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뉴스 고사성어] 마지막으로 눈동자 찍자 그림 속 용 승천했어요
입력 : 2026.04.21 03:30
화룡점정
6세기 중국 양(梁)나라에 장승요(張僧繇)라는 화가가 있었습니다. 그는 인물화와 불교화를 잘 그렸고, 뛰어난 실력으로 명성이 자자했어요. 한번은 그가 금릉(金陵·지금의 난징)의 안락사(安樂寺)라는 절 벽에 용 그림을 그리게 됐습니다. 단 며칠 만에 작품을 완성했죠. 벽에 그린 네 마리의 용은 어찌나 생동감이 넘치는지 금방이라도 꿈틀댈 것처럼 보였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역시 장승요"라며 감탄했대요.
그런데 가까이서 그림을 보니 이상한 점이 있었어요. 멋드러진 용에 눈동자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장승요에게 눈동자를 그리지 않은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가 대답했어요. "일부러 눈을 그리지 않았소. 내가 눈동자를 그려넣으면 용이 하늘로 날아가 버리기 때문이오."
-
- ▲ 일러스트=박상훈
고대 중국의 화가들은 겉모습이 실제와 조금 다르더라도 본질이 느껴지도록 그리는 것을 중시했습니다. 그 본질이 바로 눈동자에 있다고 생각했죠. 몸의 형태는 껍데기에 불과하지만 감정과 지성, 영혼은 눈을 통해 밖으로 드러난다고 봤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대상의 외형보다는 정신과 기운을 전달하는 그림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신라 시대 화가 솔거(率居)의 '노송도(老松圖)'에 얽힌 일화도 이를 잘 보여줍니다. 솔거는 황룡사(皇龍寺) 벽에 소나무 한 그루를 그렸는데요. 그림이 얼마나 생생해 보였는지, 하늘을 날아가던 새들이 진짜 소나무인 줄 알고 내려앉으려다 벽에 부딪혀 떨어지곤 했을 정도라고 해요. 세월이 흘러 그림이 퇴색하자 스님들이 그 위에 덧칠을 했는데, 그때부터 새들이 더 이상 찾아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겉모습만 흉내 낸 덧칠이 솔거가 담아냈던 소나무의 본질인 기운을 가려버렸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