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사람에게 한타바이러스 옮기는 쥐… '한타' 이름은 한탄강에서 유래했어요

입력 : 2026.05.13 03:30

등줄쥐

지난달 아르헨티나를 출발한 크루즈에서 한타바이러스 감염자가 잇따라 발생해 일부는 목숨을 잃었어요. 한타바이러스는 주로 쥐의 대변·소변·타액을 통해 사람에게 감염되는 만큼, 아르헨티나에선 정확한 감염 경로 파악을 위해 쥐까지 잡고 있대요.

그런데 이 바이러스의 이름인 '한타'는 우리나라 강원·경기도 북부를 흐르는 한탄강에서 유래됐답니다. 6·25 전쟁 때 우리나라를 위해 싸우던 미군 3200여 명이 시름시름 앓으면서 쓰러지자 과학자들이 원인 규명에 나섰는데요. 우리나라의 미생물학자인 고(故) 이호왕 박사가 한탄강 일대에 살던 등줄쥐의 폐 조직에서 처음 이 바이러스를 발견해 이런 이름이 붙었어요.

위키피디아
위키피디아
등줄쥐<사진>는 세계적으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들쥐예요. 우리나라를 포함해 중국·시베리아·중앙아시아부터 동유럽에 걸쳐 살아요. 몸 색깔은 갈색 또는 회색인데 이름대로 등을 따라 일직선으로 빳빳하고 검은 털이 돋아있죠. 나무가 우거진 숲과 넓은 초원, 논과 밭 등 어떤 곳에서도 적응해서 살아요. 몸의 크기는 최장 12㎝인데, 꼬리 길이도 최장 10㎝에 이른답니다. 제 몸만큼 기다란 꼬리가 있는 거죠.

풀뿌리·씨앗·열매 등 식물의 모든 부분을 먹이로 삼고 때로는 곤충도 사냥해요. 많은 들쥐가 겨울철을 앞두고 나무 열매 등 먹잇감을 저장해두는 습관이 있는데, 이 쥐는 그런 습성이 없고 겨울에도 평소처럼 먹이를 찾아 나선대요.

다른 쥐들과 마찬가지로 등줄쥐 역시 폭발적인 번식력을 자랑한답니다. 많게는 한 배에 새끼 여덟 마리가 나와요. 그런데 임신 기간은 22일에 불과하고 꼬물거리면서 태어난 새끼는 생후 3주가 지나면 어미에게서 독립하죠. 생후 76일이 지나면 어른이 돼 번식할 수 있어요. 이렇게 빠른 속도로 새끼를 낳고 키우다 보니 암컷은 1년에 많게는 여섯 차례까지도 출산이 가능하대요.

그런데 등줄쥐는 많이 태어나는 만큼 많이 죽기도 해요. 하늘과 땅 곳곳에 천적이 도사리고 있거든요. 매·올빼미·족제비·담비·멧돼지·뱀 등이 등줄쥐를 사냥해요. 등줄쥐는 포식자들에 의해 과잉 번식이 조절되면서 생태계는 절묘한 균형을 유지한답니다.

빨리 자라는 만큼 늙는 속도도 빨라서 수명은 아무리 길어도 4년을 넘지 않아요. 행동 범위도 넓지 않아서 태어난 곳에서 평생 반경 180m 이상을 벗어나지 않는대요.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많이 번식해서 생존율을 높이는 게 이들의 생존 전략이랍니다.

그런데 등줄쥐가 사람에게 옮기는 감염병은 한타바이러스만이 아니랍니다. 우선 한타바이러스와 증상이 비슷한 렙토스피라병이 있어요. 등줄쥐의 소변을 통해 흙으로 스며든 렙토스피라균이 농사를 짓는 농부나 작업을 나온 군인 등에게 감염되는 병이죠. 고열·발진 등이 주요 증상인 쯔쯔가무시병도 있어요. 등줄쥐 등에 붙어 기생하면서 쯔쯔가무시균에 감염된 털진드기가 풀숲을 돌아다니는 사람 숨 냄새를 맡고 옮겨붙는대요.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