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세계 미술관 산책] 렘브란트의 걸작 '야간 순찰', 사실은 대낮 풍경 그림이죠

입력 : 2026.06.01 03:30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네덜란드는 작지만 강한 나라예요. 17세기에는 해상 무역을 주도하며 세계 무역과 상업, 예술의 중심지로 황금기를 누렸지요. 이를 '네덜란드의 황금 시대'라고 부른답니다. 이때 빛의 화가 렘브란트를 비롯해 페르메이르, 프란스 할스 같은 거장들이 활동하며 아름다운 예술의 꽃을 피웠어요. 오늘은 네덜란드에서 가장 큰 미술관이자 국가의 보물로 불리는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으로 떠나보아요.

네덜란드에서 '국립'이라 불려요

녹음이 우거진 뮤지엄 광장에 자리한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은 현지에서 '국립'이라는 뜻의 '리크스(Rijks)'라는 이름으로 불려요. 미술관이 지금의 자리에 들어선 것은 1885년이지만 그 역사는 17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답니다. 당시 재정부 장관이었던 이삭 고겔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처럼 나라를 대표할 국립미술관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어요. 이에 정부가 1798년 헤이그의 하우스 텐 보스 궁전 내에 국립미술관을 처음 세웠지요. 1808년 암스테르담 왕궁으로 소장품을 옮겼다가, 1885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독립된 단독 건물을 갖추게 됐어요.

붉은 벽돌이 인상적인 미술관 건물은 미음(ㅁ) 자 구조로 지어졌어요. 암스테르담 중앙역을 설계한 유명 건축가 피에르 쿠이페르스의 작품으로, 한눈에 봐도 품격과 웅장함이 느껴지지요.

오늘날 우리가 만나는 세련된 모습은 비교적 최근에 이루어진 대대적인 개조 공사의 결과물이에요. 개관 후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자리를 지켜온 미술관은 시설이 노후화하자 2003년 문을 닫고 무려 10년에 걸친 대규모 보수 작업에 들어갔어요. 19세기 건축의 아름다움을 보존하면서도 현대적인 전시 환경과 첨단 설비를 갖추는 프로젝트였지요.

10년의 기다림 끝에 2013년 4월 다시 문을 연 국립미술관은 경쾌하면서도 개방적인 21세기형 뮤지엄으로 완벽하게 탈바꿈했어요. 재개관 이후 관람객 수는 2배 이상 증가했고, 오늘날에는 매년 250만명이 찾는 유럽 최고의 미술관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답니다.

렘브란트의 ‘야간 순찰’. 암스테르담 민병대 부대원들이 주문한 집단 초상화예요.
렘브란트의 ‘야간 순찰’. 암스테르담 민병대 부대원들이 주문한 집단 초상화예요.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에서 ‘야간 순찰’을 공개적으로 복원하고 있어요.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에서 ‘야간 순찰’을 공개적으로 복원하고 있어요.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전경. 지금 자리에 들어선 건 1885년부터지요.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전경. 지금 자리에 들어선 건 1885년부터지요.
빈센트 반 고흐의 ‘자화상’이에요. 이 역시 이곳에 소장돼 있답니다. /이은화 미술평론가·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빈센트 반 고흐의 ‘자화상’이에요. 이 역시 이곳에 소장돼 있답니다. /이은화 미술평론가·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100만점 중 8000점 엄선해 전시

미술관 입구로 들어서면 밝고 환한 중앙 홀 '아트리움'이 관람객을 먼저 맞이해요. 과거 어두웠던 미술관 안마당을 지상 3층 높이까지 시원하게 트인 투명한 로비 공간으로 바꾼 것이지요. 아트리움 지하에는 세련된 아트숍이, 위층에는 개방형 카페가 들어섰어요. 미술관은 이제 조용히 작품을 감상하는 공간을 넘어 누구나 머물고 쉬며 소통할 수 있는 '열린 광장'으로 거듭났답니다.

