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사소한 역사] 영국에서 진공 청소기 가리키는 '후버', 특허권 사들여 대중화한 인물 이름이죠

입력 : 2026.06.09 03:30

청소기

삼성전자가 만든 인공지능(AI) 로봇 청소기의 지난달 판매량이 2만대를 넘었다고 합니다. 작년 같은 달보다 60% 증가한 수치예요. 국내 로봇 청소기 시장에서는 원래 중국 제품이 우세했는데, 점차 우리나라 기업의 제품이 판도를 흔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와요. 요즘은 '로청(로봇 청소기)이 심청보다 효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필수 가전제품이지만, 청소기가 없던 시절에는 빗자루로 먼지를 쓸고 걸레질을 해야 했지요. 청소기는 언제부터 사용된 걸까요?

대부분의 문명에서 바닥 청소를 위해 빗자루와 걸레를 사용했어요.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이나 중국 문명에서도 빗자루 유물이 출토됐죠. 초기 빗자루는 손잡이 부분이 없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손잡이가 추가돼 더욱 쉽게 청소할 수 있었습니다.

제임스 스팽글러가 개발한 진공청소기. 1908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스미소니언 미국 국립미국사박물관
제임스 스팽글러가 개발한 진공청소기. 1908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스미소니언 미국 국립미국사박물관
서양에서 바닥에 양탄자를 깔고 생활하면서 청소기가 필요해졌어요. 빗자루만으로는 양탄자에 쌓인 먼지를 청소하기 쉽지 않았죠. 청소기가 없을 때는 양탄자를 건물 밖으로 가져가 두들겨 먼지를 털어내는 불편한 과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이 때문에 양탄자를 청소하는 '카펫(양탄자) 청소기'가 등장했어요. 이 청소기는 미국인 멜빌 비셀이 1876년 개발했어요. 비셀 부부는 그릇 가게를 운영했는데 그릇을 포장할 때 톱밥을 완충재로 썼대요. 그런데 양탄자에 톱밥이 계속 쌓인 거예요. 이걸 해결하기 위해 중앙에 청소 솔이 있고 고무 바퀴가 달린 청소기를 개발한 겁니다. 이 청소기는 영국 왕실에서도 사용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고, 그릇 매출보다 청소기 매출이 더 커졌다고 해요. 현재까지도 비셀은 청소기 회사 이름으로 남아 있어요.

비슷한 시기 진공 청소기도 등장했습니다. 최초의 진공 청소기는 1871년 미국의 아이브스 맥개피가 만들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맥개피의 진공 청소기는 증기기관을 동력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크기도 거대하고 소음이 심했죠. 이후 잉글랜드의 공학자 휴버트 부스가 1901년 휘발유 엔진 진공 청소기를 개발했지만, 이 청소기 역시 너무 거대해서 가정에서 사용하기에는 부적절했습니다. 하지만 공장 같은 곳에서는 부스의 청소기가 유용하게 쓰였다고 해요.

가정용 진공 청소기를 개발한 사람은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백화점 수위로 일하던 제임스 스팽글러였어요. 스팽글러는 1907년에 선풍기 모터와 비누 상자, 빗자루 손잡이를 결합해 진공 청소기를 만들었는데, 모터에 달린 팬이 이물질을 빨아들이면 상자에 이물질이 쌓이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관리가 간편했죠. 스팽글러는 청소기 특허권을 사업가 윌리엄 후버에게 판매했고, 후버는 사업적 수완이 뛰어나 진공 청소기를 널리 퍼뜨렸습니다. 지금도 영국에서는 '후버'라는 단어가 진공 청소기 자체를 의미하거나, 진공 청소기를 사용하는 청소를 의미한다고 해요. 
김현철 서울 영동고 역사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