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꼭 읽어야하는 고전] 빛과 함께 사라진 갈매기 조나단. 그 이후 이야기를 아시나요?

입력 : 2026.04.30 03:30

갈매기의 꿈

[꼭 읽어야하는 고전] 빛과 함께 사라진 갈매기 조나단. 그 이후 이야기를 아시나요?
리처드 바크 지음|공경희 옮김|출판사 나무옆의자|가격 1만5800원

1970년에 출간된 리처드 바크의 소설 '갈매기의 꿈'은 전 세계에서 400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입니다.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라는 익숙한 격언도 이 책에서 비롯했지요. 꿈을 이룬 갈매기 조나단의 이야기는 수십 년 동안 수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줬습니다. 그런데 반세기 가까운 시간이 흐른 2014년, 작가가 당시에는 싣지 않았던 '4부'를 뒤늦게 세상에 공개하면서 이 익숙한 고전은 전혀 다른 의미를 띠기 시작합니다.

조나단은 비행을 그저 먹이를 구하기 위한 생존 수단으로 여기지 않았습니다. 그는 나는 것 자체에서 기쁨을 느끼며 비행을 지독히 사랑했지요. 오직 먹고 살아남는 것만이 삶의 목적이라는 전통을 거부하고 수직 강하 연습을 하다가 무리에서 추방당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쫓겨나서도 묵묵히 한계를 돌파한 그는 마침내 시공간을 뛰어넘는 비행술을 터득하고, 자신처럼 하늘을 날고 싶어 하는 제자들에게 진정한 자유를 가르친 뒤 빛과 함께 사라집니다. 조나단이 위대한 스승으로 남는 이 장면이 익히 알려진 결말이지요.

하지만 새롭게 추가된 내용은 사뭇 서늘합니다. 조나단이 떠나고 오랜 시간이 흐르자 남은 갈매기들은 더 이상 스스로 날아보려 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 조나단을 숭배의 대상으로 떠받들며 돌무덤을 쌓고, 그가 남긴 어록을 달달 외우는 의례에만 매달립니다. 스스로 한계를 깨고 날아오르라던 스승의 치열한 가르침이 어느새 교리로만 남게 돼버린 것이죠. 정작 자기 날개로 바람을 가르려는 갈매기들은 자취를 감추고 말았습니다.

이 풍경은 오늘날 우리와도 겹쳐 보입니다. 우리는 수많은 멘토와 롤모델의 말에 열광하지만 정작 그들이 꿈을 이루기까지 흘린 땀과 겪은 실패까지 따르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누군가 치열하게 얻어낸 가르침을 직접 체득하기보다 인용하기 좋은 문장으로 바꿔 소비하는 데 그칠 때가 더 많지요. 남의 비행을 바라보며 감탄하는 일은 쉽지만 내 날개를 직접 움직여보는 일은 어렵습니다. 다른 사람이 오랜 시간 노력해 일궈낸 성공을 그저 구경하고 칭송하기만 한다면 우리 역시 모래밭에 엎드린 갈매기들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조나단은 숭배받아야 할 신이 아니라, 비행을 사랑한 한 마리 갈매기였을 뿐입니다. 그래서 '갈매기의 꿈'이 우리에게 남기는 질문도 단순합니다. 남이 날아오른 자리를 올려다보며 감탄만 하고 있을 것인가, 아니면 서툴더라도 직접 내 날개를 움직여볼 것인가. 조나단은 전설이 아니라 연습의 본보기로 남고 싶었을 테지요. 이 책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위대한 이름을 외우는 데 머무르지 말고 비록 불완전하더라도 자기 날개로 직접 바람을 가르라고. 자유는 감탄 속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끝내 스스로 날아보는 사람에게만 찾아온다고 말이죠. 
이진혁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