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나와 다른 선택을 존중하는 마음… 서로를 향한 '진정한 사랑'이에요

입력 : 2026.03.03 03:30

폭풍의 언덕

[재밌다, 이 책] 나와 다른 선택을 존중하는 마음… 서로를 향한 '진정한 사랑'이에요
에밀리 브론테 지음|공경희 옮김|출판사 푸른숲주니어|가격 1만3000원

지난달 11일 영화 '폭풍의 언덕'이 국내 개봉했어요. 이 영화는 영국 작가 에밀리 브론테가 1847년에 발표한 같은 제목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에요. 원작의 영어 제목은 소설에 등장하는 저택 이름인 '워더링 하이츠'입니다.

소설에서 워더링 하이츠 저택의 주인 언쇼는 부모 잃은 소년을 데려와 히스클리프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정성껏 키웁니다. 언쇼의 친아들 힌들리는 그런 아버지를 못마땅해 합니다.

언쇼가 세상을 떠나자 힌들리는 히스클리프를 대놓고 하인 취급하면서 학대합니다. 그런 가운데 힌들리의 여동생 캐서린은 히스클리프와 사랑의 감정을 키워갑니다.

하지만 캐서린은 린턴이라는 집안의 에드거와 우연한 계기로 가까워지고, 결국 에드거의 청혼을 받아들입니다. 캐서린은 에드거를 선택하면서도 자신이 히스클리프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가정부에게 고백합니다. "내가 살아오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히스클리프야. 모든 것이 없어져도 그만 남는다면 나는 살아갈 수 있어. 에드거에 대한 사랑은 숲 속의 나뭇잎과도 같아. 겨울이 오면 나무의 모습이 변하듯이 사랑도 변하겠지. 그러나 히스클리프에 대한 내 사랑은 땅 속 깊이 박힌 바위와 같아. 그는 언제나 내 마음 속에 있어."

캐서린의 결혼으로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은 히스클리프는 워더링 하이츠를 떠났다가 10년 뒤 부자가 돼서 돌아옵니다. 히스클리프를 학대했던 힌들리는 아무렇게나 막 살고 있었습니다. 히스클리프는 그런 힌들리가 도박을 하도록 꾀어 파멸시킵니다. 더구나 캐서린의 남편인 에드거의 동생 이사벨라를 유혹하여 결혼한 뒤 차갑고 못되게 굴어서 그녀가 도망가도록 만들어 버립니다. 캐서린에게 배신당했다고 느낀 히스클리프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용해가면서까지 복수에 나선 거지요.

결국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은 서로에 대한 미움 속에 사랑도 얽혀 있음을 확인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캐서린은 세상을 떠납니다. 캐서린의 남편 에드거도 딸을 혼자 키우다가 세상을 떠납니다. 이사벨라도 히스클리프의 아들을 낳아 혼자 기르다가 죽고 말죠. 캐서린은 히스클리프를 포기하고 에드거를 택했지만 자신의 마음을 끝까지 책임지지 못했습니다. 히스클리프는 복수하려다 결국 주변 사람들까지 불행하게 만들었죠.

'폭풍의 언덕'이 우리에게 묻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내 뜻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나는 배신당한 걸까요? 히스클리프는 캐서린에게 배신당했다고 생각하고 분노했지요.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뜻을 존중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일 것입니다. 그것이 내 뜻과 다를지라도 말이지요. 
표정훈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