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철학·인문학 이야기] 고자극 현대 사회 철학자의 충고 "깊은 심심함에 익숙해지세요"
입력 : 2026.01.27 03:30
피로사회
비만은 너무 많이 먹어서 건강과 몸매가 무너진 상태입니다. 우리 사회의 고통도 비슷합니다. 너무 많기에 되레 탈이 나는 거죠. 우리는 노력하면 뭐든지 이룰 수 있다고 얘기하는 사회에서 살아갑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뛰어난 사람이 넘쳐나고, 가진 게 많은 사람도 있습니다. 과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노력한다고 해서 그들과 차이를 줄일 수 있을까요? "아무것도 가능하지 않다는 우울한 개인의 한탄은 아무것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믿는 사회에서만 가능하다." 한병철의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지쳐 있습니다. 한병철이 지금 시대를 '피로 사회'<사진>라 부르는 이유죠. 갖춰야 할 능력도 많고, 경험해야 할 것도 넘쳐납니다. 시간은 늘 부족하고 일상은 쫓기듯 살지요. 마음은 초조한데 주의는 늘 산만합니다. 불안한 마음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다가 소셜미디어나 숏폼(짧은 동영상)에 홀려 하루를 그냥 흘려보내는 날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해 보세요. 할 게 너무 많으면 고민만 하다가 아무 일도 못 하곤 합니다. 그럴수록 피로감만 더욱 짙어지죠.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요?
한병철은 '깊은 심심함'에 익숙해지라고 충고합니다. 짐승들은 사색에 잠기지 못합니다. 주변 작은 자극에도 쉽게 정신이 팔리니까요. 그러나 과학과 철학을 비롯한 인류의 위대한 성취는 조용하고 끈질긴 사색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전자기기 같은 '과잉 자극'은 멀리하는 것이 좋겠죠. 뒤처질지 모른다는 걱정에 열심히 일만 하는 모습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기계는 쉴 새 없이 일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기계를 현명하다고 하지는 않지요. 세상이 부추기는 욕구에 휘둘리기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진정 무엇을 바라는지 차분하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한병철은 '눈 밝은 피로'를 느끼라고 권하기도 합니다. 기독교 '성경'에서는 신이 세상을 창조한 뒤 일곱 번째 날에 휴식을 취합니다. 그래서 휴일은 신성한 날입니다. 피로에서 벗어나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비로소 삶은 가치 있어져요. 부산하게 허둥거린다고 잘 사는 삶은 아닙니다. 온갖 욕망으로 넘쳐나는 시대, 진정 행복하고 알찬 삶의 길은 무엇인지 '피로사회'를 읽으며 고민해 보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