미술관 내부 전시실도 매력적이에요. 화려한 고딕 양식의 천장과 기둥은 그대로 살리되 벽면과 바닥을 차분한 회색 톤으로 마감해, 전시된 작품에만 온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연출했지요.

지상층부터 3층까지 이어진 80개 전시실에는 13세기부터 21세기를 아우르는 약 100만 점의 소장품 중 엄선된 8000여 점이 상설 전시되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2층에 마련된 '명예의 방'과 17세기 황금 시대 전시실은 가장 많은 관람객이 찾는 공간이에요. 렘브란트의 '야간 순찰', 페르메이르의 '우유를 따르는 여인', 프란스 할스의 '기분 좋은 술꾼', 그리고 빈센트 반 고흐의 '자화상' 등 교과서에서 보던 세계적 명작들을 바로 눈앞에서 만날 수 있어요.

시련 견뎌낸 '야간 순찰'

국립미술관 소장품의 중심에는 렘브란트의 걸작 '야간 순찰'이 있는데요. 루브르 박물관의 '모나리자'처럼, 이 그림 한 점을 보려고 전 세계에서 수많은 발걸음이 이어집니다. 지금은 네덜란드의 위대한 보물로 칭송받지만, 흥미롭게도 이 그림은 탄생 직후부터 온갖 시련과 수모를 겪었답니다.

이 작품은 암스테르담 민병대 부대원들이 비용을 나누어 공동으로 주문한 집단 초상화예요. 원래 제목은 '프란스 반닝 코크 대장 지휘하의 제2지구 민병대'로, 대장의 지시 아래 부대원들이 위풍당당하게 출격하는 극적인 순간을 담고 있지요.

우리에게 익숙한 '야경' 혹은 '야간 순찰'이라는 제목은 후대에 붙여진 것으로, 오해의 결과물이에요. 세월이 흐르며 그림 표면에 칠한 니스가 검게 변하고 먼지가 쌓이면서 밤 풍경처럼 보였던 것이죠. 그러나 1940년대에 오랜 때와 광택제를 벗겨내는 복원 작업을 거치면서 실제로는 밝은 낮의 햇빛 속에서 진군하는 장면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흥미롭게도 진실이 밝혀진 뒤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이 그림을 '야간 순찰'이라 부르고 있답니다.

이 그림은 당시로서는 매우 혁신적인 작품이었어요. 대부분의 집단 초상화가 인물들을 일렬로 배치한 정적인 구성이었다면, 렘브란트는 마치 연극의 한 장면처럼 인물들을 역동적으로 표현했지요. 그러나 당시 주문자들은 자신이 눈에 띄게 그려지지 않았다며 불만을 품었다고 전해져요. 이 그림 이후 렘브란트의 명성은 하락세로 접어들었고, 초상화 주문이 끊기며 혹독한 생활고를 겪게 되었지요.

'야간 순찰'은 물리적인 시련도 견뎌냈어요. 1715년에는 그림을 암스테르담 시청사 벽면에 맞추기 위해 가장자리를 잘라내는 일이 벌어졌어요. 그 과정에서 왼쪽에 있던 병사 두 명의 모습이 사라졌지요.

이처럼 파란만장한 역사를 견뎌낸 '야간 순찰'은 지난 2019년부터 대규모 연구·복원 프로젝트에 들어갔어요. 변색이 심하고 일부는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상태가 나빠졌기 때문이에요. 수년이 걸리는 이 복원 과정을 미술관은 숨기지 않았어요. 관람객들은 유리로 된 특수 공간 안에서 복원가들이 실제로 작업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고,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전 세계 어디서나 작업 과정을 지켜볼 수도 있답니다. 미술관장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어요. "이 그림은 놀라울 정도로 중요하며, 많은 사람이 계속해서 보고 싶어 합니다. 그렇기에 복원 중에도 보여주어야 마땅합니다. 이 그림은 우리 모두의 그림이기 때문입니다." 복원 작업은 오는 2027년 끝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은화 미술평론가 기획·구성=정해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