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뉴스 고사성어] 식객 3000명 대접한 귀족의 진심… '명성' 헛되지 않았죠

입력 : 2026.06.16 03:30

명불허전

[뉴스 고사성어] 식객 3000명 대접한 귀족의 진심… '명성' 헛되지 않았죠
미국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에서 투수와 타자로 모두 최정상급 활약을 펼치는 오타니 쇼헤이 선수를 두고 '야구 역사에 획을 긋는 선수'라는 찬사가 쏟아지곤 합니다. 오타니는 2021년과 2023~2025년 리그 최우수 선수(MVP)를 차지한 데 이어, 올해도 좋은 모습을 이어가고 있어요. 이럴 때 쓰는 말이 '명불허전(名不虛傳)'입니다. '명성이나 명예가 헛되이 퍼진 것이 아니다'라는 의미죠. 소문만 무성한 게 아니라 이름날 만한 까닭이 있다는 말이에요.

명불허전이라는 말은 기원전 중국의 역사가 사마천이 귀족 '맹상군'에 대해 남긴 기록에서 비롯됐답니다. 왜 이런 평가를 받았는지 이해하려면 먼저 중국 춘추전국 시대의 '식객(食客)' 문화부터 알아야 하는데요. 식객은 '밥을 얻어먹는 손님'이란 뜻입니다. 이들은 자신이 가진 지식이나 재능을 귀족에게 제공하고, 그 대가로 귀족의 집에 머물며 경제적으로 지원받았죠. 단순히 밥만 얻어먹은 게 아니라 귀족의 참모, 외교관, 심지어 자객 역할도 맡은 지식인·무인 집단이었죠. 당시 춘추전국 시대는 전쟁이 끊이지 않던 혼란의 시기였어요. 귀족 입장에선 뛰어난 식객을 많이 거느리는 게 중요했죠. 위급한 상황에서 식객의 지략이나 무력을 활용할 수 있었으니까요. 식객은 귀족에게 '자산'이었던 거죠.

일러스트=이철원
일러스트=이철원
제나라의 맹상군은 당시 대표적 귀족이었죠. 맹상군 역시 수많은 식객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는 손님의 상황을 꼼꼼하게 챙겼어요. 손님이 찾아오면 방안의 병풍 뒤에 항상 사람을 두고 손님과 나눈 대화를 적게 했죠. 친척 관계도 물어 필요한 물건을 보내줬어요.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저녁 식사 중에 촛불이 꺼졌는데요. 한 손님이 "맹상군이 자신만 좋은 음식을 먹으려고 일부러 불을 끈 것 아니냐"며 화를 냈죠. 그러자 맹상군이 자신의 밥상을 보여줬는데, 맹상군의 밥상은 검소했어요. 손님은 부끄러워 어쩔 줄 몰랐죠. 이 일로 맹상군이 식객을 차별 없이, 정성과 진심으로 대한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맹상군의 명성은 날로 높아져 갔어요. 식객들이 몰려 3000명까지 늘어났답니다.

맹상군이 죽은 뒤 사마천은 역사책 '사기'에 맹상군에 대한 이야기를 담으려 맹상군의 고향을 찾았어요. 맹상군과 식객들에 관한 기록을 찾는 현장 조사를 한 거죠. 조사를 마친 사마천은 이렇게 남겼어요. '세상에 전하기를 맹상군이 식객을 잘 대하는 것을 즐겼다고 하더니, 역시 그의 이름이 헛된 것이 아니었다.' 여기서 '이름이 헛된 게 아니었다'는 표현에서 명불허전(名不虛傳)이란 말이 나왔답니다.

채미현 박사·'상식 밖의 고사성어'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