 해당 기업의 주가가 뛰는 일이 반복되자 시장에서는 그를 미다스의 손으로 부르기도 했죠. 미다스의 손은 '미다스(midas)'의 영어식 발음을 써서 '마이다스의 손'이라고도 하는데요. 전남의 '여수예술랜드'에는 '마이다스의 손'이라는 이름의 전망대가 있어요. 사람의 거대한 오른손이 바다 쪽으로 손바닥을 편 채 내밀고 있는 모습이죠. 이곳에 올라 '부자가 되게 해주세요' 같은 소원을 비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몰릴 때는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가 좋대요. 그렇다면 미다스의 손은 어떻게 '부의 상징'이란 표현이 됐을까요? 미다스는 누구일까요?

"만지는 것 모두 황금이 되게 해주세요"

미다스는 그리스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왕국 '프리기아'의 왕이었습니다. 하루는 미다스의 신하들이 국경 근처 산속에서 술에 취해 자고 있던 어떤 노인을 잡아 왔습니다. 신하들은 노인을 의심했지만, 미다스는 그 노인이 '포도주의 신' 디오니소스의 스승 실레노스라는 사실을 한 번에 알아챘어요. 미다스는 이 노인을 극진히 대접하면 보상을 받으리란 생각을 했습니다. 연회를 열어 노인을 정중히 모신 뒤 돌려보냈죠.

얼마 후 디오니소스가 스승에게 사실을 전해 듣고 미다스 왕을 불렀어요. 미다스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찾아갔습니다. 디오니소스는 스승을 잘 대해 줘서 고맙다며 소원을 하나 들어주겠다고 말했어요. 미다스는 기다렸다는 듯 자신이 손으로 만지는 건 모두 황금이 되게 해 달라고 얘기했습니다. 디오니소스는 미다스의 소원을 들어줬지만, 무척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어요. 왕이 어리석다고 여긴 겁니다.

미다스가 자신의 딸을 안았다가 딸이 황금으로 변한 장면의 그림입니다. 영국 화가 월터 크레인(1845~1915)이 1893년 그렸죠.
미다스가 자신의 딸을 안았다가 딸이 황금으로 변한 장면의 그림입니다. 영국 화가 월터 크레인(1845~1915)이 1893년 그렸죠.
미다스가 손으로 황금을 만드는 능력을 없애려 팍톨로스강에 가서 몸을 씻는 모습이에요. 이탈리아 화가 바르톨로메오 만프레디(1582~1622)가 17세기에 그렸습니다.
미다스가 손으로 황금을 만드는 능력을 없애려 팍톨로스강에 가서 몸을 씻는 모습이에요. 이탈리아 화가 바르톨로메오 만프레디(1582~1622)가 17세기에 그렸습니다.
이탈리아 화가 피에트로 비안키(1694~1740)의 '미다스의 심판'이란 제목의 그림입니다. 음악의 신 아폴론은 미다스가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의 귀를 잡아당겨 당나귀 귀처럼 길게 만들어버렸다고 해요. /위키피디아•위키미디어
이탈리아 화가 피에트로 비안키(1694~1740)의 '미다스의 심판'이란 제목의 그림입니다. 음악의 신 아폴론은 미다스가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의 귀를 잡아당겨 당나귀 귀처럼 길게 만들어버렸다고 해요. /위키피디아•위키미디어
황금으로 변해 버린 딸

손으로 황금을 만드는 능력을 얻은 미다스는 쾌재를 부르며 자신의 궁전으로 향했습니다. 자신의 행운을 한번 시험해 보고 싶어졌어요. 그가 돌멩이를 집자 돌멩이는 바로 황금 돌멩이로 변했어요. 이번에는 길가의 나뭇가지를 꺾어 보았죠. 그러자 나뭇가지도 금세 황금 나뭇가지로 변했어요. 들판의 보리 이삭, 사과 등 미다스가 만지는 건 족족 황금으로 변했습니다.

