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울어야 할 때 실컷 울어보는 용기… 진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에요

입력 : 2026.04.27 03:30

눈물상자

[재밌다, 이 책] 울어야 할 때 실컷 울어보는 용기… 진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에요
한강 지음|출판사 문학동네|가격 1만2000원

2024년 우리나라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가 쓴 동화 '눈물상자'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옛날, 아주 오랜 옛날은 아닌 옛날, 어느 마을에 한 아이가 살고 있었다." 아이는 갓 돋아난 잎사귀들이 햇빛에 반짝이는 것을 보고, 거미줄에 날개 감긴 잠자리를 보고 눈물 흘립니다. 친구들은 그런 아이를 "눈물단지래, 울보래요" 놀려대지요.

어느 날 한 아저씨가 마을에 찾아와 아이에게 말합니다. "나는 눈물을 모으는 사람이란다. 필요한 사람에게는 팔기도 하지." 아저씨는 상자를 열어서 20년 동안 모은 눈물을 보여줍니다. 잘못을 후회할 때 흘리는 연보랏빛 눈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흘리는 푸른빛 눈물, 누군가를 가엽다고 느낄 때 흘리는 연한 갈색 눈물, 거짓으로 흘리는 회색 눈물 등.

온갖 눈물을 모은 아저씨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눈물로 여겨지는 '순수한 눈물'은 갖고 있지 않습니다. 아저씨는 순수한 눈물을 찾기 위해 길을 떠나고, 아이는 그 여정에 동행하지요.

그러다 한 할아버지를 만납니다. 할아버지는 아무리 슬퍼도 가슴만 아플 뿐, 평생 눈물을 흘려보지 못했습니다. 할아버지는 전 재산을 주고 아저씨가 가진 눈물의 거의 절반을 샀습니다. 할아버지가 눈물을 한 방울씩 입에 넣자, 평생 흘리지 못한 눈물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답니다.

할아버지는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살면서 얼마나 많은 슬픈 일, 기쁜 일, 감사한 일들이 있었는지 깨닫습니다. 고통스러운 시간과 평화로운 시간이 함께한 것을 깊이 느끼죠. 이후 할아버지가 부는 피리 소리를 듣자 아이의 눈가가 촉촉해집니다. 아저씨는 아이 눈가에 맺힌 눈물 한 방울을 유리잔에 담고 말합니다.

"순수한 눈물이란 아무것도 담겨 있지 않은 눈물을 말하는 게 아니야. 모든 뜨거움과 서늘함, 가장 눈부신 밝음과 가장 어두운 그늘까지 담길 때, 거기 진짜 빛이 어리는 거야. 네 눈물에는 더 많은 빛깔이 필요한 것 같구나. 특히 강인함 말이야."

아이의 눈물에는 아직 강인함 같은 감정이 충분히 담기지 않아, 순수한 눈물이 되기에는 이르다는 뜻이지요. 사실 아저씨는 할아버지와 비슷하게 울지 못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저씨는 할아버지와 달리 감정 자체를 충분히 느끼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눈물을 먹는 것만으로는 울 수 없었던 것이지요. 순수한 눈물을 찾아다닌 것도, 그것이 자신을 눈물 흘리도록 해줄 것이라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아저씨는 순수한 눈물을 찾지 못한 채, 그것을 찾기 위해 다시 길을 떠납니다.

이 작품은 순수한 눈물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눈물의 의미에 대해 알려준답니다. 눈물 흘리는 것은 나쁜 일도, 부끄러운 일도 아닙니다. 진짜 어른이 된다는 것은 울어야 할 때 우는 사람이 되는 것 아닐지요. 
표정훈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