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뉴스 속 신화] 달로 떠난 여신… 50년 전엔 쌍둥이 동생이 다녀왔죠

입력 : 2026.04.20 03:30

아르테미스

지난 11일(현지 시각) 미국에서는 달 탐사를 마치고 돌아온 아르테미스 2호 우주비행사들의 환영식이 열렸어요. 아르테미스 2호는 우주에 머물면서 달 주변을 한 바퀴 돌았어요. 이렇게 인류가 달 가까이 비행한 것은 1972년 12월 '아폴로 17호' 이후 50여 년 만에 처음이래요.

아르테미스와 아폴론

달 탐사선에 '아르테미스'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답니다. 아르테미스는 바로 그리스 신화의 달의 여신이기 때문이죠. 2017년 시작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달 탐사 계획도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이고, 이와 관련한 우주 개발 규약도 '아르테미스 협정'이에요.

아르테미스는 신들의 왕 제우스와 여신 레토 사이에서 태양의 신 아폴론과 쌍둥이 남매로 태어났어요. 1960~1970년대엔 아폴론의 영어식 이름인 '아폴로'가 달 탐사선 이름에 쓰였죠. 1969년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유인 우주선 이름이 바로 '아폴로 11호'예요. 동생 아폴론이 누나 아르테미스를 만나러 갔다고 상상할 수도 있지요.

또 이번에 우주 비행사들이 타고 돌아온 유인 캡슐의 이름은 '오리온'이었습니다. 오리온은 그리스 신화의 거인 사냥꾼으로 아르테미스의 친구였죠.

나사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과 약정에 따라 2022년 '아르테미스 1호'를 쏘아 올려 달 탐사를 시작했어요. 앞으로도 아르테미스 3호·4호·5호 등의 발사는 계속될 것이라고 해요.

나사는 달 궤도에 우주 정거장 '루나 게이트웨이'도 띄울 계획이었는데요. 루나 게이트웨이는 지구에서 달로 향할 때 잠시 들르는 용도였어요. 하지만 루나 게이트웨이 건설은 비용 등을 이유로 중단됐습니다. '루나'는 그리스 신화 속 티탄 신족 중 달의 여신이었던 '셀레네'의 로마식 이름이에요. 1966년 달에 최초로 착륙한 소련의 무인 우주선 이름도 '루나 9호'였죠.

아르테미스 2호를 탄 우주 비행사들이 지상과 화상 교신을 하고 있어요.
아르테미스 2호를 탄 우주 비행사들이 지상과 화상 교신을 하고 있어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베르사유의 다이애나’. 아르테미스는 로마 신화에서는 ‘디아나’ 영어권에서는 ‘다이애나’로 불려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베르사유의 다이애나’. 아르테미스는 로마 신화에서는 ‘디아나’ 영어권에서는 ‘다이애나’로 불려요.
사슴으로 변한 악타이온이 사냥개들에게 공격당하는 모습을 표현한 조각입니다. 이탈리아 카세르타 궁전에 있어요.
사슴으로 변한 악타이온이 사냥개들에게 공격당하는 모습을 표현한 조각입니다. 이탈리아 카세르타 궁전에 있어요.
아르테미스와 아폴론에게 살해당하는 니오베의 자식들을 담은 작품. 프랑스 화가 피에르 샤를 종베르가 1772년 그렸습니다. /AP 연합뉴스·위키피디아
아르테미스와 아폴론에게 살해당하는 니오베의 자식들을 담은 작품. 프랑스 화가 피에르 샤를 종베르가 1772년 그렸습니다. /AP 연합뉴스·위키피디아
사냥개와 사슴이 상징 동물이죠

아르테미스는 달의 여신이면서 동시에 사냥의 여신이기도 했어요. 그래서 그를 상징하는 동물 중 사냥개도 있답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사슴 역시 아르테미스를 상징하는 동물입니다. 사슴은 일반적으로 사냥의 대상으로 여겨지지만, 신화에서는 아르테미스와 함께하는 친구로 그려져요.

