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꼭 읽어야하는 고전] 사람 본성은 악하다, '성악설' 순자, '예'를 배우고 실천해야 선해진다 했죠

입력 : 2026.06.15 03:30

순자: 악함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꼭 읽어야하는 고전] 사람 본성은 악하다, '성악설' 순자, '예'를 배우고 실천해야 선해진다 했죠
배기호 지음|출판사 EBS BOOKS|가격 1만3000원

순자(荀子)는 중국의 전국 시대 사람입니다. 전쟁이 끊이지 않는 시대였지요. 기원전 298년에 태어나 기원전 238년에 세상을 떠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본래 이름은 순황(荀況)으로 조나라에서 태어났습니다. 혼란스러운 시대에 제나라와 초나라에서 학자, 관리로 활동하고 제자들을 가르치다 세상을 떠났습니다. 사람들이 제 욕심을 채우려 다투고 나라들이 전쟁을 일삼는 어지러운 세상을 어떻게 바로잡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쓴 책이 '순자'입니다.

순자는 합리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옛날 사람들은 가뭄이 들면 '비를 내려주십사' 하늘에 비는 기우제를 지냈습니다. 어떤 사람이 순자에게 "기우제를 지내니까 비가 오던데요"라고 말했습니다. 순자는 단호하게 답했답니다. "기우제를 지내지 않아도 비는 옵니다." 비가 오는 것은 자연 법칙에 따른 현상이며, 사람의 뜻과는 상관없다는 겁니다. 그러나 순자는 기우제를 지내는 것에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가뭄으로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는 쓸모가 있으니까요.

순자의 가장 유명한 주장은 성악설(性惡說)입니다. "사람의 본성은 악(惡)하다. 선(善)하게 되는 것은 인위적인 노력 때문이다." 사람의 본성이 악하다는 것은, 선보다는 악으로 흐르는 성향을 타고났다는 뜻입니다. 순자는 그냥 두면 악으로 흐를 본성을 선으로 이끌기 위해 성인(聖人)이 만든 예를 배워 실천해야 한다고 했어요.

예란 무엇일까요? 성인은 사람들 각자가 처한 자리에 맞는 행동과 형식을 정했습니다. 예란 그런 행동이자 형식입니다. 옛날 사대부 집안에서는 부모가 세상을 떠나면 3년상을 치렀습니다. 꼬박 3년은 아니고 2년 조금 넘게 상복을 입고 간단한 음식을 영전에 올리며 애도했지요. 갓 태어난 아기는 부모의 절대적 보살핌 속에 지내다 3년이 지나야 부모 품에서 조금 벗어나기 때문입니다. 3년상은 자식이 부모의 은혜에 보답하는 행동이자 형식, 그러니까 예입니다.

순자에게 학문이란 예를 배워서 실천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3년상의 방법, 절차, 의미 등을 배워두었다가,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실제로 3년상을 치르는 것입니다. 학문이 뛰어난 사람은 아는 게 많은 사람이 아니라, 예를 바르게 알고 제대로 실천하는 사람입니다. 순자는 "배운 것을 실천해야 비로소 학문은 끝이 난다"고 말했습니다.

예는 사람들이 처한 자리나 역할을 구분하지만 사람을 차별하지는 않습니다. 순자는 사대부의 자손이라도 예를 실천하지 않으면 평민 신분으로 낮추고, 평민의 자손이라도 예를 힘써 실천하면 사대부로 오를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는 "자와 저울, 되로 사물의 수량을 표시하고, 예로 사람의 도리를 정한다"고 했지요. 예는 자나 저울처럼 공평한 기준입니다. 순자는 많은 사람들이 예를 실천하면 어지러운 세상이 질서 잡힌 세상으로 바뀐다고 믿었습니다.

표정훈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