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생활 속 경제] 공간·직원 없는 회사… 개인·법인 세율 차이 노린 탈세 도구로 악용되기도

입력 : 2026.02.19 03:30

페이퍼 컴퍼니

일러스트= 이진영
일러스트= 이진영
Q. 유명 연예인이나 정치인, 기업인 등이 '페이퍼 컴퍼니'를 운영하다가 적발됐다는 뉴스를 봤어요. 페이퍼 컴퍼니가 무엇이고, 페이퍼 컴퍼니를 운영하면 왜 문제인가요?

A. 회사는 돈을 벌기 위해 만든 '법인'입니다. 법인은 사람은 아니지만 법적으로 인격이 있는 존재예요. 회사 이름으로 사람처럼 경제 활동을 하며 부동산이나 현금을 소유하고 세금을 내는 것이죠.

회사를 운영하려면 우선 이름을 정한 뒤 나라에 회사를 설립한다고 알리는 '등기'를 해야 합니다. 마치 사람이 태어났을 때 출생신고를 하는 것과 비슷하죠. 영업을 하기 위한 사무실이나 공장 등 공간과 회사에서 일할 직원도 있어야 해요.

설립 등기는 했지만 공간이나 직원을 갖추지 않은 회사도 있어요. 이런 회사를 '페이퍼 컴퍼니(Paper Company)'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실체는 없이 서류로만 존재한다는 뜻이에요. 우리말로는 '유령 회사'라고 불러요.

페이퍼 컴퍼니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부동산 개발이나 인수·합병(M&A)처럼 회사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합법적으로 '특수목적법인(SPC)'이라는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하는 경우가 많아요. 자금이 많이 들어가거나 여러 회사가 얽혀 있기 때문에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하기 위해 서류상 회사를 만든 것이지요. 예컨대 한 건설사가 대규모 개발 사업을 본사 이름으로 직접 진행하면 사업이 실패했을 때 회사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어요. 사업 전용 특수목적법인을 따로 만들면 실패하더라도 특수목적법인이 책임을 지게 돼요.

그런데 페이퍼 컴퍼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생긴 것은 사업상 필요하지 않은데도 부당 이득을 챙기기 위해 페이퍼 컴퍼니를 악용하는 경우가 많아서입니다.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재산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 숨길 수 있어요. 홍길동이라는 사람이 A라는 페이퍼 컴퍼니를 만든 뒤, A 회사 이름으로 해외 부동산을 샀다고 가정해 봅시다. 겉으로 부동산 주인은 홍길동이 아닌 A 회사로 보이죠. A 회사가 홍길동을 가리는 가면이 돼주는 거예요.

페이퍼 컴퍼니를 탈세의 도구로 쓸 수도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개인이 돈을 벌면 소득세를 내야 해요. 소득세 최고 세율은 45%(지방소득세 제외)입니다. 회사가 돈을 벌면 소득세가 아닌 법인세를 내요. 법인세는 최고 세율이 25%로 소득세보다 훨씬 낮습니다. 홍길동이 매년 수십억 원을 번다면, 이 돈을 개인 소득이 아닌 A 회사를 거쳐서 번 돈으로 처리했을 때 세금을 덜 낼 수 있어요. 소득세 대신 법인세를 적용받기 때문입니다.

이런 꼼수는 투명하게 금융 거래를 하고 정직하게 세금을 내는 대다수 시민을 허탈하게 하죠. 국가에서도 페이퍼 컴퍼니 꼼수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이유입니다.

연유진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경제이야기'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