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생각이 자라는 책] 세상을 둘로 쪼개는 혐오의 시대… '사실'을 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해

입력 : 2026.02.05 03:30

팩트풀니스

[생각이 자라는 책] 세상을 둘로 쪼개는 혐오의 시대… '사실'을 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해
한스 로슬링 외 지음이창신 옮김출판사 김영사|가격 2만3800원

스마트폰을 켜면 전쟁과 테러, 경제 위기 소식이 쏟아집니다. 소셜미디어에는 분노와 절망이 넘쳐나지요. 이런 정보만 보고 있으면 문득 '세상이 망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이런 우리에게 '정신 차리라'고 외치는 통계학자가 있습니다. 그는 아주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가 느끼는 위기감이 진짜 세상의 모습 때문일까요, 아니면 우리 뇌가 만들어낸 착각일까요?

빌 게이츠가 추천해 화제가 된 책 '팩트풀니스'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쓰였습니다. 저자는 평생 데이터를 통해 세상의 진짜 얼굴을 보여주려 한 공중보건 전문가입니다. 그는 우리의 착각을 증명하기 위해 흥미로운 실험을 하나 했어요. 전 세계 지식인들에게 '지난 20년간 세계 빈곤율은 어떻게 변했을까?' 등과 같은 객관식 문제 13개를 낸 것이죠.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3지 선다형 문제였으니 찍어도 정답률이 33%는 나왔을 것 같은데, 평균 정답률은 고작 16%에 불과했습니다. 더 놀라운 건 노벨상 수상자나 기업 임원처럼 지식이 많은 사람들조차 정답률이 낮았다는 사실입니다. 세상을 모르는 게 아니라 거꾸로 알고 있었던 거죠.

왜 똑똑한 사람들이 세상을 오해할까요? 저자는 그 원인을 인간의 본능에서 찾습니다. 첫째, 우리는 세상을 양극단으로 나누려는 '간극 본능'을 가지고 있답니다. 흔히 '세계 인구의 다수가 빈곤에 시달린다'고 짐작하지요. 하지만 극빈층은 세계 인구의 9%에 불과하죠. 인류의 75%는 중간 수준입니다. 우리가 이 거대한 중간 지대를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둘로 쪼개고 그 틈새를 두려움으로 채워 넣는 실수를 범하는 거죠.

둘째, '부정 본능'은 우리가 세상을 실제보다 더 나쁘게 인식하게 만들어요. 우리 뇌와 뉴스의 궁합은 최악입니다. 인류는 생존을 위해 위험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진화했습니다. 뉴스는 나쁜 일을 주로 보도하죠. 결국 우리는 뉴스에서 테러나 지진 같은 '사건'만 보고, 아동 사망률 감소나 문맹 퇴치 같은 '변화'는 보지 못합니다.

저자는 우리에게 '사실 충실성(팩트풀니스)'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사실을 통해 막연한 두려움을 걷어내는 태도입니다. 저자는 1950년 15%였던 영아 사망률이 현재 3%로 줄었다는 수치를 제시하며 "세상은 나쁘면서 동시에 나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문제가 개선되고 있는 추세를 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야 헛된 공포에 질리지 않고 진짜 해결해야 할 문제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죠.

우리는 종종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적으로 규정하고 미워합니다. 세상을 '우리'와 '그들'로 나누는 본능 때문이지요. 하지만 팩트풀니스라는 안경을 쓰면 비로소 세상은 둘로 쪼개져 있지 않고, 대다수 사람은 극단이 아닌 중간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보입니다. 
이진혁 출판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