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산 이야기] 뱀처럼 굽은 바닷길 가진 사량도… 그 섬의 산 이름이 지리산인 까닭은?

입력 : 2026.03.09 03:30

사량도 지리산

'지리산'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아마 경남 산청·함양·하동, 전남 구례·남원에 걸쳐 있는 지리산(국립공원)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그런데 남해 한가운데에도 지리산이 있다는 사실 알고 있었나요? 경남 통영의 사량도라는 섬에 있는 지리산입니다.

사량도 지리산의 본래 이름은 '지리망산(智異望山)'입니다. 말 그대로 '지리산(智異山)이 보이는[望] 산'이라는 뜻이에요. 맑은 날 정상에 서면 북쪽으로 웅장한 지리산이 보여서 생긴 이름입니다. 지금은 '지리산(智異山)'으로 굳어졌고, 육지의 지리산과 구분하기 위해 '사량도 지리산'이라고 부릅니다. 사량도 지리산은 내륙 최고봉인 지리산만큼 인기가 많습니다. 배를 타고 가야 하는 섬에 있는 산 중에서 제주도 한라산을 제외하면 등산객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답니다.

마치 공룡 등줄기같이 생긴 사량도 지리산의 바위 능선이에요. 뒤쪽으로 남해 풍경이 보입니다.
/조선일보 DB
마치 공룡 등줄기같이 생긴 사량도 지리산의 바위 능선이에요. 뒤쪽으로 남해 풍경이 보입니다. /조선일보 DB
사량도는 윗섬인 상도(上島)와 아랫섬인 하도(下島)로 나뉘어 있는데요. 이 둘을 잇는 다리 연도교가 놓여 있어 두 섬을 한 번에 둘러볼 수도 있습니다. 지리산(399m)은 상도에 있고, 하도에는 칠현산(349m)이 있는데 하루 만에 두 산을 다 오르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섬 이름은 뱀 '사(蛇)' 자와 들보 '량(梁)' 자를 써요. 멀리서 보면 섬이 뱀처럼 길게 생겨서 이름이 유래했다는 설과, 상도와 하도 사이의 바닷길이 뱀처럼 굽이쳐 흐르는 형태로 돼 있다고 해서 이름 붙었다는 설도 있어요. '들보'가 두 기둥 사이를 잇는 나무라는 뜻인 걸 감안하면, 후자가 더 연관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량도 지리산은 내륙의 지리산이 흙으로 이뤄진 것과 달리 바위산입니다. 기이하게 생긴 바위들이 공룡 등줄기처럼 뻗어 있어 강원도의 설악산 공룡능선에 빗대 '남해의 공룡능선'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죠. 능선에 오르면 시야가 탁 트여요. 남해의 여러 섬과 푸른 바다가 답답한 속을 뻥 뚫어줍니다.

등산객이 많은 주말에는 일방통행만 허용됩니다. 좁은 능선길에 사람이 몰리면 정체가 심하고 위험하기도 하니까요. 서쪽에서 동쪽으로 능선을 따라 걷는 것입니다. 대표적 산 입구는 돈지마을입니다. 마을 골목을 지나 산행을 시작하면 바위 벼랑이 겹겹이 층을 이룬 수려한 풍경이 나타납니다. 초보자는 겁을 낼 수 있는 바윗길이지만 위험한 곳에는 계단과 난간, 우회로가 있습니다.

산행 거리는 8㎞로 보통 4시간이면 마칠 수 있어요. 경남 통영 가오치항, 경남 사천 삼천포항, 경남 고성 용암포에서 20~40분 정도 배를 타고 사량도에 갈 수 있답니다.
신준범 월간 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