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교정에 많던 추억의 나무… 공해에는 강하지만 강풍에는 약하대요

입력 : 2026.01.19 03:30

히말라야시다(개잎갈나무)

초등학교 시절 교정에 커다란 히말라야시다(개잎갈나무·사진)가 있었습니다. 그 나무는 큰 그늘을 만들어 여름이면 그 아래에서 작은 나무 의자에 앉아 수업하곤 했죠. 멀리서도 보이는, 어린 눈으로 보기에 엄청 큰 나무였기에 초등학교를 추억할 때 늘 함께 떠오릅니다.

성석제의 단편 '내가 그린 히말라야시다 그림'은 이 히말라야시다가 선명한 이미지로 남는 소설입니다. 소설 속 '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화가입니다. 아무도 내 재능을 의심하지 않지만 '나'는 의심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학교 대표로 군 사생 대회에서 히말라야시다가 있는 풍경을 그려 장원을 했지만 사실은 내 그림이 아니었기 때문이죠. 내 앞에서 그린 여자아이가 그린 그림이었습니다. 그 여자아이가 착각해 내 번호를 잘못 쓴 것이었어요. 내 크레파스에는 진작에 떨어지고 없는 회색이 히말라야시다 가지 끝 앞부분에 살짝 칠해져 있었기 때문에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나'는 내 재능에 대한 의심 때문에 어떤 작품이라도 내가 가진 능력 전부를, 그 이상을 쏟아부으며 살아야 했습니다.

김민철 기자
김민철 기자
히말라야시다는 우리나라에 1930년대 처음 들여온 나무로, 생장 속도가 빠르고 수형이 아름다워서 학교나 공원에 많이 심었습니다. 게다가 공해에도 강해서 도심에 많이 심었죠. 지금도 대구 동대구로 히말라야시다 가로수길이 유명합니다.

그런데 히말라야시다는 우리나라에서 자랄 때 뿌리가 약해서 강풍이 불면 잘 쓰러지는 약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어요. 이 때문에 많이 베어 냈지만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요즘 서울 광화문에서도 건물 구석 같은 곳에서 히말라야시다가 자라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히말라야시다는 히말라야 지역에서 자라는 시다(Cedar)라는 뜻입니다. 시다는 우리말로 잎갈나무인데, 가을에 잎갈이를 하는 나무, 그러니까 낙엽이 지는 나무라는 뜻이에요. 히말라야시다의 정식 이름은 '개잎갈나무'인데요. 잎갈나무와 나무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좀 다른 나무라는 뜻입니다. 잎갈나무는 가을에 낙엽이 지지만, 개잎갈나무는 상록수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잎갈나무는 백두산에 울창한 원시림을 이룬 토종 한반도 나무로, 남한에선 광릉숲과 오대산, 가리왕산 등에서 극소수만 자생하고 있습니다.

개잎갈나무를 다루면서 일본잎갈나무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을 수 없겠네요. 일본잎갈나무는 흔히 낙엽송이라고 부르는 나무입니다. 추운 지방에서 자라는 잎갈나무와 달리 일본잎갈나무는 중부 이남에서 잘 자랍니다. 그런데 이 나무는 일본잎갈나무라는 이름 때문에 대량 벌목 등 수난을 당하고 있어요. 편백이나 화백, 삼나무 같은 다른 일본 원산 나무들은 별다른 시비가 없는데, 왜 유독 이 나무만 일본 나무라며 베어내자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김민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