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산 이야기] 해발 1000m에 펼쳐진 주상절리…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됐죠

입력 : 2026.06.08 03:30

무등산

광주광역시와 전남 담양·화순에 걸쳐 있는 무등산(1187m)은 이름이 철학적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없을 무(無)에 등급 등(等) 자를 써 '(산의 높낮이 같은) 등급을 매길 수 없는 산'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의 북한산처럼 무등산은 광주광역시를 대표하는 산입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무등산이 병풍처럼 광주를 감싸고 있어, 광주 어디서나 고개를 들면 무등산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인구 100만이 넘는 대도시에 해발 1000m가 넘는 높은 산이 있는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고 합니다. 높이에 비해 산세가 험하지 않고, 둥글둥글 완만한 육산(흙산)이라 도시를 포근하게 안아주는 모양새입니다.

무등산 인왕봉과 주상절리. 높은 산에 솟은 주상절리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고 해요. /영상미디어
무등산 인왕봉과 주상절리. 높은 산에 솟은 주상절리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고 해요. /영상미디어
무등산의 명물은 '주상절리'입니다. 주상절리는 마그마가 굳으면서 생긴 기둥 모양의 지형이에요. 무등산 주상절리는 약 8500만 년 전 중생대에 화산 활동으로 분출된 용암이 오랜 세월을 거치며 얼고 녹기를 반복하며 만들어졌다고 해요. 주상절리의 가치를 인정받아 2013년 우리나라 제21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데 이어, 2018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받았어요. 보통 주상절리는 바다와 맞닿은 해안가에서 볼 수 있는데요. 해발 1000m가 넘는 산에 거대한 병풍처럼 주상절리가 솟은 모습은 세계적으로도 극히 드물다고 합니다.

무등산 주상절리 가운데 정상부의 '입석대'와 '서석대'가 유명합니다. 거대한 돌기둥 수십 개가 하늘을 떠받치듯 서 있는 입석대를 지나 서석대에 서면 압도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검은 수정들이 자를 대고 조각한 것처럼 반듯하게 솟아 있어, 해 질 무렵 붉은 석양이 비칠 때면 더욱 아름답습니다.

무등산은 '불교의 산'이라고도 불릴 정도로 불교 문화의 발자취가 깊게 남아 있어요. 먼저 '무등(無等)'이라는 이름 자체가 불교 경전 '반야심경'에 나오는 '무등등(無等等)'이라는 구절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한데요. 무등등은 '불교의 깨달음인 공(空·비어 있음)은 세상 그 어떤 지식과도 비교할 수 없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증심사, 원효사, 규봉암, 약사암 등 신라 시대에 지어진 것으로 알려진 유서 깊은 사찰과 암자도 여러 개 있습니다.

무등산은 사계절에 맞춰 다채롭게 옷을 갈아입어요. 봄이면 계곡을 따라 연분홍 진달래와 산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여름에는 무등산의 명물인 수박처럼 싱그럽고 짙은 녹음이 온 산을 뒤덮어요. 가을이 되면 드넓은 평원에 은빛 억새풀이 파도처럼 일렁입니다. 겨울철 매서운 칼바람이 불 때는 주상절리 기둥마다 눈꽃이 맺힙니다. 마치 얼음 궁전에 온 것 같은 체험을 할 수 있지요. 
신준범 월간 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