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꼭 읽어야하는 고전] '하늘 천 따 지~' 한자 1000자로 만든 책, 마지막 8자는 문자 중요성 보여줘요

입력 : 2026.05.04 03:30

천자문

[꼭 읽어야하는 고전] '하늘 천 따 지~' 한자 1000자로 만든 책, 마지막 8자는 문자 중요성 보여줘요
주홍사 지음|이민수 옮김|출판사 을유문화사|가격 1만2000원

조선 시대 서당에서는 어린 학생들이 소리 내어 '천자문' 등 책을 읽었습니다. 이 책은 첫 부분 '하늘 천 따(땅) 지 검을 현 누를 황'으로 유명하지요. '천지현황(天地玄黃)', 하늘은 검고 아득하며 땅은 누렇다는 뜻입니다. 다음으로는 우주는 넓고 막막하다는 뜻의 '우주홍황(宇宙洪荒)' 네 글자가 이어집니다.

'천자문'은 이렇게 네 글자로 이뤄진 구절 250개가 모인 1000글자짜리 시와 같습니다. 중국 한나라(기원전 202~기원후 220년) 때 처음 지어졌지만 6세기 초 양나라 황제의 명을 받은 주흥사가 보다 짜임새 있게 다시 지었습니다. 주흥사는 글을 짓느라 신경을 너무 많이 쓴 탓에 하룻밤만에 머리카락이 하얗게 세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천자문'의 별명은 '흰 머리 글'이라는 뜻의 백수문(白首文)입니다.

'천자문'은 글자도 중요하지만 내용과 구성도 중요합니다. 첫 부분 '천지현황 우주홍황'은 인류 문명의 공간과 시간 배경입니다. 인류가 생겨나 하늘을 보니 검고 아득했고 땅을 보니 누런 빛깔입니다. 집 우(宇) 자는 '지붕'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습니다. 세상을 덮은 지붕 같은 하늘 아래 공간을 가리키죠. '때, 무한한 시간'이라는 뜻도 있는 집 주(宙) 자는 과거에서 현재로 오고 미래로 가는 시간을 의미합니다.

그다음 구절은 '일월영측 진수열장(日月盈昃 辰宿列張)'입니다. 해는 떴다가 지고 달은 꽉 차올랐다가 기울며, 별들이 제자리에 펼쳐져 있다는 뜻입니다. 인류는 해와 달과 별을 관측해 하늘의 질서를 알아냈습니다. 다음은 땅입니다. '한래서왕 추수동장(寒來暑往 秋收冬藏)', 추위가 오면 더위가 가고, 가을에 거두어들이고 겨울에 저장한다는 뜻입니다. 인류는 이처럼 계절의 순환에 맞추어 농사를 지으며 문명을 발달시켰습니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도덕 수준도 높아졌습니다. 도덕의 기본은 효도라고 보았지요. '공유국양 기감훼상(恭惟鞠養 豈敢毁傷)', 부모님이 나를 길러준 일을 공손히 생각하면, 어찌 감히 내 몸을 함부로 상하게 할 수 있을까? 집 밖에서 사회생활을 할 때는 '망담피단 미시기장(罔談彼短 靡恃己長)', 남의 단점을 함부로 말하지 말고, 자신의 장점을 뽐내지 말아야 합니다.

훌쩍 건너뛰어 '천자문'의 마지막 여덟 글자는 '위어조자 언재호야(謂語助者 焉哉乎也)'입니다. 다른 말을 돕는 구실을 하는 한자에는 언, 재, 호, 야 등이 있다는 뜻입니다. 예컨대 호(乎)는 문장 마지막 부분에서 물음표와 느낌표 역할을 합니다. 문장이 나타내려는 뜻이 잘 드러나게 도와줍니다.

왜 이런 글자를 마지막에 두었을까요? 문자야말로 문명 발달의 가장 높은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문자를 기록함으로써 인류는 경험과 지식을 길이 전할 수 있게 됐으니까요. 
표정훈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