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한국 늑대 복원 위해 18년 전 러시아에서 '늑구 조부모' 데려왔어요

입력 : 2026.04.22 03:30

한국 늑대

최근 대전의 한 동물원에서 늑대가 탈출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을 거예요. 수컷 늑대 '늑구'<사진>인데요, 열흘 만에 생포돼 동물원으로 돌아왔답니다. 늑구는 멸종된 한국 늑대 복원을 목표로 러시아에 들여온 늑대의 후손이랍니다.

늑대는 호랑이·표범·스라소니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 살다가 자취를 감춘 맹수랍니다. 1960년대 경북 영주 등에서 생포된 늑대의 후손이 서울대공원에 살다가 1997년에 죽은 게 한국 늑대의 마지막이었죠. 이후 2008년 러시아에 살던 늑구의 할아버지·할머니뻘 되는 늑대들이 대전의 동물원으로 이주한 뒤 대를 이어왔어요. 그래서 이 늑대들을 '한국 늑대 혈통'으로 볼 수 있느냐를 두고 논란도 적지 않아요.

대전 오월드
대전 오월드
과학자들은 이를 한국 늑대 혈통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한답니다. 늑대는 전 세계 어느 지역에 사는 무리든 같은 종이거든요. 단 서식 지역의 특성에 맞춰 적응했기 때문에 털 색깔 등 세부적인 차이는 있어요.

한국 늑대의 경우 몸길이는 95~120㎝로 추운 지방에 사는 종류보다 다소 작고 털 색깔은 회색 또는 갈색에 가까웠대요. 산악 지역이 많은 우리나라 특성에 맞춰 바위와 비슷한 털 색깔을 가졌던 것으로 추정돼요. 늑대는 갯과 맹수 중 가장 힘이 세고 똑똑하답니다. 동물 다큐멘터리를 보면 알래스카나 시베리아처럼 추운 곳에서 늑대 무리가 우두머리의 지휘를 받으며 사슴 같이 덩치 큰 사냥감을 끈질기게 쫓아 쓰러뜨리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옛 기록들을 보면 우리나라 늑대도 비슷하게 살았던 것으로 보여요. 무리 구성은 가족 단위로 많아도 7~8마리 정도였고, 노루·고라니·산양·멧돼지 등을 주로 사냥했대요. 마땅한 먹잇감이 없을 땐 개구리·뱀도 잡아먹는가 하면 나무 열매로 허기를 달래기도 한대요. 늑구도 탈출 뒤 낚시꾼이 잡은 물고기를 먹은 것으로 조사됐죠.

늑대 하면 떠오르는 게 바로 "어우우우" 하는 구슬픈 울음소리죠. 이런 식으로 울음소리를 내는 걸 '하울링(howling)'이라고 해요. 하울링을 통해 무리 구성원끼리 메시지를 주고받는대요. 또 개체마다 톤이나 음향에 미세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누구인지를 식별하는 역할도 해준대요.

늑대는 사람의 목숨을 빼앗기도 하는 무서운 짐승이에요. 그래서 조선 시대 후기부터 일제강점기에 이르는 기간에 꾸준히 포획돼 숫자가 감소했어요. 여기에 광복 후 6·25 전쟁이 터지면서 삼림이 황폐화됐고, 경제 개발로 녹지가 줄어들면서 급속하게 터전을 잃었죠.

만일 늑구가 생포되지 않고 포위망을 완전히 벗어났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까요? 어려서부터 사육사들의 보살핌에 익숙해져 먹을 것을 스스로 구하지 못해 얼마 못 가 죽었을 가능성이 크대요. 야산에서 들개들과 어울리고 짝을 지어 '늑대개'가 태어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대요.
정지섭 기자 도움말=이배근 국립생태원 생태조사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