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산에서 자라는 '작은 대나무'… 한강 소설(작별하지 않는다)에도 상징적 소재로 등장해요
입력 : 2026.05.11 03:30
조릿대
제주도 한라산에 가면 나무가 있는 숲은 물론 초원 지대까지 빽빽하게 자라는 식물이 있습니다. 조릿대의 일종인 제주조릿대<사진>입니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한강의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는 무력 진압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희생된 '제주 4·3 사건'이 남긴 트라우마를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인데요. 이 소설을 읽다 보면 조릿대가 여러 번 나온답니다.
어느 겨울날 경하는 병원에 있는 친구 인선에게 급한 연락을 받습니다. 제주도에 가서 홀로 집에 남겨진 앵무새를 좀 보살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눈보라를 뚫고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제주 집에서 경하는 70년 전 4·3 사건에 얽힌 인선의 가족사를 마주합니다. 인선은 그 기억을 다큐멘터리로 담아온 감독이었습니다.
어느 겨울날 경하는 병원에 있는 친구 인선에게 급한 연락을 받습니다. 제주도에 가서 홀로 집에 남겨진 앵무새를 좀 보살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눈보라를 뚫고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제주 집에서 경하는 70년 전 4·3 사건에 얽힌 인선의 가족사를 마주합니다. 인선은 그 기억을 다큐멘터리로 담아온 감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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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민철 기자
웬만한 산에 가면 조릿대가 자라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산에서 자라는 대나무란 뜻으로 산죽(山竹)이라고도 부릅니다. 줄기 굵기가 0.5㎝ 정도로, 옛날에 조리를 만들 때 썼습니다. 조릿대란 이름은 여기서 나온 것입니다. 제주조릿대는 조릿대와 비슷하지만 줄기가 가지를 치지 않고 겨울철에 잎 가장자리가 하얗게 변하는 것이 다릅니다. '작별하지 않는다'에 나오는 조릿대는 제주조릿대일 것입니다.
그런데 한라산 전역에서 자라는 제주조릿대가 생태계를 교란하는 식물이라는 논란에 휩싸이는 등 제주도의 골칫거리로 떠오른 적이 있습니다. 한라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한 이후 1980년대 중반부터 말과 소 방목을 금지하자 조릿대가 빠르게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왕성한 번식력과 강한 생명력을 가진 조릿대가 서식지를 넓혀가면서 기존 한라산 특산식물의 생존까지 위협하자 생물 다양성을 훼손시킨다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정부가 한라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에 조릿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국립공원 지정을 취소하겠다고 경고할 정도였습니다.
제주도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시 말을 방목하는 방법, 조릿대를 베어내는 방법 등 어떤 것이 좋을지 5년에 걸쳐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말을 방목하면 조릿대를 제거할 수 있지만 고유 식생까지 파헤쳐지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결국 현재는 주기적으로 베어내 조릿대 분포를 조절하고 있습니다.
조릿대가 꼭 나쁜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인 순기능은 촘촘한 땅속 줄기로 토양 유실을 막아주는 것입니다. 또 노루나 토끼 같은 작은 짐승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안식처 역할을 합니다. 조릿대가 퍼지는 것이 생태계에 좋은지 아닌지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