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안전벨트 조이고 승강기 멈추는 힘… 바이러스도 붙잡아요
입력 : 2026.01.13 03:30
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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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픽=진봉기
바로 '관성'이라는 원리를 이용한다고 해요. 관성은 물체가 운동 상태를 유지하려는 성질을 가리키죠. 정지한 물체는 계속 정지해 있으려고 하고, 한 번 움직이기 시작한 물체는 계속 같은 속도와 방향으로 움직이려 한다는 겁니다. 오늘은 일상 곳곳에 숨은 관성이 어떻게 우리 안전과 생명을 지켜주는지 알아보겠습니다.
관성으로 작동하는 자동차 생명줄
자동차를 탈 때, 잘 달리던 차가 급정거하면 몸이 앞으로 확 쏠렸던 경험이 있을 거예요. 그건 여러분의 몸이 차를 타고 앞으로 가던 운동 상태를 계속 유지하려는 관성 때문에 생긴 현상이에요. 반대로 멈춰 있던 차가 갑자기 출발하면 몸이 뒤로 쏠리죠. 이 역시 멈춰 있던 몸이 계속 멈춰 있으려고 하는 관성 때문입니다.
관성은 사고를 예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요. 대표적인 게 자동차의 안전벨트입니다. 안전벨트는 벨트와 연결된 톱니바퀴, 벨트가 멈추도록 하는 잠금 장치, 무게추 등으로 구성돼요.
달리던 자동차가 갑자기 멈추면 앞으로 쏠리는 우리 몸처럼 안전벨트 속 무게추도 관성 때문에 앞으로 움직여요. 이때 무게추와 연결된 잠금 장치가 벨트와 연결된 톱니바퀴를 돌지 않게 해주면서 안전벨트도 더 이상 늘어나지 않게 됩니다. 이 같은 원리로 자동차가 급정거해도 앞으로 튀어나가려는 우리 몸을 안전벨트가 꽉 붙잡아주는 거죠. 이 덕분에 우리는 핸들이나 유리창에 부딪치지 않는 겁니다. 멈췄던 차가 서서히 움직이면 무게추가 제자리로 돌아오면서 안전벨트는 다시 원래대로 작동합니다.
엘리베이터 추락을 막아주는 힘
우리가 매일 타고 오르내리는 엘리베이터도 관성과 관련 있어요. 만약 엘리베이터와 연결된 로프가 끊어지거나 장치에 이상이 생겨 엘리베이터가 빠른 속도로 추락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상상만 해도 아찔하죠. 이를 방지하기 위해 엘리베이터에는 원심력을 이용한 속도 조절기(조속기)가 장착돼 있어요. 원심력은 회전하는 물체에 작용하는 힘입니다.
조속기는 엘리베이터가 과속할 때 엘리베이터를 안전하게 정지시키는 장치예요. 엘리베이터 로프는 바퀴 모양의 조속기에 연결돼 있고, 조속기 바퀴 안쪽에는 쇠로 된 무게추가 있습니다. 바퀴 바깥에는 잠금 장치가 달려 있어요.
보통 엘리베이터는 정해진 속도를 넘어 너무 빠르게 떨어지면 조속기가 역할을 하게 됩니다. 엘리베이터가 빠르게 내려가면 엘리베이터와 로프로 연결된 바퀴 모양의 조속기도 빠르게 회전하겠죠. 이때 조속기의 무게추가 관성에 의해 원심력이 작용하는 바깥쪽으로 벌어지면서 잠금 장치를 작동시켜요. 이 잠금 장치가 브레이크를 작동시켜 엘리베이터를 세웁니다.
바이러스 분리에도 관성의 법칙이
관성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작용하고 있어요. 과학자들이 감염병 치료제나 백신을 개발하려면, 먼저 바이러스의 정확한 구조부터 파악해야 해요. 그러려면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입자인 바이러스를 분리해 내야 하죠.
보통 실험실에서는 '등밀도 원심분리'라는 기술로 바이러스 같은 입자를 시료(검사·분석에 사용되는 물질) 속에서 분리해내요. 바이러스 등 분리하고자 하는 입자가 포함된 시료가 담긴 길쭉한 모양의 시험관을 원심분리기에 넣고 초고속으로 회전시키는 거예요. 이때 염화세슘처럼 위에서 아래로 갈수록 밀도가 높아지는 용액에 시료를 넣습니다.
시료 속 입자는 원심력에 따라 바깥쪽으로 회전하다 시험관 벽에 부딪혀 점점 아래로 내려갑니다. 그러다 자신의 밀도와 주변 용액의 밀도가 같아지는 지점에서 멈추게 돼요. 아래로 내려가려는 힘보다, 밀도가 같은 입자들끼리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이 더 커지기 때문이죠. 이 지점에서 입자는 반지 모양의 띠를 형성해 모이게 되고, 과학자들이 여기서 입자를 분리해 전자현미경 등으로 구조를 파악하는 거예요.
바이러스를 붙잡을 때도 활용
공기 중에 떠다니는 바이러스도 관성 원리를 이용해 포집(물질 속 미세한 성분을 분리해 모으는 것)할 수 있어요.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연구팀은 공기 중에서 바이러스를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내는 장치를 지난해 개발해 국제 저널에 발표했어요. 장치는 공기를 빨아들여 바이러스를 모으는 포집기와 포집된 바이러스를 분석하는 센서로 이뤄져 있습니다.
포집기에는 수증기를 만드는 장치가 들어있습니다. 포집기는 공기를 빨아들인 뒤 바이러스 등 공기 중 입자에 물방울을 입혀요. 포집기 안에서 공기가 이동하는 관 끝에는 공기가 나아가는 방향이 갑자기 바뀌는 부분이 있습니다. 표면에 물방울이 달라붙어 무거워진 바이러스 입자들은 관성 때문에 바뀐 공기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원래 움직이던 방향대로 나아가려다 벽면에 부딪히게 돼요. 관성은 질량이 클수록 커지기 때문에 무거운 입자일수록 방향을 바꾸기 어렵습니다. 수증기가 바이러스 입자를 무겁게 만든 셈이죠. 이렇게 모인 바이러스 입자들을 센서로 옮기면 30분 만에 어떤 바이러스인지 알려준다고 해요.
연구팀은 이 장치를 이용해 한 초등학교 실내에서 공기 샘플 17개를 채취한 다음 분석해, 이 중 4건에서 A형 독감 바이러스를 찾아냈어요. 그리고 소독과 방역을 통해 바이러스 확산을 막았다고 합니다.