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산 이야기] 말의 귀 닮은 산… 계절 따라 '돛대봉' '문필봉'으로도 불려요
입력 : 2026.04.20 03:30
전북 진안 마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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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3일 전북 진안 마이산에 벚꽃이 피었습니다. 말의 귀를 닮은 두 봉우리도 보여요. /진안군
마이산은 계절에 따라 두 봉우리를 부르는 이름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봄에는 안개 속에 떠 있는 돛단배 같다고 해서 '돛대봉', 여름에는 푸른 숲 사이로 솟은 용의 뿔 같다고 해서 '용각봉', 가을에는 단풍 사이로 비치는 모습이 말의 귀 같아 '마이봉', 겨울에는 눈 덮인 바위 끝이 붓끝처럼 보여 '문필봉'이라 불렸다고 해요.
마이산을 가까이서 보면 독특한 특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바위 표면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데요. 이건 화강암이 아니라 역암이기 때문이에요. 우리나라에는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산이 많은데, 화강암은 땅속 깊은 곳에서 마그마가 천천히 식어 굳은 단단한 바위로 표면이 매끈한 편입니다. 반면 역암은 여러 크기의 자갈과 모래가 함께 굳은 암석이라, 단단한 부분과 약한 부분이 섞여 있습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약한 부분부터 먼저 깎여 나가면서 표면에 구멍이 생기게 되지요. 이런 침식 흔적을 '타포니'라고 부른답니다.
약 1억 년 전, 공룡이 살던 중생대 백악기 시절 이곳은 넓은 호수였습니다. 주변에서 흘러든 자갈과 모래가 호수 바닥에 차곡차곡 쌓였고 이후 지각 변동으로 땅이 솟아오르면서 오늘날의 산이 된 것이지요. 물과 바람이 오랜 세월 바위를 깎아 내리며 지금의 마이산을 만들었지요. 이런 특징 덕분에 마이산은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야외 지질 박물관'으로 평가받고 있어요.
마이산 남쪽 자락에 있는 사찰인 탑사(塔寺)에 가면, 특별한 돌탑도 볼 수 있습니다. 1880년대쯤 이갑룡 처사(벼슬을 하지 않고 수행하며 살던 인물)가 돌을 하나하나 쌓아 만든 돌탑 80여 개가 있거든요. 접착제 없이 오로지 균형만으로 버티고 있죠. 겨울에는 탑사에 놓인 물그릇 속 물이 아래에서 위로 밀려 올라가며 얼어붙는 '역고드름' 현상으로도 유명합니다. 일반적인 고드름과 달리 위로 자라나는 모습이 독특해 관광객이 몰리기도 하지요. 과학자들은 역고드름 현상이 물이 어는 과정에서 팽창해 만들어지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마이산은 산행이 비교적 어렵지 않아 운동화를 신고 오르는 사람들도 있어요. 남부 주차장에서 시작해 탑사와 은수사를 거쳐 암마이봉에 오르는 코스가 가장 인기인데요. 길이 완만해서 걷기 좋고, 가는 길마다 사찰과 저수지가 이어져서 마치 한 편의 답사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든답니다.
최근 한 유명 역술가가 "운이 안 풀릴 때는 관악산에 가라"고 한 뒤로, 관악산 정상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고 하는데요. 북적이는 관악산 대신, 마이산의 신비로운 기운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