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숨어있는 세계사] 스파르타 소년들, 7세 되면 집 떠나 군사훈련 받았대요

입력 : 2026.04.15 03:30

군사 훈련

최근 이란에 추락했던 미군 전투기의 조종사(미 공군 장교)가 36시간 만에 무사 귀환하면서, 미군 군사 훈련 'SERE'가 주목받고 있어요. SERE는 생존(Survival), 회피(Evasion), 저항(Resistance), 탈출(Escape) 등 네 단계로 이뤄진 훈련입니다. 장병들은 군사 훈련을 통해 극한 환경에서 부상을 스스로 치료하고, 물과 식량을 확보하며, 적의 눈을 피해 이동하는 방법을 익히죠.

SERE는 6·25 전쟁 당시 북한군의 포로가 됐던 미군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해요. 적에게 붙잡힌 상황에서도 최소한의 정보만 제공하고 끝까지 저항하도록 교육하는 등 현대 군사 훈련의 중요한 원칙을 담고 있죠. 오늘은 시대에 따라 군사 훈련이 어떻게 달라져 왔는지 알아보겠습니다.

7세부터 혹독한 군사 훈련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 스파르타에선 남자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혹독한 군사 교육을 실시했어요. 당시 다른 그리스 도시국가는 민주 정치를 한 것과 달리, 스파르타는 소수의 군사 집단이 국가를 통치하는 전사 중심 사회였습니다.

스파르타의 군사 훈련은 '아고게'라고 불립니다. 아고게는 고대 그리스어로 '길러내다' '교육하다'라는 뜻이에요. 스파르타에서 태어난 남자 아이들은 출생 직후 국가의 엄격한 심사를 받아야 했어요. 남들보다 약하게 태어났거나 장애가 있으면 버려지기도 했대요. 살아남은 아이들은 7세가 되면 가족을 떠나 국가가 운영하는 아고게 교육을 받았습니다. 이들은 공동 생활을 하며 성장했기 때문에,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시간은 크게 줄어들었어요.

아고게는 세 단계로 진행됐습니다. 먼저 7~12세에는 기초 체력을 기르고 규율을 익혔습니다. 식사는 최소한으로 제공됐고, 옷도 한 벌만 지급됐죠. 12~18세가 되면 훈련 강도가 크게 높아졌습니다. 맨손 격투, 무기 사용법 등을 배웠죠. 18~20세에는 후배를 지도하고 소규모 군사 작전에도 참여했습니다. 20세 이후 정식 전사로 인정받아 공동 생활을 이어가며 항상 전투에 대비했습니다.

여성들도 체력 단련을 받았습니다. 전투를 위한 것은 아니었지만, 건강한 아이를 낳고 기르기 위한 목적이 컸습니다. 이처럼 스파르타는 강력한 군사력을 갖출 수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전사를 길러내는 데 몰두한 나머지 사회가 지나치게 경직됐다는 평가도 받습니다.

스위스 화가 장피에르 생투르가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루타르코스의 기록을 바탕으로 1785년 완성한 작품입니다. 스파르타에서 아이를 선별하는 장면을 담고 있어요.
스위스 화가 장피에르 생투르가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루타르코스의 기록을 바탕으로 1785년 완성한 작품입니다. 스파르타에서 아이를 선별하는 장면을 담고 있어요.
테스투도 대형을 하고 있는 로마 군대의 모습을 새긴 조각. 이탈리아 로마의 트라야누스 기둥에 있는 띠 장식을 본떠 만든 석고 복제품입니다.
테스투도 대형을 하고 있는 로마 군대의 모습을 새긴 조각. 이탈리아 로마의 트라야누스 기둥에 있는 띠 장식을 본떠 만든 석고 복제품입니다.
영국 화가 에드먼드 레이턴의 1900년 작품 '신의 가호가 있기를'. 전장으로 떠나는 기사와 그를 배웅하는 연인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영국 화가 에드먼드 레이턴의 1900년 작품 '신의 가호가 있기를'. 전장으로 떠나는 기사와 그를 배웅하는 연인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1745년 프로이센 군대의 공격 장면이에요. 독일 화가 칼 뢰힐링이 19세기 말 그린 작품입니다. /위키피디아
1745년 프로이센 군대의 공격 장면이에요. 독일 화가 칼 뢰힐링이 19세기 말 그린 작품입니다. /위키피디아
로마 군대의 '거북이' 대형

로마 군대는 1000년 넘게 이어졌어요. 병사들은 평소 농업에 종사하다가 전쟁이 벌어지면 전쟁에 참여했죠. 역사가들은 로마 군대가 오랫동안 유지된 비결이 혹독한 군사 훈련 때문이라고 봅니다.

