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흑점이 뿜어내는 '플라스마', 지구 자기장이 버텨낸대요
입력 : 2026.02.10 03:30
태양 흑점 폭발
태양에서 우주로 부는 바람
추운 겨울 캠핑장에서 모닥불을 쬐면 따뜻하지만 가까이 갈수록 뜨거워 화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태양도 마찬가지로 너무 가까이 있으면 위험하겠지요. 지구는 태양의 온기를 유익한 에너지로 받아들이는 정도의 적당한 거리에 있기 때문에 우리가 지구에서 살아갈 수 있는 거랍니다.
그런데 이 적당한 거리는 얼마나 될까요? 태양은 지구에서 1억5000만㎞ 떨어져 있습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가 500㎞ 정도 되는데요. 서울과 부산을 100번도 아닌 15만번 왕복해야 하는 거리죠.
오래전부터 과학자들은 태양에서 빛뿐만 아니라 '태양풍'이라는 바람도 불어오고 있다고 추측했어요. 실제로 우주에 관측기를 보내 측정한 결과, 물질들이 태양에서 오고 있는 걸 확인했습니다. 속도는 초속 300~500㎞에 달했지요. 서울에서 부산까지 1초면 도달하는 굉장한 속도입니다. 태양풍 속도가 너무 높아 이런 바람을 오롯이 맞는다면 견뎌내기 어려울 텐데, 우리 지구는 어떻게 살아남았을까요?
플라스마를 막아주는 지구 자기장
이를 이해하려면 '플라스마' '태양풍' '자기장'에 대해서 먼저 알아야 해요. 우리 주변의 물질은 보통 전자와 양성자가 서로 끌어당겨 붙어 있지만, 태양(대기 온도 6000~100만도)처럼 너무 뜨거운 곳에서는 전자가 양성자에게 붙어 있지 못하고 떨어져 따로 움직이죠. 이렇게 전자와 양성자가 떨어진 상태를 '플라스마'라고 합니다. 쉽게 말해, 물이 끓으면 수증기가 되어 위로 퍼져 나가는 것처럼 태양의 플라스마도 너무 뜨거워 태양을 벗어나 우주로 퍼져 나가는데, 이게 바로 태양풍이에요.
태양은 곳곳에 크고 작은 자석들이 뭉쳐 있는 자기장 덩어리이기도 해서, 태양풍 플라스마가 태양을 벗어날 때 이 자기장들도 플라스마에 끌려 함께 우주로 퍼져 나가게 되죠.
그런데 지구에도 자기장이 있어요. 이 때문에 빠른 속도로 지구에 도달한 태양풍 플라스마는 지구 자기장을 뚫지 못하고 자기장을 따라서 이동해요. 플라스마처럼 전하를 띠는 입자들은 자석의 힘인 자기장을 만나면 이를 거스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지구 자기장 안쪽에 있는 우리는 안전한 것이죠. 지구 자기장은 태양풍이 지나가면서 한쪽은 눌려 있고 반대 방향으로 긴 꼬리를 갖는 특이한 형태로 변형돼 있어요.
태양 폭발로 인공위성 '우수수'
태양 표면에서 태양 폭발을 일으키는 자기장이 강한 영역을 '흑점'이라고 합니다. 검게 보여서 붙은 이름이지요. 흑점에서 강한 폭발이 발생하면 평소의 1000배에 가까운 X선(방사선)이 나오고(플레어), 폭발과 함께 태양의 플라스마 자기장이 덩어리째로 뚝 하고 떨어져 나와 우주 공간으로 발사되기도 합니다. 이를 코로나 물질 방출이라고 해요. 멋있지만, 코로나 물질 방출이 지구를 향하는 순간 빠르면 하루 안에 지구 자기장과 만나죠. 태양의 자기장 덩어리가 초속 1000~2000㎞에 이르는 엄청난 속도로 지구를 향해 달려오면, 지구 자기장은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폭풍을 겪게 됩니다. 이때 태양에서 온 고에너지 입자들이 지구 고위도 지역의 대기층으로 들이치면 환상적으로 빛나는 오로라가 나타나기도 해요.
지구 자기장 폭풍이 일어나면 지상 시설과 통신, 우주 위성·우주인에게 위험한 상황이 발생해 큰 피해를 입게 됩니다. 대표적으로 전력 발전소 피해, GPS·통신 불안정 등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어요. 2022년 2월에는 세계 최대 민간 우주항공 기업인 스페이스X에서 우주로 발사한 위성 49개 중 40개가 지구 자기장 폭풍 때문에 우수수 떨어졌던 적도 있었습니다.
태양 흑점 11년 주기로 증감 반복
태양 폭발 등 태양 활동과 이 때문에 생기는 우주 환경 변화를 '우주 날씨'라고 합니다. 우리가 보통 이야기하는 날씨가 우주에도 있다는 게 신기하지요? 비나 눈이 많이 오거나 폭풍우가 휘몰아칠 때 밖에 나가면 위험한 것처럼, 우주에서도 강력한 태양 폭발이 지구를 포함한 우주를 휩쓸고 지나가면 우리 일상생활에 영향을 줍니다.
태양이 항상 활발히 폭발하는 것은 아닙니다. 태양 폭발이 일어나는 흑점은 평균 11년 주기로 사라졌다 늘어났다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흑점이 많아지는 '극대기'에는 태양의 표면이 흑점으로 얼룩덜룩해지고, 흑점이 적어지는 '극소기'에는 티 없이 깨끗한 태양 표면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극대기에는 강한 폭발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지겠죠.
2024년 5월 가장 강력한 단계의 지구 자기장 폭풍이 발생했어요. 중위도 지역에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오로라가 포착될 정도였으니, 정말 강력한 폭풍이었죠. 점점 태양 활동이 약해지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강한 태양 폭발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혹시 미래에 우주여행을 계획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우주 날씨는 꼭 점검하시기 바랍니다. 태양 활동이 약해진 극소기를 선택하는 것이 좋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