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꼭 읽어야하는 고전] 걱정 많아 불안하고 무기력할 때 직접 바꿀 수 있는 일부터 집중해요
입력 : 2026.02.26 03:30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
"아프니까 청춘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한때 우리 사회를 휩쓸었던 이 말들은 듣기엔 그럴듯하지만 막상 감당하기 힘든 불행이 닥쳤을 땐 공허하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18세기 프랑스의 지성 볼테르가 쓴 소설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는 이러한 근거 없는 낙관을 산산조각 내기 위해 쓰인 책입니다.
이 책은 일종의 '로드무비(주인공이 이동하는 경로를 쫓아가면서 진행되는 영화)' 형식을 띠고 있습니다. 주인공 캉디드는 독일의 한 성에서 가정교사 팡글로스의 가르침을 받으며 자랍니다. 팡글로스는 "이 세상은 신이 만든 최선의 세계이며, 모든 일은 선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 철학자입니다. 캉디드는 이 말을 철석같이 믿으며 세상 모든 것이 완벽하게 돌아간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남작 여동생의 혼외자였던 캉디드는 남작의 딸과 사랑에 빠졌다가 성에서 쫓겨나고 말아요. 그 순간 '최선의 세계'라는 환상은 처참하게 깨집니다. 캉디드가 마주한 현실은 지옥이나 다름없었으니까요. 그는 영문도 모른 채 군대에 끌려가 죽도록 매질을 당하고, 전쟁터에서 수만 명이 참혹하게 죽어 나가는 것을 목격합니다.
벼랑 끝에 내몰리는 캉디드를 보면서도 스승 팡글로스는 계속해서 "비극도 거대한 선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합니다. 독자들은 이런 부조화를 보며 눈앞의 비참한 현실을 외면한 채 "다 잘될 거야"라고 주문을 외우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고 무책임한 태도인지 깨닫습니다.
소설의 결말에서 온갖 산전수전을 다 겪고 늙고 지친 캉디드는 튀르키예의 작은 농가에 정착합니다. 여전히 팡글로스는 "네가 온갖 고생을 한 덕분에 지금 여기서 맛있는 열매를 먹을 수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때 캉디드는 이 유명한 마지막 대사로 그의 입을 다물게 합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우리의 정원을 가꾸어야 합니다." 이 말의 핵심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문제들로부터 시선을 거두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작은 확실함'을 챙기자는 것입니다. 입시나 진로, 불투명한 미래를 생각하면 누구나 막막하고 불안해집니다. 침대에 누워 걱정을 거듭할수록 우리는 점점 더 무기력해지죠.
이때 볼테르가 제안하는 '정원 가꾸기'는 마음의 피난처가 돼줍니다. 복잡한 머릿속을 비우고, 당장 내 손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일에 집중해보자는 겁니다. 어지러운 책상을 정리하거나, 산책을 하며 땀을 흘리는 것처럼 아주 사소한 행동들 말이에요. 불안이 파도처럼 밀려올 때 나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은 내 발밑을 단단히 딛는 것입니다. 오늘 내가 가꿀 수 있는 '나만의 작은 정원'은 무엇인가요? 그 작은 성취감들이 모여 비로소 우리를 이 불안한 세상에서 견디게 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