로마 군대의 기본 단위는 '레기온'이라고 불려요. 레기온은 라틴어로 '모은다' '징집한다'는 뜻에서 나온 말입니다. 말을 타지 않는 보병과 말을 타는 기병, 활을 쏘는 궁수 등 약 5000명의 병사로 구성돼 있죠.

이 중 가장 중요하게 여겨진 보병은 검과 창, 큰 방패로 무장했어요. 이들은 집단 군사 훈련을 통해 높은 전투력을 유지했는데요. 특히 밀집 대형인 '테스투도 대형'이 유명하죠. 테스투도는 라틴어로 거북이라는 뜻인데, 말 그대로 강력한 방패로 대형의 가장 앞부분과 머리 위쪽을 완전히 가려 마치 거대한 거북 등딱지처럼 대형을 만든 채 움직이는 거예요. 앞줄 병사들은 전면을 방어하고, 뒤쪽 병사들은 머리 위로 날아오는 공격을 막은 것이지요.

도덕 규범까지 훈련하는 기사도 정신

14세기 중세 유럽에서는 '기사'라는 전사 계층이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기사는 말을 타고 중무장한 기병으로, 영주나 왕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그 대가로 땅이나 권력을 받는 전업 군인이었어요. 당시 군대는 기사와, 농민이나 도시 시민으로 구성된 보병으로 이뤄졌습니다.

기사가 되려면 어린 시절부터 훈련을 받아야 했습니다. 7~14세는 '시동' 단계로 말 다루는 법, 사냥, 예절과 교양, 기초 체력 등을 훈련받았어요. 14~18세는 '종자' 단계로 무기 사용법 등을 익히고, 실제 기사들을 곁에서 보조하면서 기사의 삶을 배웠습니다. 이후 18~20세 무렵 '서임식'에서 검을 받으면 정식 기사로 인정받을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 '기사도' 정신이 중요했어요. 기사도는 기사들이 따라야 하는 도덕 규범을 가리키는데요. 군주에 대한 충성심, 약자를 보호하려는 태도,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한 삶 등이 포함돼요. 이처럼 중세 기사들은 신체 훈련뿐 아니라 기사로서 품위를 갖추기 위해서도 노력했어요.

점차 발전하는 군사 훈련

근대로 들어서면 화약 무기가 널리 사용되면서 전투 방식도 달라졌는데요. 칼과 창으로 싸우던 시대는 저물고, 총과 대포를 사용하는 시대가 온 것이죠. 따라서 개인의 무술 능력보다는 집단의 협동이 더욱 중요해졌어요.

특히 17~18세기 유럽 국가 프로이센의 군사 훈련이 엄격한 것으로 유명했어요. 프로이센 병사들은 정해진 동작을 반복적으로 훈련받았고, 명령에는 즉각적으로 반응해야 했어요. 이런 훈련을 통해 군대가 하나의 기계처럼 움직일 수 있게 됐답니다.

프랑스 혁명(1789~1799년) 이후 19세기에는 '국민이 곧 군대'라는 개념이 등장하면서 현대적 의미의 징병제가 나타났어요. 군 경험이 없는 일반 시민을 군인으로 빠르게 키워내려고,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통일된 훈련 방식을 도입한 것도 이때입니다. 표준화된 교육과 행군, 사격 등 기본 군사 훈련이 체계적으로 이뤄졌죠.

20세기에 들어 두 차례 세계 대전을 거치고, 항공기나 무선 통신 장비 등이 등장하면서 오늘날 군사 훈련은 한층 다양해졌습니다. 실제 전장을 구현한 가상현실 훈련, 드론과 사이버 공격에 대응하는 교육, 극한 상황을 견디는 특수부대 훈련까지 이뤄지고 있어요. 나아가 인공지능(AI)과 무인 전투 시스템이 발전하면서, 인간이 직접 전투에 나서는 비율은 점점 줄어들고 있답니다. 
정세정 옥길새길중 역사 교사 기획·구성=정해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