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세종대왕이 창제한 '훈민정음', 신하들과 아들·딸 도움 받았죠

입력 : 2026.05.11 03:30

28자로 이룬 문자혁명 훈민정음

[재밌다, 이 책] 세종대왕이 창제한 '훈민정음', 신하들과 아들·딸 도움 받았죠
김슬옹 지음|출판사 미래엔아이세움|가격 1만2000원

세종대왕이 창제한 한글의 정식 이름은 훈민정음입니다. 백성을 깨우치는 바른 글자라는 뜻이지요. 훈민정음을 한문으로 쓴 해설서이자 활용 설명서인 '훈민정음 해례본'도 있습니다. 해례본에는 세종이 한글 창제 목적과 자음·모음 발음 등에 대해 쓴 '예의', 창제 원리와 글자 사용법 등을 신하들이 해설한 '해례', 정인지라는 학자가 쓴 '서문'이 들어 있습니다. 해례본의 예의는 한글로 번역되어 1459년 불교 서적인 '월인석보' 첫 부분에 실렸습니다.

한글은 세종대왕 혼자 만들었을까요? 정인지·신숙주·성삼문·최항·박팽년·강희안·이개·이선로 등 해례를 쓴 신하 여덟 명이 세종을 도왔다고 합니다. 세종의 첫째 아들 문종도 세자 시절 "한글 창제에만 매달린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둘째 아들 수양대군은 세종이 하는 일을 자주 도왔고 '석보상절' 등 한글 도서를 간행했습니다. 셋째 아들 안평대군은 목판 인쇄된 해례본의 원고 글씨를 썼습니다. 둘째 딸 정의공주는 특정 소리를 어떻게 글자로 표현할지 논의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전해집니다. 새로운 문자를 만들겠다는 것은 세종의 단독 아이디어였지만, 그걸 만드는 과정에선 신하들과 가족의 도움을 받은 거지요.

한글 창제 이후 조선의 왕실 여성들은 한글을 폭넓게 사용했습니다. 대왕대비가 한글로 쓴 문서에 왕의 도장이 찍히기도 했습니다. 중전이 영의정에게 한글 명령서를 전하거나, 관리들이 중전에게 한글로 보고하고 중전이 한글로 답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정조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가 자신의 인생을 회고하며 쓴 수필인 '한중록'은 섬세한 한글 표현이 돋보입니다. 여성들은 한글의 쓰임새를 넓히는 데 기여했고 단정하고 우아한 한글 글씨체인 '궁체'를 발전시켰습니다.

정인지는 해례본 서문에서 한글의 필요성과 특징을 강조합니다. '중국 이외 다른 나라 말은 소리만 있고 글자가 없어서 중국 글자를 빌려다 쓰고 있으니, 둥근 자루를 모난 구멍에 억지로 끼워 맞추려는 것과 같다. 정음 스물여덟 글자는 간단하면서 정밀하여, 슬기로운 이는 스승에게 배우지 않아도 스스로 하루아침을 마치기 전에 배울 수 있다. 바람 소리, 학 울음, 닭 울음, 개 짓는 소리라도 모두 적을 수 있다.'

이 책의 저자에 따르면, 한글은 새로운 쓰임새를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는 문자입니다. 예컨대 휴대전화 한글 자판은 적은 글자들을 간단히 배열해서 빠르고 편리하게 입력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한글이 "과학적인 문자가 아니라 과학이다"라고 주장합니다. 한글의 쓰임새를 넓히고 가치를 찾는 일을 우리가 해야겠지요. 오는 15일은 '제629돌 세종대왕 나신 날'이랍니다. 훈민정음을 만든 세종대왕을 민족 전체의 스승이라고 생각하고, 5월 15일을 스승의 날로 기념하고 있답니다.
표정훈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