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계산 능력 강한 인공지능이 내놓은 답, 어떤 가정서 왔나 따져묻는 자세 필요해요

입력 : 2026.05.07 03:30

수학의 쓸모

[재밌다, 이 책] 계산 능력 강한 인공지능이 내놓은 답, 어떤 가정서 왔나 따져묻는 자세 필요해요
닉 폴슨·제임스 스콧 지음|노태복 옮김|출판사 더퀘스트|가격 2만2000원

오늘 소개할 책은 수많은 '수포자(수학 포기자)'를 매혹한 베스트셀러입니다. 복잡한 공식 대신 동전 던지기 같은 쉬운 비유로 미래를 움직이는 핵심 원리가 왜 수학인지 흥미진진하게 보여주지요. 원제 'AIQ'는 지능 지수(IQ)에 인공지능(AI)을 결합한 단어로, 기계와 인간이 협력해 시너지를 내는 능력을 뜻해요.

기계가 척척 계산해 주는 시대, 수학은 컴퓨터에게 맡기면 될까요? 저자인 두 통계학 교수는 정반대로 답합니다. 기계가 강력해질수록 인간에게는 기계의 언어를 이해하고 지시를 내릴 더 높은 수준의 수학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수학은 공식을 푸는 기술이 아닙니다. 수많은 정보 가운데 무엇을 믿고 무엇을 의심할지 진실을 꿰뚫어 보는 판단력에 가깝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수학자 에이브러햄 월드의 일화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귀환한 전투기에 총탄 자국이 가득하자 군은 그곳에 장갑을 덧대려 했지만, 월드는 구멍이 없는 엔진 부위를 보호해야 한다고 반대했습니다. 총알을 맞고도 돌아왔다는 건 그곳이 치명적인 약점이 아니란 뜻이며, 엔진에 총알을 맞은 비행기들은 격추돼서 아예 돌아오지 못했기 때문이죠.

기계가 엄청난 데이터를 무서운 속도로 처리할지라도, 그 바탕인 '가정'을 세우는 건 결국 인간의 몫입니다. 저자들은 기계는 스스로 가정을 점검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과거의 편향된 데이터나 잘못된 가정을 그대로 입력하면 기계는 그 오류를 눈덩이처럼 증폭하지요. 억지 결론을 쥐어짜내지 않고, 틀린 가정을 빨리 알아차려 기계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이야말로 AI 시대 인간의 핵심 역할입니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나이팅게일의 일화는 데이터 자체보다 다루는 사람의 태도가 훨씬 중요함을 증명합니다. 그는 단순한 '백의의 천사' 간호사가 아니라 병사들의 끔찍한 사망 원인을 그래프로 시각화해 관료들을 설득해 낸 '통계학자'였습니다. 올바른 질문을 던지고 데이터를 무기로 세상을 끈질기게 설득하려는 의지가 없다면 아무리 훌륭한 기술도 무용지물이 됩니다.

기계가 내놓은 답에 "왜?"라고 당당히 되묻는 힘은 계산기가 결코 대신할 수 없습니다. '수학의 쓸모'는 수학에 지쳐 버린 사람들도 편안하게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책입니다. 모든 계산을 기계가 대신해 주는 시대일수록 우리가 놓지 말아야 할 것은 계산 능력보다 수학적으로 의심하고 판단하는 힘입니다. 저자는 정답에 쉽게 휩쓸리지 않고, 그 답이 어떤 가정 위에 서 있는지 끝까지 따져 묻는 태도야말로 미래를 살아갈 인간의 진짜 경쟁력임을 일깨워 줍니다. 
이진혁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