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사소한 역사] 신라 천마총·백제 무령왕릉에서도 나왔대요

입력 : 2026.04.28 03:30

다리미

최근 한 대형 마트에서 옷의 주름을 펴주는 다리미를 5000원도 안 되는 가격에 판매해 화제가 됐어요. 보통 시중에서 판매되는 저렴한 기성 브랜드의 제품들은 2만~3만원대인데요, 이 대형 마트는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초저가 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고 해요. 옷감의 주름을 펴주는 다리미는 금속판을 달궈서 그 열로 주름을 펴는 원리로 작동합니다. 그런데 다리미의 역사가 생각보다 굉장히 오래됐답니다. 다림질은 옷에 숨어 있는 기생충과 곰팡이를 박멸하는 효과도 있었기 때문에 동서양 모두에서 고대부터 발전했어요. 오늘은 다리미의 역사를 살펴볼게요.

고대 그리스에서는 '고퍼(goffer)'라는 둥근 막대기를 사용했는데요. 고퍼를 달궈서 천의 주름을 펴거나, 반대로 멋지게 주름을 내기도 했어요. 고대 로마에서도 평평한 금속 막대로 옷감을 두들겨 주름을 폈다고 합니다.

충남 공주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백제 시대의 청동 다리미입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충남 공주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백제 시대의 청동 다리미입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14세기부터는 손잡이가 달린 얇은 쇳조각을 사용했습니다. 쇳조각의 검댕이 옷에 묻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쇳조각과 옷감 사이에 천을 덧대서 다림질을 했다고 해요. 이후에는 '상자 다리미'가 나왔습니다. 속이 빈 금속 상자 안에 석탄이나 달군 벽돌 등을 채워 사용하는 형태였다고 합니다. 이후 상자 다리미는 액체 연료를 사용하는 형태로 발전합니다. 에탄올이나 고래 기름, 휘발유 등 액체로 된 연료를 이용해 다림질을 하는 것이죠.

19세기에는 난로를 이용한 철판 다리미도 등장하는데요. 난로 위에 올려두어 다리미를 가열하고, 다림질을 하는 동안에는 다른 다리미를 가열하고 있다가 사용 중인 다리미가 식으면 다른 다리미로 교체해서 다림질을 계속하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동아시아에서는 금속 그릇형 다리미를 사용했어요. 금속으로 된 접시·프라이팬 형태의 다리미에 숯이나 달군 모래, 석탄 등 열을 내는 물건을 담아서 다리미질을 한 것이죠. 이런 방식은 중국에서 기원전 1세기쯤 시작돼 주변국으로 퍼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라 천마총이나 백제 무령왕릉에서 청동 다리미가 출토됐고, 비슷한 형태의 다리미가 일본에서 출토됐지요.

이 방식은 조선 시대까지도 유지된 것으로 보이는데요, 조선 말기인 헌종 대에 이규경이 쓴 백과사전류 책인 '오주연문장전산고'에서는 다리미를 '불붙은 숯을 넣고 옷감을 펴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숯을 이용한 다리미가 삼국 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 계속 사용됐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인도 등 열대 지역에서는 코코넛 껍질을 연료로 사용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19세기부터는 전기 다리미의 시대가 열립니다. 전기 다리미는 1882년 미국인 발명가 헨리 실리가 발명해 특허를 받았습니다. 이 다리미는 온도를 조절할 수 없으면서 빠르게 식는다는 단점이 있었죠. 하지만 이후 전기 다리미는 빠르게 발전하면서 온도를 조절할 수 있게 됐고, 20세기에는 스팀 다리미가 등장해 증기를 이용해 옷을 다릴 수 있게 됐죠. 
김현철 서울 영동고 역사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