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정상'과 '비정상'이란 무엇일까? 세계 경험하는 방식은 모두 다르죠
입력 : 2026.01.22 03:30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옷 가게에서 마네킹을 점원으로 착각해 말을 걸었다가 얼굴이 빨개진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가끔 눈으로 본 정보를 뇌가 잘못 해석해 엉뚱한 실수를 하곤 하지요. 대개는 가벼운 해프닝입니다. 그런데 그저 웃어넘기기에는 너무나 기이하고 섬뜩한 실수를 저지른 남자가 있습니다. 그는 외출 준비를 하다 모자를 집어 들려고 손을 뻗었는데, 손에 잡힌 건 모자가 아니라 옆에 서 있던 아내의 머리였습니다. 심지어 그는 아내의 머리를 자기 머리에 쓰려고 낑낑댔지요.
오늘 소개할 책은 신경의학자인 저자가 만난 환자들의 기록입니다. 이 사람들은 뇌의 특정 기능이 손상되면서 우리와는 전혀 다른 세계를 살게 됐죠. 의사가 앞서 소개한 남자에게 장갑을 건네며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표면이 단절되지 않고 하나로 이어져 있습니다. 주머니가 다섯 개 달려 있군요." 그는 장갑의 형태는 완벽하게 분석했지만, 그것이 사람의 손을 넣는 도구인 '장갑'이라는 사실은 끝내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뇌에서 시각 정보를 통합하는 부분이 고장 나면서 이제 그에게 세상은 의미를 잃어버린 도형들의 집합이 돼버린 것이죠.
때로는 질병이 역설적으로 선물을 주기도 합니다. 90세 할머니 나타샤는 신경매독(매독균 때문에 생긴 뇌 감염)에 걸린 후 갑자기 20대 소녀처럼 넘치는 활력을 느낍니다. 그녀는 "병은 치료하되, 이 기분 좋은 활기만큼은 남겨 달라"고 저자에게 부탁하지요. 병은 무조건 고쳐야 하는 비극이라는 고정관념을 뒤집는 순간입니다. 저자는 환자를 한 인간으로 존중하며 그녀의 유쾌한 병을 일부 남겨두는 선택을 합니다.
이런 사례를 읽다 보면 '정상이라는 건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듭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을 때 그 사람이 이상하다고 쉽게 판단해 버립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엉뚱한 행동을 하는 것은 그 사람이 세계를 경험하는 방식 자체가 나와 다르기 때문일 수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이 책이 타인을 이해하기 위한 책만은 아닙니다. 내가 당연하게 믿어온 나의 감각과 기억도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죠. 살다 보면 나의 능력이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저 우리 뇌가 수행하는 복잡한 과정 중 어딘가 잠시 삐걱대는 것일 수도 있어요.
혹시 누군가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아 그를 미워한 적 있나요? 또는 나의 부족함 때문에 괴로워한 적 있나요? 그렇다면 이 책을 펼쳐보세요. 복잡하고 불완전한 서로를 이해하려고 애쓰는 태도야말로 우리가 가진 가장 인간적인 능력임을 깨닫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