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철학·인문학 이야기]'AI와 함께 인간은 어떤 존재가 될 것인가'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대가 시작됐어요
입력 : 2026.04.28 03:30
인간지능의 역사
인공지능(AI)을 대하는 요즘 사람들의 걱정과 비슷해 보입니다. AI 때문에 사람들의 생각하는 능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며 걱정하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립니다.
역사적으로 인류는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처음에 이를 내치려 했다가, 세월이 흐르면서 일부 받아들이게 되고, 나중에는 완전히 익숙해지는 과정을 거듭하곤 했습니다. 문자도 마찬가지였어요. 힌두교의 가르침을 담은 '베다(Veda)'는 수천 년 동안 오롯이 사제들 사이에서 입으로만 전해졌습니다. 다른 종교도 비슷했지요. 말씀을 글로 옮겨 적으면 신성함이 흐려진다고 여겼기 때문이라고 해요. 그러다가 베다를 글로 적고, 때마다 모여 함께 소리 내어 읽으며 암송하게 됐습니다. 세월이 더 흐르면 보관하고 읽기 쉽도록 적어 놓은 베다를 모아 책으로 만들었지요.
AI가 우리 삶에 스며든 과정도 이와 비슷합니다. 처음 AI가 등장했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인공지능에 도움을 받은 결과물을 창작물로 여기지 않았죠. 지금은 AI의 도움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지요. 앞으로는 인간이 했는지 AI가 만들었는지를 따지지 않게 될 날도 올 듯싶어요.
AI에게 고민 상담하는 이도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 마음에 꼭 맞는 말만 하는 AI에 익숙해지면, 불편한 인간 관계를 피하고 AI에 더욱 의지하게 될 겁니다. 이런 모습이 별로 바람직하게 보이지는 않지요. 이 책의 저자인 디지털 인문학자 이은수 교수는 말합니다. "이 기술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묻던 시대를 지나 "이 기술과 함께 인간은 어떤 존재가 될 것인가?"를 따져야 하는 시대가 됐다고요.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지적 능력도 바꾸어 놓곤 해요. 예컨대 대화를 나눌 때는 목소리나 상대방의 매력에 마음이 흔들리지만, 이를 문자로 표현하게 되면 글이 얼마나 논리적인지에 더욱 집중하게 되지요. 마찬가지로 AI 시대에는 누가 한 말인지가 점차 중요하지 않게 됩니다. AI는 여러 곳에서 정보를 끌어모아 이야기를 펼치니까요. 따라서 자신을 앞세우기보다, 함께 일하며 공동의 결과를 내놓는 능력이 더 주목받겠지요.
기술과 인간은 서로를 바꾸어 왔습니다. 인공지능 역시 인간을 대체하기보다, 우리의 사고 방식과 지능을 함께 바꾸며 진화해갈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과제는 분명합니다. AI를 활용하되, 그 속에서 인간이 지켜야 할 생각하는 힘과 판단의 기준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묻는 일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