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사소한 역사] 구리 부족해지자 '철'로 만들기 시작한 불상… 정교하고 값싸지만 녹슨다는 단점도 있었죠

입력 : 2026.06.16 03:30

철불

매년 부처님 오신 날이 다가오면 거리에선 연등 행렬이 열려요. 사람들이 손에 다양한 색깔의 등불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는 장관이 펼쳐지죠. 올해 연등 행렬은 지난달 16일 열렸는데요. 가장 큰 화제는 '로봇 스님'의 등장이었습니다. 로봇 스님인 가비, 석가, 모희, 니사는 동대문에서 조계사까지 행진했어요. 로봇, 인공지능(AI) 시대에 발맞춰 불교계가 선보인 이색 연등 행렬이었답니다.

경기 광주군 하사창리(현 하남시 하사창동)에서 출토된 철조 석가불좌상. 고려 시대인 900년대 초반 만들어진 철제 불상이에요. /국립중앙박물관
경기 광주군 하사창리(현 하남시 하사창동)에서 출토된 철조 석가불좌상. 고려 시대인 900년대 초반 만들어진 철제 불상이에요. /국립중앙박물관
이처럼 시대가 변하면 종교에서도 변화가 생겨요. 오늘은 과거 불교에서 새로운 소재로 불상(부처의 모양을 표현한 상)을 만든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바로 신라 말기에서 고려 시대에 걸쳐 나타난 불상, 철불(鐵佛)에 관한 이야기예요.

우리의 조상들은 화강암으로 불상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우선 화강암은 한반도에 풍부해요. 그리고 흰색, 회색, 옅은 검은색이 섞여, 멀리서 자연스러운 회백색으로 보이기에 아름다운 느낌을 주죠. 하지만 단단한 화강암은 조각가들이 다루기 어려운 돌이에요. 불상을 만들려면 정교한 조각을 해야 하는데, 돌을 조금만 떼어내려다 자칫 덩어리째 떨어져 나가면 되돌릴 수가 없죠.

돌로 만든 석상과 달리, 절에 가면 금색으로 번쩍번쩍 빛나는 모습의 금동불상도 볼 수 있지요. 금동불상은 만들고자 하는 형태의 틀을 제작한 뒤, 구리(동)·주석 등을 섞은 놋쇳물을 틀에 부어 표면을 다듬고 금을 도금하는 불상이에요. 금속이 녹은 상태로 틀 안의 작은 무늬까지 채운 뒤 굳으니, 정교한 장식을 표현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고가의 금속 재료를 사용해야 한다는 게 단점이었죠.

이에 화강암 불상과 금동불상의 단점을 보완하는 철불이 만들어지게 됐답니다. 다른 금속에 비해 저렴한 철을 녹여 불상을 만들면 정교하면서도 단단한 완성품을 만들어 낼 수 있었거든요. 표면을 다듬고 금박을 입혀 화려한 느낌도 냈고요. 철불은 신라 말기인 9세기부터 고려 시대에 걸쳐 많이 만들어졌답니다. 비슷한 시기 중국 송나라에서도 철불을 만들었어요. 이처럼 공통적으로 철불이 많이 제작된 건 금동불상의 주재료인 구리를 구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으로 보여요. 경제가 발전한 송나라에서는 구리로 화폐를 만들었는데요. 동전이 부족해 구리를 다른 나라로 유출하는 걸 제한했죠. 한반도에서도 구리를 구하기 어려워졌고요. 반대로 철은 비교적 흔했어요. 당시 한반도의 지방 세력인 호족은 무기를 만들기 위해 철을 갖고 있었죠. 사찰을 만들려는 호족도 많았었고요.

하지만 철은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어요. 오랫동안 한결같은 부처의 모습을 표현해야 하는데, 녹이 슬어 색이 벌겋게 변해 버린 겁니다. 그래서 철불은 많은 장점에도 결국 고려 초기를 지나고는 더 이상 만들지 않게 됐지요. 
황은하 상경중 역사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