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광활한 우주를 탐구하는 천문학자들 그들을 가슴 뛰게 하는 건 무엇일까요?

입력 : 2026.04.23 03:30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재밌다, 이 책] 광활한 우주를 탐구하는 천문학자들 그들을 가슴 뛰게 하는 건 무엇일까요?
심채경 지음|출판사 문학동네|가격 1만5000원

공부를 하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도대체 이걸 알아서 어디 쓰지?' 그런데 세상에는 당장 쓸모를 쉽게 증명할 수는 없지만 의미 있는 일이 많답니다.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는 바로 그런 점을 다루는 책입니다.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가 차세대 과학자로 지목한 저자는 당장 결과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오랫동안 무언가를 깊이 사랑하며 나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들려줍니다.

제목부터 흥미롭습니다. 천문학자가 별을 보지 않는다니 무슨 뜻일까요? 흔히 천문학자라고 하면 밤하늘을 거대한 망원경으로 들여다보는 모습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현대의 천문학자들은 연구실 모니터 앞에 앉아 있습니다. 우주 탐사선이 멀리에서 보내온 방대한 데이터와 복잡한 수식, 그래프 속에서 우주의 질서를 더듬어가는 것이 진짜 일상이지요.

그렇다면 왜 이토록 팍팍한 현실 속에서도 천문학을 놓지 못하는 걸까요? 이들의 연구는 당장 주머니를 두둑하게 해주지도, 세상을 하루아침에 편리하게 바꿔주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명예나 부가 따라오지 않아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즐겁게 몰두하는 사람들, 신호가 닿는 데만 수백 수천 년 걸릴 곳을 향해 '과연 우주에 우리뿐일까?' 질문하며 하염없이 전파를 보내는 사람들을 깊이 동경한다고 고백합니다. 효율성과 빠른 성과만이 정답으로 여겨지는 세상에서, 순수한 호기심 하나로 아주 긴 시간을 견디는 이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묵직한 감동을 줍니다.

이 책이 특히 위로가 되는 이유는 과학을 '확실한 정답'이 아니라 '끊임없는 의심'의 학문으로 대하는 저자의 태도 때문입니다. 저자는 자연에는 늘 예외가 있기에 과학자는 언제나 '잘 모른다'는 사실을 기꺼이 인정하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빨리 결론을 내리고 싶어 하는 세상에서, 쉽게 단정하지 않고 정답을 향해 끈질기게 헤매는 과학자의 태도는 우리의 조급한 마음을 다독입니다. 지금 당장 답을 모른다고 해서 틀린 것이 아니며, 방황하는 그 시간 역시 생각이 깊게 자라나는 필수적인 과정임을 알려주니까요.

책의 후반부, 저자는 수명이 다해가는 우주 탐사선 '보이저'호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합니다. "보이저는 춥고 어둡고 광활한 우주로 묵묵히 나아간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우주를 만들어간다. 그렇게, 어른이 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하루아침에 대단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캄캄하고 막막해도 자기 자리에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눈앞의 성적이나 결과에만 매달리고 있다면 이 책을 펼쳐보세요. 내 땀방울이 당장 어떤 쓸모를 증명하지 못하는 것 같아도 괜찮습니다. 수억 광년 떨어진 별빛을 묵묵히 기다리는 천문학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조급함을 내려놓고 나만의 우주를 단단하게 빚어갈 용기를 얻게 될 것입니다. 
이진혁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