아르테미스는 달의 여신으로, 로마 신화에서는 '디아나' 영어권에서는 '다이애나'로 불리는데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유명한 조각 '베르사유의 다이애나'에서도 아르테미스는 사냥 복장을 하고 있지만, 곁에 사냥개가 아닌 사슴을 데리고 있어요.

사냥개·사슴과 관련한 아르테미스의 일화 중 대표적인 것이 있어요. 어느 날 테베의 왕자 악타이온은 친구들과 함께 사냥개들을 데리고 숲속으로 사냥에 나섰어요. 그는 친구들과 떨어져 혼자 추격하던 사냥감을 놓치고 목이 말라 샘을 찾아 나섰다가, 한 동굴 속에서 우연히 아르테미스와 마주치게 되지요. 아르테미스도 마침 사냥을 마친 뒤 동굴 속 샘물에서 목욕을 하고 있었던 거예요. 갑작스러운 악타이온의 등장에 깜짝 놀란 아르테미스가 몸을 가리며 악타이온을 저주하자, 악타이온이 동굴에서 튀어나오는 순간 사슴으로 변했어요. 결국 악타이온은 자신의 사냥개들에 쫓기다 붙잡혀 죽고 말아요.

미국의 유명한 반려동물 사료 브랜드 '아르테미스'는 사냥의 여신이기도 했던 아르테미스가 평소 데리고 다니던 사냥개에서 착안해 지은 이름이에요.

어머니의 복수를 한 쌍둥이 남매

아르테미스는 어머니에게 애착이 강했어요. 어머니에게 의존했다는 뜻은 아니고, 어머니를 위하며 어머니의 방패가 돼줬다는 뜻이에요. 아르테미스가 태어나자마자 곧바로 쌍둥이 동생 아폴론을 낳는 어머니 레토를 도와줬다는 일화도 그녀가 얼마나 어머니를 사랑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아르테미스와 아폴론이 어머니를 능멸한 니오베의 자식들을 처단한 것도 마찬가지예요.

니오베는 누구일까요? 리디아의 왕 탄탈로스의 딸이었습니다. 니오베는 테베의 왕 암피온과 결혼해 7남 7녀를 낳았어요. 왕비였던 니오베는 남 부러울 게 없었는데요. 특히 자식들이 아주 많다는 점에 자부심을 가지고 살았죠. 그래서 틈만 나면 사람들에게 자신이 여신 레토보다 똑똑한 자식을 많이 뒀다고 자랑을 했어요. 레토는 아르테미스·아폴론 쌍둥이 남매밖에 낳지 않았거든요.

어느 날 레토는 하늘에서 니오베가 자신을 모욕하는 말을 듣고 무척 분노했어요. 아르테미스·아폴론을 불러 니오베에게 당한 수모를 당장 갚아 달라고 명령했지요. 어머니의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쌍둥이 남매는 활과 화살을 들고 테베 왕궁 위 구름 위에 앉았어요. 니오베의 자식들이 놀기 위해 궁전 마당으로 나왔을 때 화살을 날리기 시작했죠. 아르테미스의 화살은 딸들을, 아폴론의 화살은 아들들을 향했어요.

앞서 아르테미스가 사냥의 신이라고 했지요? 아폴론은 궁술(弓術)의 신이에요. 이들의 화살은 백발백중 하나도 빗나가지 않았죠. 니오베의 남편 암피온은 자식들이 태어난 순서대로 몰살당하는 광경을 보고, 광분한 나머지 아폴론의 신전을 부수려다가 아폴론의 화살을 맞고 쓰러졌어요. 니오베는 자식을 잃은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하염없이 울기만 했죠. 결국 니오베는 고향 리디아의 시필로스산에서 울다 지쳐 바위로 변했어요. 바위에선 계속 눈물이 흘러 나왔다고 해요. 
김원익 홍익대 문과대학 교수·사단법인 세계신화연구소장 기획·구성=정해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