신이 난 미다스는 자신의 엄청난 능력을 자랑하고 싶어졌습니다. 신하와 가족을 불러 화려한 잔치를 열었어요. 미다스는 의기양양하게 궁전 기둥을 손으로 만졌고, 기둥은 곧 황금 기둥으로 변했습니다.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모두 환호성을 지르며 감탄했어요.

바로 그때 미다스는 배고픔을 느꼈습니다. 그는 잔칫상에서 사슴 넓적다리를 들어 입에 덥석 물었습니다. 그 순간 우두둑 하며 그의 이빨 몇 개가 부러져 나갔습니다. 고기가 그의 손이 닿는 순간 바로 황금으로 변해 버린 것이었습니다. 당황한 그는 목이 타서 이번에는 잔에 포도주를 따랐어요. 하지만 포도주는 미다스가 입에 대기도 전에 이미 황금 포도주로 변해 버렸어요.

미다스는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어요. 행운을 바라고 소원을 빌었지만 결국 불행이었던 거죠. 그는 결국 몸져누운 채 며칠을 끙끙 앓았어요. 그 소식을 듣고 미다스가 가장 사랑하는 외동딸인 공주가 문병을 왔어요. 미다스는 매우 기쁜 나머지 두 손으로 공주를 붙들고 그만 가슴에 끌어안고 말았어요. 그러자 공주는 순식간에 황금으로 변해 버렸습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미다스는 이제 더 이상 자존심만을 세우고 있을 수가 없었어요. 자신에게 그런 능력을 준 디오니소스를 찾아가 용서를 빌며 자신의 손을 원래 상태로 돌려달라고 간청했어요. 디오니소스 신은 진심으로 후회하는 미다스를 보고 측은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에게 팍톨로스강의 원류(강의 본줄기)로 가서 몸과 마음을 씻으며 탐욕의 때를 깨끗이 털어 내라고 일러주었어요. 미다스가 디오니소스 신이 시킨 대로 하자 그의 손은 원래대로 돌아왔습니다. 황금을 만드는 능력은 강으로 옮겨졌죠. 강에서 사금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바로 그때부터라고 해요. 이런 이야기에서 유래한 말이 바로 미다스의 손입니다.

미다스는 귀가 길어진 사연으로도 유명해요. 그는 언젠가 음악의 신 아폴론과 사티로스(상반신은 인간이고 하반신은 염소 모습을 한 괴물)로 팬파이프의 달인이었던 마르시아스가 연주 시합을 할 때 심판관으로 불려갔습니다. 다른 심판관들은 모두 아폴론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미다스는 혼자 마르시아스의 승리를 선언했어요. 분노한 아폴론은 "그따위도 귀라고 달고 다니냐?"라며 양손으로 미다스의 두 귀를 잡아당겨 당나귀 귀처럼 길게 만들어버렸다고 합니다.

귀가 너무 길어 부끄러웠던 미다스는 왕관으로 귀를 늘 가리고 다녔지만, 자신의 이발사에게만은 비밀을 숨길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에게 비밀을 절대 발설하지 말라고 했죠. 명령을 어기면 엄히 다스리겠다는 협박까지 했어요. 이발사는 한동안 입을 잘 닫고 살았으나 시간이 갈수록 엄청난 비밀을 말하고 싶어 안달이 났어요.

참다못한 이발사는 어느 날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구덩이를 파고 끓어오르는 말을 마음껏 내뱉고 흙으로 덮었어요. 이어 계절이 바뀌자 그가 흙으로 덮은 곳에서 억새가 무성하게 자라났습니다. 그리고 바람이 불어 억새밭이 흔들릴 때마다 이발사가 뱉고 간 말이 쏟아져 나왔어요. "우리 미다스 왕의 귀는 당나귀 귀다!" 이처럼 세상에 비밀은 없는 법이랍니다.
김원익 홍익대 문과대학 교수·사단법인 세계신화연구소장 기획·구성=김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