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생활 속 경제] 세계 석유 생산량 1위 美, 왜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휘발유 가격이 오를까요?

입력 : 2026.05.21 03:30

파급 효과

Q. 멀리 중동에서 전쟁이 벌어져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같은 주요 국가들에서도 항공유·휘발유 등 기름값이 오르고 있대요. 미국은 전 세계 원유 생산량 1위 국가라고 하는데, 왜 전쟁의 영향을 받는 걸까요?

A.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가 지나다니는 바다 위 고속도로 같은 곳입니다. 특히 중동 산유국에서 나는 석유를 실은 유조선들이 세계 각지로 가기 위해 반드시 지나야 하는 곳이죠. 이곳이 전쟁 등으로 막히면 석유를 제때 운반하기 어려워져, 석유 공급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실제로 공급이 줄어들진 않더라도, 앞으로 석유가 부족해질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석유를 미리 사두려는 사람이 늘어나 유가가 오르기도 합니다.

지난 2일 호르무즈 해협에 유조선들이 정박해 있어요. /AP 연합뉴스
지난 2일 호르무즈 해협에 유조선들이 정박해 있어요. /AP 연합뉴스
미국도 이 영향을 받아 기름값이 크게 올랐어요. 지난 2일 미국 8위 항공사 '스피릿 항공'이 문을 닫았죠. 이 회사가 망한 가장 큰 이유는 항공유 가격이 두 배로 뛰었기 때문이에요. 항공사는 비행기 연료로 돈을 많이 쓰거든요. 미국 내 휘발유는 최근 갤런당 4달러 52센트까지 치솟으며 4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죠. 전쟁 직전 3달러 아래였던 것이 50% 이상 올라버린 거죠.

여기서 하나 의문이 들어요. 미국은 자기 나라에서 쓰는 것보다 더 많은 석유를 생산해 수출도 하는 나라거든요. 그럼 호르무즈 해협이 막혀도 자국 내 석유를 쓰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자기 나라에서 석유가 펑펑 나오는데 왜 이럴까요?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미국 정유 공장은 대부분 중동산 '무거운 기름(중질유)'을 처리하도록 설계돼 있어요. 미국에서 나오는 석유는 '가벼운 기름(경질유)'이라 자국 내 공장과 잘 맞지 않아요. 그래서 자기 나라 석유가 많아도 중동 석유를 계속 사 와야 합니다. 이걸 '정유 불일치'라고 불러요.

둘째, 석유는 국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이라 세계 시세를 따라가요. 중동에서 가격이 오르면 미국 안에서도 똑같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죠. 경제학에서는 이런 흐름을 '파급 효과'라고 불러요. 도미노처럼 한 곳에서 시작된 충격이 줄줄이 옆으로 퍼져 나가는 현상이죠. 산유국이라는 든든한 갑옷을 입은 미국조차 막지 못할 만큼 세계 경제는 촘촘히 엮여 있어요.

그럼에도 미국 소비자들은 다른 주요 국가보다 낮은 가격에 휘발유를 구매하고 있어요. 기름값에 붙는 세금인 '유류세'가 낮은 점이 주요한 이유로 꼽혀요. 미국인들은 국토가 넓은 만큼 자동차 의존도가 높아 휘발유 가격 변화에 민감하다고 해요. 미국 휘발유 값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15%뿐이지만, 우리나라는 48%, 유럽은 60%에 가까워요.
김나영 양정중 교사·경제전문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