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말벌집도 공격하는 '포식자'… 굴 들어갈 땐 흙 털 정도로 깔끔쟁이죠

입력 : 2026.06.10 03:30

오소리

얼마 전 서울 서초구와 경기 성남·과천·의왕시에 걸쳐 있는 청계산 정상에서 한 야생동물이 등산객이 던져주는 과자와 과일을 받아먹는 모습이 포착됐어요. 생긴 걸 보면 작은 곰 같기도 하고 큰 너구리 같기도 한 이 동물은 바로 오소리랍니다. 원래는 야행성이라서 낮에는 잘 다니지 않는데 사람이 주는 간식의 유혹을 못 이겼나 봐요.

오소리는 너구리도, 곰도 아닌 족제비 무리예요. 족제비 무리는 다른 맹수들보다 덩치는 작지만 살아가는 지형에 맞춰 몸의 형태를 완벽하게 적응시킨 솜씨 좋은 사냥꾼들이랍니다. 오소리는 주로 육지를 오가면서 깊은 굴을 파고 사는데요. 그래서 몸은 호리호리하지 않고 조금 펑퍼짐한데 날카로운 발톱이 돋은 육중한 앞발을 갖고 있죠.

지난달 29일 오후 청계산 정상 인근에서 포착된 오소리예요.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오후 청계산 정상 인근에서 포착된 오소리예요. /연합뉴스
오소리는 유럽부터 러시아·중국을 지나 일본까지 살고 있는 '유라시아오소리'와 미국·캐나다에 사는 '아메리카오소리'로 크게 나뉜답니다. 우리가 말하는 '오소리'는 유라시아오소리예요. 오소리가 파는 굴은 길이가 100m에 이르기도 한대요. 구덩이 안에 방들을 만들어 놓고 그 사이를 통로로 이어 놓죠. 마치 큼지막한 개미집을 연상케 해요. 굴 안에는 이부자리용으로 마른 풀과 잎사귀를 깔아 놓고 주기적으로 새것으로 바꾼대요. 굴속으로 들어갈 때는 몸에 묻은 흙먼지를 탈탈 털 정도로 깔끔을 떤대요.

굴의 규모에 따라 많게는 스무 마리까지 무리를 이뤄 생활하죠. 오소리는 예로부터 보양식과 한약재의 재료로 알려져 사람들에게 사냥당하는 수난을 겪었는데요. 마을 사람들이 굴 입구에 불을 피워 연기를 굴속으로 보내 오소리가 버티지 못하고 뛰어나오기를 기다렸어요.

오소리는 생긴 건 둔해 보이지만 무서운 포식자랍니다. 쥐·개구리·뱀·도롱뇽·물고기·지렁이 등 움직이는 동물들은 가리지 않고 잡아먹어요. 특히 사납기로 유명한 말벌의 벌집을 건드려서 부순 다음 그 안에 있는 애벌레를 먹기도 하죠.

오소리는 대개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굴속에서 겨울잠을 잔답니다. 이 기간은 대를 잇기 위한 중요한 기간이죠. 겨울잠에 들기 전에 짝짓기를 하고 이듬해 5월이 되면 새끼를 낳거든요. 먹이가 풍부하고 굴속 공간이 충분하면 암컷 모두 번식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는 우두머리 암컷만 새끼를 가진대요.

족제비 무리의 공통된 특징은 항문 부근에 있는 냄새샘에서 지독한 노린내를 풍긴다는 건데요. 오소리 역시 냄새로 영역을 표시하고 동료에게 존재를 알리며 의사소통을 한대요. 암컷도 수컷에게 냄새로 새끼를 가질 준비가 돼 있다고 알리고요. 또 위협받을 경우 마치 스컹크처럼 냄새샘에서 액체를 뿜어내기도 한답니다.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