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명화 돋보기] 런던에 등장한 빙하… 기후위기 보여주는 예술작품이죠
입력 : 2026.06.08 03:30
자연을 품은 설치 예술
지난 5일은 세계 환경의 날이었습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생태계 변화, 멸종 위기 동물, 플라스틱 쓰레기 줄이기 등이 환경의 날마다 강조되곤 하지요.
미술가들은 자연 환경과 관련해 어떤 작업을 해왔을까요? 과거 화가들은 아름다운 산과 강의 경치에 감동 받고 그 모습을 화면에 담아 오래도록 감상하며 마음에 새기고자 했어요. 그러나 20세기 후반 이후 몇몇 미술가들은 자연을 더 이상 그림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실제 호수에 돌을 쌓고, 숲속에 나무로 선을 긋고, 도시 한복판에 밀밭을 만들고, 광장에 빙하를 가져다 놓았어요. 자연 자체가 그들의 예술 무대가 된 것이죠. 어떤 이유로 그런 작품을 만들었는지 하나씩 알아볼까요?
미술가들은 자연 환경과 관련해 어떤 작업을 해왔을까요? 과거 화가들은 아름다운 산과 강의 경치에 감동 받고 그 모습을 화면에 담아 오래도록 감상하며 마음에 새기고자 했어요. 그러나 20세기 후반 이후 몇몇 미술가들은 자연을 더 이상 그림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실제 호수에 돌을 쌓고, 숲속에 나무로 선을 긋고, 도시 한복판에 밀밭을 만들고, 광장에 빙하를 가져다 놓았어요. 자연 자체가 그들의 예술 무대가 된 것이죠. 어떤 이유로 그런 작품을 만들었는지 하나씩 알아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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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버트 스미스슨이 1970년 미국 유타주 그레이트솔트 호수에 설치한 ‘나선형 방파제’입니다.
미국의 로버트 스미스슨(1938~1973)은 1970년 미국 유타주 북서쪽에 있는 그레이트솔트호수에 거대한 나선형 둑을 만들었습니다<사진 ❶>. 돌과 흙을 쌓아 만든 이 '나선형 방파제'는 멀리서 보면 호숫가에서 물속으로 천천히 말려 들어가는 소용돌이 모양을 하고 있어요. 이 작품은 미술관 안에 안전하게 보관된 조각이 아니랍니다. 호수의 수위가 오르면 물에 잠기고, 물이 줄면 다시 모습을 드러내거든요. 이 호수에는 소금기가 많아 둑으로 쌓은 돌 위에 하얀 결정이 내려앉기도 해요.
스미스슨은 미술가가 아무리 멋있는 조형물을 만들어도 자연 속에 오랜 시간 두면 조금씩 닳고 부서져서 결국엔 무너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자연의 변화를 거슬러 영원히 남는 작품을 만들려 하지 않고 자연의 시간을 존중하기로 했어요. '나선형 방파제'는 완성된 모습 그대로 유지되지 않고, 자연의 시간 속에서 계속 달라지도록 계획된 작품이에요. 자연은 이 작품의 배경이 아니라, 작품을 바꾸어 가는 또 하나의 미술가인 셈이죠.
영국의 앤디 골즈워디(1956~) 역시 조용하고 섬세한 방식으로 자연을 만나는 작업을 합니다. 그는 숲과 강가에서 주운 낙엽, 꽃잎, 얼음, 돌, 나뭇가지 등으로 주로 작품을 만들어요. 접착제나 못으로 억지로 고정하기보다 재료가 가진 성질을 그대로 이용하지요. 얼음은 얼음끼리 붙이고, 잎은 잎맥을 따라 엮고, 돌은 균형을 맞추어 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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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앤디 골즈워디의 ‘숲의 선’.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프레시디오 공원에 설치한 작품이에요.
그러나 이 작품도 영원하지는 않습니다. 비를 맞고 햇빛에 마르며 조금씩 갈라지고 썩어 언젠가는 흙으로 돌아가겠죠. 이 과정은 사람뿐 아니라 사람이 만든 작품도 겪게 되는 자연의 섭리라고 골즈워디는 생각한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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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라푸르 엘리아손이 2018년 런던에 설치한 ‘얼음 시계’.
아이슬란드계 덴마크인 올라푸르 엘리아손(1967~)은 자연 현상을 다루는 미술 작업을 해요. 빛, 안개, 무지개 등 자연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관람자가 직접 몸으로 느끼게 하죠. <사진 ❸>은 지구온난화 위기에 공감하기 위해 기획한 작품 '얼음 시계'로, 2018년 영국 런던에서 선보였을 때의 장면입니다. 엘리아손은 그린란드에서 떨어져 나온 거대한 실제 빙하 조각들을 도시의 공공장소에 가져다 놓았어요.
사람들은 얼음덩어리들 사이로 걸어 다니면서 손으로 얼음을 만지거나 차가운 표면에 귀를 대볼 수 있어요. 모래시계의 모래처럼 얼음은 점점 녹아 사라져가면서 사람들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보여줬어요. 기후 위기는 뉴스에서만 보도되는 다른 나라 사건이 아니고, 먼 미래의 이야기도 아닌, 지금 우리 앞에서 진행 중이라는 것을 '얼음 시계'는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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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그네스 데네스가 1982년 미국 뉴욕주 맨해튼 남부에 만든 밀밭입니다. 그는 땅을 갈아 밀밭을 만들고, ‘대결’이라는 제목을 붙였어요. /홀트·스미스슨 재단·위키피디아·올라푸르 엘리아손 홈페이지
헝가리 태생의 미국 작가 아그네스 데네스(1931~)도 자연을 통해 사회에 질문을 던지는 작업을 했어요. 그는 1982년 뉴욕주 맨해튼 남부의 빈 땅에 밀밭을 만들고, '대결'이라는 제목을 붙였어요<사진 ❹>. 밀밭이 펼쳐진 장소는 무역과 금융의 거리 근처로, 이른바 자본주의의 중심이었죠. 높은 건물과 금싸라기 땅값으로 유명한 도시 한가운데에 데네스는 흙을 고르고 고랑을 파서 밀을 심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황금빛 밀밭이 펼쳐지자 사람들은 의아해했죠. "세계에서 가장 비싼 땅 한복판에 밀밭이라니 이상하지 않나요?"
이 작품은 생존과 자본, 식량과 부동산, 미래를 위한 양보와 현재의 욕심이 충돌하는 대립의 장면을 표현한 것입니다. 건물을 짓는 게 훨씬 가치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에게 데네스는 사람이 먹는 곡식을 키우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지금 우리가 소중한 땅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보라고 권하죠. 이 작업은 환경 관련 논의가 나무를 심고 쓰레기를 줄이는 일뿐 아니라, 근본적으로 우리가 무엇을 가치 있다고 믿는가에 대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해줍니다.
한 미술가의 작품이 당장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꾸준한 예술 활동은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우리가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태도에 조금씩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